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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사실 미완인데 스나가 제일 많이 썰었던거라 억울해서 올려봄
완결 안났음 ㅁㅇ 언제 다시 쓸지도 모름 ㅁㅇ..
1
휴대폰이 울렸다. 액정은 ‘BEN’이라는 한 단어만을 덤덤하게 띄워놓고 있었다. 다니엘은 아내가 들어간 욕실의 물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마 제법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는 잠깐 한숨을 쉬고 께름칙한 손으로 통화 버튼을 눌러 귀에 가져갔다. 아내는 듣지 못할 것이겠지만 다니엘은 볼륨을 작게 줄이고 왼손으로 눈을 덮었다.
오랜만이에요, 매형.
벤... 이 시간에 웬일이야.
글쎄, 누나가 씻고 있을 시간이라서?
목소리가 울리는구나.
나도 목욕중이거든요.
다니엘은 벤의 마른 등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는 휴대폰이 아닌, 전화기를 욕조 옆에 가져다놓고 통화를 하고 있을 것이다. 다니엘은 덮은 손 밑으로 눈을 꾹 감았다 떴다. 찰박찰박하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욕조에 들어앉은 벤이 손장난을 치는 것이라 예상했다.
나, 런던에 왔어요.
...그래.
오랜만인데 보고 싶어요. 매형은 나 안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었어.
다니엘은 긴장한 채, 동시에 건성으로 벤의 말에 대꾸하고 있었다. 아내가 있는 욕실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그 안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닮은 점이 많은 남매라고, 다니엘은 생각했다.
내가 파리에 있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게요?
모르겠는걸.
매형이 나 없는 동안 잘 지내고 있을까. 과연 누나가 매형을 잘 대해주고 있을까. 아, 물론 침대에서요. 매형은 게이인데 누나랑 하면서 만족하긴 할까. 빨리 런던 가고 싶다, 그런 거.
...벤.
내가 정말 보고 싶었어요?
다니엘은 한숨을 쉬고 미간을 찌푸렸다. 휴대폰 너머에서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벤이 목욕을 하며 또 담배를 피우는 모양이었다. 다니엘이 늘, 언제나 보았듯.
...보고 싶어.
나두요.
그 대답에 벤은 어린 아이처럼 웃었다. 톤이 높아진 신난 목소리가 다니엘의 귀에 흘러들어왔다. 다시 찰박거리는 물소리가 들려오고, 담배를 피우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러나 다니엘은 속을 조이는 느낌에 헛숨을 들이켰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벤의 문장들이 점점 몸을 기어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매형을 안고 싶었어요. 우리 누나는 눈치가 빠르지만 매형이 뒤로 느끼는 걸 더 좋아하는 건 모르니까. 언제나 모자랐을 거 아냐, 그렇죠? 그래서 자려고 밤에 침대에 누우면 항상 매형이랑 섹스를 하는 상상을 했어요. 회상일지도 모르고. 매형은 언제나 싫다고 하면서도 내가 키스하면 저절로 혀를 내밀어요. 그게 얼마나 귀여운지 누나는 절대 모를걸. 천천히 애무하고, 가끔은 손자국도 내 보고, 애타게 느끼는 곳만 찾아가면서 핥아주고 어루만져주면 항상 허리를 비틀어요. 그리고 눈물을 매달고 바짝 선 물건을 혼자 문지르며 얼른 넣어달라고 나한테 애원했죠. 나는 그럴 때 매형이 정말 좋더라. 매형을 가진 사람은 누나가 아니라 사실 나라는 걸, 매형이 증명해주는 것 같거든요.
다니엘은 벤의 나른한 목소리가 귀를 타고 내려와 제 온 몸을 점령한 듯한 느낌에 휩싸였다. 점점 빨라지는 심장에 손을 얹고, 가빠지려는 숨을 애써 골랐다. 벤은 다니엘의 상태가 눈에 선하다는 듯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덧붙였다. 아, 이것 봐요, 매형 생각하느라 또 섰잖아. 보여주고 싶어요. 내가 얼마나 매형을 그리워했는지. 그리고 다니엘은 눈을 질끈 감은 채 벤이 자위하는 소리를 들었다. 물이 잦게 찰박대는 소리, 벤의 낮은 신음소리가 욕조의 타일에 울려 전해지며 다니엘을 미치게 만들었다. 다니엘은 그만 하라고 고함치고 싶었지만 사실은 자신도 그 자리에 있고 싶다는 본심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잠시 후 숨을 고르는 소리와 함께 물을 휘젓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니엘은 가빠진 숨을 억누르며 뜨거운 눈 위로 손을 올렸다. 아래의 상태가 어떤지는 보지 않아도 이미 눈에 선했다.
진짜로 보고 싶어요.
...벤, 제발...
매형. 다니엘...
지금 당장 너한테 가고 싶어.
다니엘은, 결국 거의 울 것 같은 목소리로 그렇게 속삭였다. 숨을 터뜨리고, 잘게 떨리는 몸을 쓸어대며 벤의 대답을 기다렸다. 벤은 다시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 애태우듯 손장난을 쳤다. 그리고 다시 나른하게, 아이를 어르는 듯한 목소리로 다니엘에게 속삭였다.
내일. 내일 집에 와줘요. 정말 보고 싶은데, 지금 불러내면 누나가 의심하잖아.
...나는.
쉬, 상관없지 않을걸요. 그리고 누나는 나한테 소중한 사람이니까. 그럼 내일 봐요, 매형. 잘 자요.
Good night. 벤 특유의 혓소리가 귀에 감겼다가, 대답을 듣지 않은 채 이내 끊겨버렸다. 다니엘은 휴대폰을 침대 위에 떨어뜨리고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벤은 이런 식으로 자신을 놀리는 것을 좋아했다. 장난 치고는 심한, 당하는 쪽의 데미지가 터무니없이 큰 종류의 것을.
이후 다니엘은 욕실에서 나온 아내를 안으며 당장 급한 욕구를 쏟아내었다. 그러나 그녀로는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텅 빈, 혹은 막힌 구멍이 존재했다. 다니엘은 그 밤 내내 잠 못 이루며 벤을 생각했다. 그는 아내의 동생, 자신의 처남, 동시에 그의 간절한 연인이었다.
2
다니엘은 오전을 넘기지 않은 시간에 벤의 집에 도착했다. 회사에는 아무렇게나 둘러댔다. 그는 말끔히 수트를 차려입은 채로 벤의 플랫 현관문 앞에 섰고, 이내 목욕 가운만 입은 채로 담배를 물고 있는 벤과 마주쳤다. 다니엘은 벤의 머리가 전보다 아주 조금 길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현관문이 닫히자마자 다니엘은 브리프케이스를 떨어뜨리고 벤에게 키스했다. 가운 사이로 드러나 있는 벤의 살에 침이 말라, 수분을 갈구하듯 몇 번이고 벤의 입 안으로 혀를 얽어댔다. 벤은 조급한 기색이 역력한 다니엘의 행동에 웃음을 터뜨리며 키스에 응하고, 담배를 쥐지 않은 손으로 다니엘의 귀를 살며시 문질렀다. 고작 몇 밀리미터의 움직임에 다니엘은 크게 몸을 떨었다. 벤은 다니엘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 떨어뜨리며 그의 가슴께에 손을 얹었고, 귀를 댄 채로 잠시 그 소리를 들었다. 벤은 그 터질 것 같은 불규칙한 심장 소리에 집착하는 구석이 있었다. 오직 벤의 앞에서만 허용되는 종류의 그것을.
매형, 터지겠어요.
벤, 벤, 제발 빨리...
매형이 이러다 죽으면 내가 살인자가 되는 건가?
벤은 눈을 가늘게 접고 웃으며 다니엘의 넥타이를 느릿하게 풀었다. 다니엘은 거실의 러그 위에 등을 대고 누워, 몸을 숙이고 있는 벤의 얼굴을 안절부절 못한 채로 바라보았다. 전희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비싼 수트가 찢어발겨져도 괜찮았다. 그는 벤이 저처럼 이성을 잃고 달려들어 제게 욕망을 발산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벤은 언제나 다니엘의 마음처럼 움직였던 적이 없었다. 그 점이 항상 불만이었지만, 푸념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천천히 공을 들여 넥타이를 풀어낸 벤의 밑에서 다니엘은 급하게 옷을 벗어 던졌다. 흡사 뭔가를 갖지 못해 투정을 부리는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다. 그는 순식간에 속옷만 남긴 채로 드러누웠고, 벤은 뜨겁게 열이 오른 다니엘의 몸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이거야, 내가 매일 상상했던 매형의 몸.
다니엘은 벤의 말을 듣지 않았다. 대신 제 몸을 멋대로 배회하는 벤의 손을 잡은 채로 제 유두를 세게 그러쥐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자학과도 같은 자극에 눈물이 맺혔지만, 다니엘에게는 이미 모든 행위가 통증이 아닌 쾌락이었다. 벤도 그것을 알았다. 쉴 새 없이 몸을 비트는 다니엘의 목덜미에 강하게 키스하며 그는 다니엘의 가슴을 아프게 긁어내렸다. 즉시 네 개의 붉은 줄이 그어졌고, 다니엘은 착실히 신음했다.
매형, 매형. 우리 누나는 어떻게 지내요? 잘 대해 주던가요?
벤의 입술이, 혀가, 치아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시뻘건 자국이 남았다. 산재해있는 자국마다 일어나는 통증조차 다니엘은 기쁠 지경이었다. 벤이 언젠가처럼, 지극히 정중하고 상냥하게 자신을 대했더라면 자신은 분명 미쳐버리고 말 것이라고 다니엘은 생각했다. 벤에게 험하게 다루어지고 싶었다. 다르게는, 벤에게 사랑받고 싶었다. 더 정확하게는, 자신을 향한 벤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자신만이 그를 이렇게나 원하는 것이 아님을 증명 받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벤은 착실하게 다니엘의 온 몸을 만졌고, 여린 살에 이를 박으며 애무와 학대를 갈마들었다. 그의 심장만큼이나 터질 것처럼 부풀어있던 다니엘의 물건은 접촉 한 번 없이 이미 사정한 채였고 여전히 발기한 채였다. 벤은 혀를 차며 그 위를 쓰다듬듯 속옷을 내리고, 축축한 물건을 손으로 감싸고 입을 맞췄다. 다니엘은 다시 거칠게 숨을 들이켰다.
나는 가끔 이걸 씹어 먹어버리고 싶어요. 사실 매형한테는 쓸모없는 물건이니까.
소름끼치는 문장에도 다니엘은 그저 숨만 뱉을 뿐이었다. 벤의 나른한 목소리가, 말을 할 때 닿는 혀끝과 입술이 감질나게 다니엘을 자극하고 있었다. 벤은 이내 혀를 내어 길게 핥아 올리고, 정말로 씹어버릴 듯 이에 힘을 주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능숙하고 부드럽게 다니엘의 물건을 조여댔다. 다니엘은 울고 있었다. 생리적 자극에 대한 결과로 보기에는 그 양이 제법 많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벤은 울음 섞인 다니엘의 신음을 들으며 금세 그를 사정시켰다. 다니엘은 배가 홀쭉하게 들어갈 정도로 숨을 쉬고 뱉었다. 벤은 입안에 고인 정액을 삼키고, 입술에 묻은 것을 손으로 쓸어 다니엘의 입에 물려주며 말했다. 핥아줘요, 매형. 다니엘은 그래서 그것을 정성껏 핥았다.
잠시 후에 다니엘은 벤에게 박힌 채로 정신없이 흔들렸다. 오랜만이라며 풀어주려던 벤의 손가락을 물리고, 그냥 그대로 박아달라던 다니엘의 부탁을 벤은 거절하지 않았다. 좁고 빡빡하던 구멍이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을 때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나, 벤이 다니엘의 안에 제 것을 박고 흔들어대는 것은 해가 질 즈음까지 멈추지 않았다. 이제 상대를 놓아주지 않으려는 쪽은 벤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런 포맷에 이미 익숙한 채였다.
3
해가 질 즈음 벤과 다니엘은 욕실로 들어갔다. 따뜻한 물이 가득 찬 욕조 속으로 몸을 구겨넣고 다니엘은 맞은편에 보이는 벤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벤이 혼자서 사용하기에는 넉넉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들어가기에는 좁은 욕조였다. 그러나 벤은 끝까지 이를 고집했다. 구겨 접은 두 쌍의 발과 다리가 물속에서 문질렸다.
다니엘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벤의 시선에서 도망치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거품 하나 띄우지 않은 욕조 속에는 수증기만이 하얗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는 것도 우습다 생각하지만, 다니엘은 언제나 이 시간이 부끄럽고 어색했다. 그래서 거품을 띄워 달라 했을 때 벤은 이렇게 말하며 거절했다. 그러면 매형 몸이 안 보이잖아요.
벤은 담배를 끼워 넣은 까만 물부리를 입에 물고 있었다.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잔잔한 수면만을 쳐다보는 다니엘의 온 몸은 울긋불긋하게 변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샅샅이 살피듯 그 몸을 쳐다보던 벤의 시선은 끝으로 몇 번이나 사정해 축 늘어질 대로 늘어진 다니엘의 물건에 붙박였다. 잠이 오는 듯 눈을 깜박이던 다니엘은 그런 벤의 눈길을 눈치 채고 우물쭈물하다 두 손을 포개 밑으로 내렸다. 벤은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웃었다. 그리고 발을 뻗어 꼼지락거리며 몇 번이나 입을 맞췄던 다니엘의 허벅지를 간질였다.
누나한테 전화 안 해도 돼요?
...해야지.
잠깐만. 걸어줄게요.
그만두라 할 새도 없이 벤은 욕조 옆에 놓인 전화기를 끌어와 다이얼을 돌렸다. 말리기 위해 뻗었던 다니엘의 손은 이내 수화기를 쥐었고, 벤은 다시 나른한 얼굴로 욕조에 등을 기대고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다니엘은 이어지는 연결음의 끝에 아내의 목소리가 딸려오지 않기를 빌었으나, 그가 상대하는 남매는 여태껏 제가 바라는 대로 움직인 적이 거의 없었다. 전화로 들릴 제 목소리가 이상하지 않기를 바라며, 다니엘은 몇 번쯤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
...응, 집에 왔어? 오늘 좀 늦을 것 같아. ... 아니, 벤이 런던에 돌아왔잖아. 간만에 얼굴 보는데 뭐라도 먹여야지. ... 몰랐다고? 당신한테 먼저 전화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 아니, 아니야, 다음에 같이 보자. 당신 이제 들어와서 피곤할 거잖아. ... 응, 그래, 전해줄게. ... 알았어, 들어갈게. 기다리지 마. 사랑해.
벤의 눈치를 보며 마지막 문장을 입에 담은 다니엘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한 후에 수화기를 넘겨주었다. 벤은 통화가 끝날 때까지 말없이 담배만 피웠다. 짓궂은 장난을 친답시고 발을 움직이지도 않았다. 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다니엘을 쳐다볼 뿐이었다. 그 시선만으로 다니엘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누나한테 연락 안 했어?
네.
왜?
내가 보고 싶은 사람은 매형이니까요.
나긋한 목소리가 그렇게 대답했다. 다니엘은 말문이 막혔지만 그것이 벤다운 대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벤은 언제나 하고 싶은 것을 했다. 그리고 그것은 대개 다니엘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었다. 지금만 해도 다니엘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다니엘이 사랑하는 사람은, 솔직히 말해 아내가 아니라 벤이었다. 미안했지만 후회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다니엘 스스로의 선택이었으므로. 그러나 벤의 태도가, 언제나 제멋대로인 그의 언행이 항상 다니엘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다니엘은 벤을 통해 쾌락을 충당하고, 벤을 통해 죄책감을 느꼈다. ‘누나는 나한테 소중하니까요’ 다니엘은 그 말을 내뱉을 때의 벤을 지독하게 미워하고는 했다. 그리고,
오늘 자고 가요.
...들어가기로 했어. 들었잖아.
제발요. ...다니엘.
제 누나가 소중하다던, 스스로의 말을 번복하는 것과 다름없는 제안을 아무렇지도 않게 건네는 벤을 동시에 진심으로 미워했다.
응? 이렇게 부탁할게요. 다니엘.
물속에서 손을 꺼내 모아보이며 눈웃음치는 벤의 얼굴은, 그 모순과 배신을 감춰버릴 만큼 천진했고 예뻤다. 결국 다니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제 몸에 기대오는 벤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다니엘은 이게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벤도 마찬가지였다.
4
저녁 여덟 시의 오페라하우스는 차려입은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벤은 무대가 잘 보이는 자리에 홀로 앉아 멍하니 앞을 보고 있었다. 오페라는 이미 시작되었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과 귀는 무대로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벤은 그 속에서 혼자 다른 생각에 잠겨 있었다.
다니엘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벤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했고, 그래서 목욕을 하고 난 후 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술에 취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것은 벤에게 있어서는 원하던 결과였고, 다니엘에게 있어서는 훌륭한 변명이었다. 실제로 다니엘은 이른 새벽녘, 그의 아내가 일어날 시간에 전화를 걸어 술에 취해 그대로 뻗어버렸다고 이야기했다. 아내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미 다니엘과 벤의 과음은 몇 차례의 전적이 있었고, 또 그랬냐며 넘어갈 따름이었다. 벤은 잔뜩 잠긴 목소리로 통화하던 다니엘의 품 안에 맨몸으로 달라붙어 그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여전히 통화가 끝날 때까지 질 나쁜 장난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오늘 오페라를 보러 갈 거예요’ 침대를 벗어나기 전, 다니엘의 몸 위에서 꾸물대며 벤은 그렇게 중얼거렸었다. 벤 스스로가 기대했던 오페라였고,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기꺼이 거금까지 지불했었다. 그러나 막상 그 시간이 되자 벤은 무대에 집중할 수 없었다. 사실은 처음부터 집중할 마음이 없었던 것이 옳았다. 그는 어제를 돌이키고 있었다. 지나갔던 시간이 분과 초단위로 쪼개고 쪼개어져 그의 머릿속에서 다시 재생되고 있었다.
벤은 결국 잠시 후에 그곳을 빠져나왔다. 소프라노의 아리아가 그의 회상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다니엘은 아내와 늦은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당장 매형이 보고 싶어요’ 발신인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되었다. 조건반사적으로 아내의 눈치를 살피며 다니엘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던 그에게 또 한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친구가 불러냈다고 말해요’ 오래지 않아 또 한통이 추가되었다. ‘제발요, 다니엘’
거절은 불가능했다. 그는 아내에게 몇 번째인지 모를 거짓말을 더듬더듬 내뱉은 후 현관을 나섰다. 택시를 잡아 벤의 플랫으로 향하는 내내 다니엘이 한 생각은, 오페라를 감상하고 있어야 할 벤이 왜 지금 자신을 불러낸 것인가에 대해서였다. 물론 그는 대답을 찾지 못했다. 다니엘은 옛날부터 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므로.
그랬기 때문에 이번에도, 다니엘은 플랫의 문이 열림과 동시에 제 허리와 어깨를 감싸는 벤의 팔에 당황했다. 거실의 오디오는 스피커를 통해 느릿하고 우울한 음악을 뱉어내고 있었다.
벤.
잠깐만. 잠깐만 조용히 해봐요.
느릿한 음악에 맞춰 벤은 마음대로 스텝을 밟았다. 규칙성 없는 움직임에 다니엘은 몇 번이나 벤의 발을 밟을 뻔했다. 낭만에 젖어있는 쪽은 벤뿐이었다. 그는 눈을 감은 채 다니엘의 목에 머리를 기대고, 발을 놀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사실은 흐느적거리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다니엘은 가만히 입을 닫고 벤의 허리를 안은 채 그의 움직임에 동조해 주었다. 오페라를 보러 가기는 했던 것인지, 벤의 차림새는 여전히 차려입은 수트 차림의 그것이었다.
중간에 나와 버렸어요.
왜?
집중을 못 하겠더라구요.
..재미가 없었어?
몰라요. 내용은 하나도 기억 안 나요.
...
그냥, 노랫소리가 매형이 냈던 신음소리를 덮어버리더라구.
다니엘은 말문이 막힌 채로 벤의 얼굴을 내려 보았다. 벤은 눈을 밑으로 내리깔고, 여전히 저 좋을 대로 발과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다니엘은 모두가 쥐죽은 듯 고요한 가운데, 소프라노의 아리아가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가버리는 벤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 무례함과 돌발성은 전혀 칭찬받을만한 것이 아니었지만, 다니엘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이미 그가 질리게 겪었던 벤의 단면이었고, 또한 그가 빠져있는 벤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오디오의 음악이 다음 곡으로 넘어가지 않는 정적 속에서, 벤은 천천히 몸짓을 최소화해나가며 마침내 다니엘의 품에 안긴 채로 움직임을 멎었다. 그리고 다니엘의 허리를 감은 팔을 풀어 목에 감고, 어깨를 쥐고 있던 손을 다니엘의 뺨에 얹은 채로 천천히 입술을 맞췄다. 입맞춤은 이례적으로 깊어지지도, 길어지지도 않은 채로 끝이 났다. 벤은 혀를 내어 제 입술과 다니엘의 입술을 핥고는, 만족한 듯 웃으며 다시 다니엘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내일은 누나랑 같이 밥 먹어요.
...그래.
내가 파리에서 뭘 했는지 얘기해 줄게요.
그리고 벤은 다시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다니엘의 몸에 매달린 채로, 떨어질까 두려운 것처럼 목을 꼭 감은 채로. 그러나 확실히 주도권은 벤에게 있었고, 다니엘은 다만 벤을 따를 뿐이었다. 이 우습지도 않은 춤사위를 끊는 것조차도, 스스로는 할 수 없다는 것을 다니엘은 알고 있었다.
는 사실 미완인데 스나가 제일 많이 썰었던거라 억울해서 올려봄
완결 안났음 ㅁㅇ 언제 다시 쓸지도 모름 ㅁ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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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이 울렸다. 액정은 ‘BEN’이라는 한 단어만을 덤덤하게 띄워놓고 있었다. 다니엘은 아내가 들어간 욕실의 물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마 제법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는 잠깐 한숨을 쉬고 께름칙한 손으로 통화 버튼을 눌러 귀에 가져갔다. 아내는 듣지 못할 것이겠지만 다니엘은 볼륨을 작게 줄이고 왼손으로 눈을 덮었다.
오랜만이에요, 매형.
벤... 이 시간에 웬일이야.
글쎄, 누나가 씻고 있을 시간이라서?
목소리가 울리는구나.
나도 목욕중이거든요.
다니엘은 벤의 마른 등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는 휴대폰이 아닌, 전화기를 욕조 옆에 가져다놓고 통화를 하고 있을 것이다. 다니엘은 덮은 손 밑으로 눈을 꾹 감았다 떴다. 찰박찰박하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욕조에 들어앉은 벤이 손장난을 치는 것이라 예상했다.
나, 런던에 왔어요.
...그래.
오랜만인데 보고 싶어요. 매형은 나 안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었어.
다니엘은 긴장한 채, 동시에 건성으로 벤의 말에 대꾸하고 있었다. 아내가 있는 욕실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그 안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닮은 점이 많은 남매라고, 다니엘은 생각했다.
내가 파리에 있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게요?
모르겠는걸.
매형이 나 없는 동안 잘 지내고 있을까. 과연 누나가 매형을 잘 대해주고 있을까. 아, 물론 침대에서요. 매형은 게이인데 누나랑 하면서 만족하긴 할까. 빨리 런던 가고 싶다, 그런 거.
...벤.
내가 정말 보고 싶었어요?
다니엘은 한숨을 쉬고 미간을 찌푸렸다. 휴대폰 너머에서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벤이 목욕을 하며 또 담배를 피우는 모양이었다. 다니엘이 늘, 언제나 보았듯.
...보고 싶어.
나두요.
그 대답에 벤은 어린 아이처럼 웃었다. 톤이 높아진 신난 목소리가 다니엘의 귀에 흘러들어왔다. 다시 찰박거리는 물소리가 들려오고, 담배를 피우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러나 다니엘은 속을 조이는 느낌에 헛숨을 들이켰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벤의 문장들이 점점 몸을 기어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매형을 안고 싶었어요. 우리 누나는 눈치가 빠르지만 매형이 뒤로 느끼는 걸 더 좋아하는 건 모르니까. 언제나 모자랐을 거 아냐, 그렇죠? 그래서 자려고 밤에 침대에 누우면 항상 매형이랑 섹스를 하는 상상을 했어요. 회상일지도 모르고. 매형은 언제나 싫다고 하면서도 내가 키스하면 저절로 혀를 내밀어요. 그게 얼마나 귀여운지 누나는 절대 모를걸. 천천히 애무하고, 가끔은 손자국도 내 보고, 애타게 느끼는 곳만 찾아가면서 핥아주고 어루만져주면 항상 허리를 비틀어요. 그리고 눈물을 매달고 바짝 선 물건을 혼자 문지르며 얼른 넣어달라고 나한테 애원했죠. 나는 그럴 때 매형이 정말 좋더라. 매형을 가진 사람은 누나가 아니라 사실 나라는 걸, 매형이 증명해주는 것 같거든요.
다니엘은 벤의 나른한 목소리가 귀를 타고 내려와 제 온 몸을 점령한 듯한 느낌에 휩싸였다. 점점 빨라지는 심장에 손을 얹고, 가빠지려는 숨을 애써 골랐다. 벤은 다니엘의 상태가 눈에 선하다는 듯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덧붙였다. 아, 이것 봐요, 매형 생각하느라 또 섰잖아. 보여주고 싶어요. 내가 얼마나 매형을 그리워했는지. 그리고 다니엘은 눈을 질끈 감은 채 벤이 자위하는 소리를 들었다. 물이 잦게 찰박대는 소리, 벤의 낮은 신음소리가 욕조의 타일에 울려 전해지며 다니엘을 미치게 만들었다. 다니엘은 그만 하라고 고함치고 싶었지만 사실은 자신도 그 자리에 있고 싶다는 본심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잠시 후 숨을 고르는 소리와 함께 물을 휘젓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니엘은 가빠진 숨을 억누르며 뜨거운 눈 위로 손을 올렸다. 아래의 상태가 어떤지는 보지 않아도 이미 눈에 선했다.
진짜로 보고 싶어요.
...벤, 제발...
매형. 다니엘...
지금 당장 너한테 가고 싶어.
다니엘은, 결국 거의 울 것 같은 목소리로 그렇게 속삭였다. 숨을 터뜨리고, 잘게 떨리는 몸을 쓸어대며 벤의 대답을 기다렸다. 벤은 다시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 애태우듯 손장난을 쳤다. 그리고 다시 나른하게, 아이를 어르는 듯한 목소리로 다니엘에게 속삭였다.
내일. 내일 집에 와줘요. 정말 보고 싶은데, 지금 불러내면 누나가 의심하잖아.
...나는.
쉬, 상관없지 않을걸요. 그리고 누나는 나한테 소중한 사람이니까. 그럼 내일 봐요, 매형. 잘 자요.
Good night. 벤 특유의 혓소리가 귀에 감겼다가, 대답을 듣지 않은 채 이내 끊겨버렸다. 다니엘은 휴대폰을 침대 위에 떨어뜨리고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벤은 이런 식으로 자신을 놀리는 것을 좋아했다. 장난 치고는 심한, 당하는 쪽의 데미지가 터무니없이 큰 종류의 것을.
이후 다니엘은 욕실에서 나온 아내를 안으며 당장 급한 욕구를 쏟아내었다. 그러나 그녀로는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텅 빈, 혹은 막힌 구멍이 존재했다. 다니엘은 그 밤 내내 잠 못 이루며 벤을 생각했다. 그는 아내의 동생, 자신의 처남, 동시에 그의 간절한 연인이었다.
2
다니엘은 오전을 넘기지 않은 시간에 벤의 집에 도착했다. 회사에는 아무렇게나 둘러댔다. 그는 말끔히 수트를 차려입은 채로 벤의 플랫 현관문 앞에 섰고, 이내 목욕 가운만 입은 채로 담배를 물고 있는 벤과 마주쳤다. 다니엘은 벤의 머리가 전보다 아주 조금 길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현관문이 닫히자마자 다니엘은 브리프케이스를 떨어뜨리고 벤에게 키스했다. 가운 사이로 드러나 있는 벤의 살에 침이 말라, 수분을 갈구하듯 몇 번이고 벤의 입 안으로 혀를 얽어댔다. 벤은 조급한 기색이 역력한 다니엘의 행동에 웃음을 터뜨리며 키스에 응하고, 담배를 쥐지 않은 손으로 다니엘의 귀를 살며시 문질렀다. 고작 몇 밀리미터의 움직임에 다니엘은 크게 몸을 떨었다. 벤은 다니엘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 떨어뜨리며 그의 가슴께에 손을 얹었고, 귀를 댄 채로 잠시 그 소리를 들었다. 벤은 그 터질 것 같은 불규칙한 심장 소리에 집착하는 구석이 있었다. 오직 벤의 앞에서만 허용되는 종류의 그것을.
매형, 터지겠어요.
벤, 벤, 제발 빨리...
매형이 이러다 죽으면 내가 살인자가 되는 건가?
벤은 눈을 가늘게 접고 웃으며 다니엘의 넥타이를 느릿하게 풀었다. 다니엘은 거실의 러그 위에 등을 대고 누워, 몸을 숙이고 있는 벤의 얼굴을 안절부절 못한 채로 바라보았다. 전희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비싼 수트가 찢어발겨져도 괜찮았다. 그는 벤이 저처럼 이성을 잃고 달려들어 제게 욕망을 발산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벤은 언제나 다니엘의 마음처럼 움직였던 적이 없었다. 그 점이 항상 불만이었지만, 푸념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천천히 공을 들여 넥타이를 풀어낸 벤의 밑에서 다니엘은 급하게 옷을 벗어 던졌다. 흡사 뭔가를 갖지 못해 투정을 부리는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다. 그는 순식간에 속옷만 남긴 채로 드러누웠고, 벤은 뜨겁게 열이 오른 다니엘의 몸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이거야, 내가 매일 상상했던 매형의 몸.
다니엘은 벤의 말을 듣지 않았다. 대신 제 몸을 멋대로 배회하는 벤의 손을 잡은 채로 제 유두를 세게 그러쥐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자학과도 같은 자극에 눈물이 맺혔지만, 다니엘에게는 이미 모든 행위가 통증이 아닌 쾌락이었다. 벤도 그것을 알았다. 쉴 새 없이 몸을 비트는 다니엘의 목덜미에 강하게 키스하며 그는 다니엘의 가슴을 아프게 긁어내렸다. 즉시 네 개의 붉은 줄이 그어졌고, 다니엘은 착실히 신음했다.
매형, 매형. 우리 누나는 어떻게 지내요? 잘 대해 주던가요?
벤의 입술이, 혀가, 치아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시뻘건 자국이 남았다. 산재해있는 자국마다 일어나는 통증조차 다니엘은 기쁠 지경이었다. 벤이 언젠가처럼, 지극히 정중하고 상냥하게 자신을 대했더라면 자신은 분명 미쳐버리고 말 것이라고 다니엘은 생각했다. 벤에게 험하게 다루어지고 싶었다. 다르게는, 벤에게 사랑받고 싶었다. 더 정확하게는, 자신을 향한 벤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자신만이 그를 이렇게나 원하는 것이 아님을 증명 받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벤은 착실하게 다니엘의 온 몸을 만졌고, 여린 살에 이를 박으며 애무와 학대를 갈마들었다. 그의 심장만큼이나 터질 것처럼 부풀어있던 다니엘의 물건은 접촉 한 번 없이 이미 사정한 채였고 여전히 발기한 채였다. 벤은 혀를 차며 그 위를 쓰다듬듯 속옷을 내리고, 축축한 물건을 손으로 감싸고 입을 맞췄다. 다니엘은 다시 거칠게 숨을 들이켰다.
나는 가끔 이걸 씹어 먹어버리고 싶어요. 사실 매형한테는 쓸모없는 물건이니까.
소름끼치는 문장에도 다니엘은 그저 숨만 뱉을 뿐이었다. 벤의 나른한 목소리가, 말을 할 때 닿는 혀끝과 입술이 감질나게 다니엘을 자극하고 있었다. 벤은 이내 혀를 내어 길게 핥아 올리고, 정말로 씹어버릴 듯 이에 힘을 주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능숙하고 부드럽게 다니엘의 물건을 조여댔다. 다니엘은 울고 있었다. 생리적 자극에 대한 결과로 보기에는 그 양이 제법 많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벤은 울음 섞인 다니엘의 신음을 들으며 금세 그를 사정시켰다. 다니엘은 배가 홀쭉하게 들어갈 정도로 숨을 쉬고 뱉었다. 벤은 입안에 고인 정액을 삼키고, 입술에 묻은 것을 손으로 쓸어 다니엘의 입에 물려주며 말했다. 핥아줘요, 매형. 다니엘은 그래서 그것을 정성껏 핥았다.
잠시 후에 다니엘은 벤에게 박힌 채로 정신없이 흔들렸다. 오랜만이라며 풀어주려던 벤의 손가락을 물리고, 그냥 그대로 박아달라던 다니엘의 부탁을 벤은 거절하지 않았다. 좁고 빡빡하던 구멍이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을 때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나, 벤이 다니엘의 안에 제 것을 박고 흔들어대는 것은 해가 질 즈음까지 멈추지 않았다. 이제 상대를 놓아주지 않으려는 쪽은 벤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런 포맷에 이미 익숙한 채였다.
3
해가 질 즈음 벤과 다니엘은 욕실로 들어갔다. 따뜻한 물이 가득 찬 욕조 속으로 몸을 구겨넣고 다니엘은 맞은편에 보이는 벤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벤이 혼자서 사용하기에는 넉넉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들어가기에는 좁은 욕조였다. 그러나 벤은 끝까지 이를 고집했다. 구겨 접은 두 쌍의 발과 다리가 물속에서 문질렸다.
다니엘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벤의 시선에서 도망치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거품 하나 띄우지 않은 욕조 속에는 수증기만이 하얗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는 것도 우습다 생각하지만, 다니엘은 언제나 이 시간이 부끄럽고 어색했다. 그래서 거품을 띄워 달라 했을 때 벤은 이렇게 말하며 거절했다. 그러면 매형 몸이 안 보이잖아요.
벤은 담배를 끼워 넣은 까만 물부리를 입에 물고 있었다.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잔잔한 수면만을 쳐다보는 다니엘의 온 몸은 울긋불긋하게 변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샅샅이 살피듯 그 몸을 쳐다보던 벤의 시선은 끝으로 몇 번이나 사정해 축 늘어질 대로 늘어진 다니엘의 물건에 붙박였다. 잠이 오는 듯 눈을 깜박이던 다니엘은 그런 벤의 눈길을 눈치 채고 우물쭈물하다 두 손을 포개 밑으로 내렸다. 벤은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웃었다. 그리고 발을 뻗어 꼼지락거리며 몇 번이나 입을 맞췄던 다니엘의 허벅지를 간질였다.
누나한테 전화 안 해도 돼요?
...해야지.
잠깐만. 걸어줄게요.
그만두라 할 새도 없이 벤은 욕조 옆에 놓인 전화기를 끌어와 다이얼을 돌렸다. 말리기 위해 뻗었던 다니엘의 손은 이내 수화기를 쥐었고, 벤은 다시 나른한 얼굴로 욕조에 등을 기대고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다니엘은 이어지는 연결음의 끝에 아내의 목소리가 딸려오지 않기를 빌었으나, 그가 상대하는 남매는 여태껏 제가 바라는 대로 움직인 적이 거의 없었다. 전화로 들릴 제 목소리가 이상하지 않기를 바라며, 다니엘은 몇 번쯤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
...응, 집에 왔어? 오늘 좀 늦을 것 같아. ... 아니, 벤이 런던에 돌아왔잖아. 간만에 얼굴 보는데 뭐라도 먹여야지. ... 몰랐다고? 당신한테 먼저 전화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 아니, 아니야, 다음에 같이 보자. 당신 이제 들어와서 피곤할 거잖아. ... 응, 그래, 전해줄게. ... 알았어, 들어갈게. 기다리지 마. 사랑해.
벤의 눈치를 보며 마지막 문장을 입에 담은 다니엘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한 후에 수화기를 넘겨주었다. 벤은 통화가 끝날 때까지 말없이 담배만 피웠다. 짓궂은 장난을 친답시고 발을 움직이지도 않았다. 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다니엘을 쳐다볼 뿐이었다. 그 시선만으로 다니엘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누나한테 연락 안 했어?
네.
왜?
내가 보고 싶은 사람은 매형이니까요.
나긋한 목소리가 그렇게 대답했다. 다니엘은 말문이 막혔지만 그것이 벤다운 대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벤은 언제나 하고 싶은 것을 했다. 그리고 그것은 대개 다니엘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었다. 지금만 해도 다니엘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다니엘이 사랑하는 사람은, 솔직히 말해 아내가 아니라 벤이었다. 미안했지만 후회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다니엘 스스로의 선택이었으므로. 그러나 벤의 태도가, 언제나 제멋대로인 그의 언행이 항상 다니엘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다니엘은 벤을 통해 쾌락을 충당하고, 벤을 통해 죄책감을 느꼈다. ‘누나는 나한테 소중하니까요’ 다니엘은 그 말을 내뱉을 때의 벤을 지독하게 미워하고는 했다. 그리고,
오늘 자고 가요.
...들어가기로 했어. 들었잖아.
제발요. ...다니엘.
제 누나가 소중하다던, 스스로의 말을 번복하는 것과 다름없는 제안을 아무렇지도 않게 건네는 벤을 동시에 진심으로 미워했다.
응? 이렇게 부탁할게요. 다니엘.
물속에서 손을 꺼내 모아보이며 눈웃음치는 벤의 얼굴은, 그 모순과 배신을 감춰버릴 만큼 천진했고 예뻤다. 결국 다니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제 몸에 기대오는 벤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다니엘은 이게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벤도 마찬가지였다.
4
저녁 여덟 시의 오페라하우스는 차려입은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벤은 무대가 잘 보이는 자리에 홀로 앉아 멍하니 앞을 보고 있었다. 오페라는 이미 시작되었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과 귀는 무대로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벤은 그 속에서 혼자 다른 생각에 잠겨 있었다.
다니엘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벤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했고, 그래서 목욕을 하고 난 후 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술에 취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것은 벤에게 있어서는 원하던 결과였고, 다니엘에게 있어서는 훌륭한 변명이었다. 실제로 다니엘은 이른 새벽녘, 그의 아내가 일어날 시간에 전화를 걸어 술에 취해 그대로 뻗어버렸다고 이야기했다. 아내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미 다니엘과 벤의 과음은 몇 차례의 전적이 있었고, 또 그랬냐며 넘어갈 따름이었다. 벤은 잔뜩 잠긴 목소리로 통화하던 다니엘의 품 안에 맨몸으로 달라붙어 그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여전히 통화가 끝날 때까지 질 나쁜 장난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오늘 오페라를 보러 갈 거예요’ 침대를 벗어나기 전, 다니엘의 몸 위에서 꾸물대며 벤은 그렇게 중얼거렸었다. 벤 스스로가 기대했던 오페라였고,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기꺼이 거금까지 지불했었다. 그러나 막상 그 시간이 되자 벤은 무대에 집중할 수 없었다. 사실은 처음부터 집중할 마음이 없었던 것이 옳았다. 그는 어제를 돌이키고 있었다. 지나갔던 시간이 분과 초단위로 쪼개고 쪼개어져 그의 머릿속에서 다시 재생되고 있었다.
벤은 결국 잠시 후에 그곳을 빠져나왔다. 소프라노의 아리아가 그의 회상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다니엘은 아내와 늦은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당장 매형이 보고 싶어요’ 발신인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되었다. 조건반사적으로 아내의 눈치를 살피며 다니엘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던 그에게 또 한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친구가 불러냈다고 말해요’ 오래지 않아 또 한통이 추가되었다. ‘제발요, 다니엘’
거절은 불가능했다. 그는 아내에게 몇 번째인지 모를 거짓말을 더듬더듬 내뱉은 후 현관을 나섰다. 택시를 잡아 벤의 플랫으로 향하는 내내 다니엘이 한 생각은, 오페라를 감상하고 있어야 할 벤이 왜 지금 자신을 불러낸 것인가에 대해서였다. 물론 그는 대답을 찾지 못했다. 다니엘은 옛날부터 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므로.
그랬기 때문에 이번에도, 다니엘은 플랫의 문이 열림과 동시에 제 허리와 어깨를 감싸는 벤의 팔에 당황했다. 거실의 오디오는 스피커를 통해 느릿하고 우울한 음악을 뱉어내고 있었다.
벤.
잠깐만. 잠깐만 조용히 해봐요.
느릿한 음악에 맞춰 벤은 마음대로 스텝을 밟았다. 규칙성 없는 움직임에 다니엘은 몇 번이나 벤의 발을 밟을 뻔했다. 낭만에 젖어있는 쪽은 벤뿐이었다. 그는 눈을 감은 채 다니엘의 목에 머리를 기대고, 발을 놀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사실은 흐느적거리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다니엘은 가만히 입을 닫고 벤의 허리를 안은 채 그의 움직임에 동조해 주었다. 오페라를 보러 가기는 했던 것인지, 벤의 차림새는 여전히 차려입은 수트 차림의 그것이었다.
중간에 나와 버렸어요.
왜?
집중을 못 하겠더라구요.
..재미가 없었어?
몰라요. 내용은 하나도 기억 안 나요.
...
그냥, 노랫소리가 매형이 냈던 신음소리를 덮어버리더라구.
다니엘은 말문이 막힌 채로 벤의 얼굴을 내려 보았다. 벤은 눈을 밑으로 내리깔고, 여전히 저 좋을 대로 발과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다니엘은 모두가 쥐죽은 듯 고요한 가운데, 소프라노의 아리아가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가버리는 벤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 무례함과 돌발성은 전혀 칭찬받을만한 것이 아니었지만, 다니엘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이미 그가 질리게 겪었던 벤의 단면이었고, 또한 그가 빠져있는 벤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오디오의 음악이 다음 곡으로 넘어가지 않는 정적 속에서, 벤은 천천히 몸짓을 최소화해나가며 마침내 다니엘의 품에 안긴 채로 움직임을 멎었다. 그리고 다니엘의 허리를 감은 팔을 풀어 목에 감고, 어깨를 쥐고 있던 손을 다니엘의 뺨에 얹은 채로 천천히 입술을 맞췄다. 입맞춤은 이례적으로 깊어지지도, 길어지지도 않은 채로 끝이 났다. 벤은 혀를 내어 제 입술과 다니엘의 입술을 핥고는, 만족한 듯 웃으며 다시 다니엘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내일은 누나랑 같이 밥 먹어요.
...그래.
내가 파리에서 뭘 했는지 얘기해 줄게요.
그리고 벤은 다시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다니엘의 몸에 매달린 채로, 떨어질까 두려운 것처럼 목을 꼭 감은 채로. 그러나 확실히 주도권은 벤에게 있었고, 다니엘은 다만 벤을 따를 뿐이었다. 이 우습지도 않은 춤사위를 끊는 것조차도, 스스로는 할 수 없다는 것을 다니엘은 알고 있었다.

얽 금소나 쬲...!
답글삭제쬲쬲쬲 선생님 어나더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답글삭제쫂쫂 ㅠㅠㅠ 어나더 갑시다 가요 제발요 금손선생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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