넣고싶은 짤이 너무 많아서 고민 내 아내 다니엘 이쁜짤이 너무 많아서 고민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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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표정 없을때는 존나 무섭고 카리스마 돋는데
2.
하비에르는 몇일간 고민하고 또 고민했음. 이 분홍빛의 팔랑거리는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줘야할지 말아야할지에 대해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지. 이 우아한 손수건의 구석에 적혀있는 이니셜만 아니었어도 이게 다니엘의 물건이 아니라고 믿어보려는 노력이라도 했을텐데. 하비에르의 미간엔 고민이 가득 쌓인듯 깊게 주름이 잡힌채 펴질 생각이 없는 듯 했음. 우선 그는 그 무뚝뚝하고 고지식해보이는 다니엘이 이런 분홍빛의 물건을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했고 -아는 사람이 선물해준 다른의미의 중요한 물건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아직 놓진 못했지만- 그와 동시에 이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주는것이 다니엘에게 자신이 그 사실을 알고있다고 말하는것과 별로 다를게 없는 행동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이해해야만 했는데 사실 가장 꺼려지는 부분은 그런것들이라기보단 그 무시무시하기로 유명한 다니엘이 불쾌하다는듯이 얼굴을 잔뜩 구기고 물건을 돌려주러온 자신을 그 자리에서 개쫓듯 내쫓을지도 모른다는거였음.
1.
표정 없을때는 존나 무섭고 카리스마 돋는데
사실은 귀여운거나 깜찍한거 조아해서 집안엔 강아지 한마리 고양이 한마리 키우고 있고
휴일엔 혼자 로코 영화보면서 눈물 찍는게 일상에다가
식물과 평화를 사랑하며 심란할땐 재봉질이나 뜨개질을 하면서 마음의 평안을 찾는 그런 남자임
꾸미는것도 존나 좋아해서 집안은 항상 귀여운 베이비 핑크빛 벽지에 사랑스러운 엔틱가구로 꾸며져 먼지 한톨 없이 철저하게 관리되고있을거같다.
하지만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 회사나 바깥에선 평소에 잘 웃지도 않고 딱딱한 상사라 비쳐져 모두의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버렸음.
거기다 다니엘이 자기 성격을 되게 싫어하고 창피해해서 그런 성격을 숨기려고 더 표정없이 지냄
다니엘은 요번에 회사 내에 새로 들어온 작고 귀여운 다람쥐같은 여자아이를 보곤 한눈에 반해버렸는데 볼때마다 어쩔 줄 몰라서 우물쭈물함 물론 맘속으로만ㅇㅇ 겉으로는 자기가 꺄아꺄아거리는거 티 안내려고 평소보다 딱딱하고 뻗뻗하게 굼.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다니엘이 그 여자애를 싫어한다고 생각함.
그러던 어느날 다니엘이 사내 카페앞을 지나가다가 자기 뒷담을 듣게 됨. 그리고 그 뒷담을 하는 그룹의 중심엔 그 여자애가 있었음. 잘 보니 다들 둘러싸고 그 여자애를 위로하는 중이었는듯 그 애한테 힘내라고 한마디씩 건내면서 다니엘 뒷담도 같이 얻어주는 중이었음. 다니엘은 그냥 부하들이 자기 뒷담을 한다는것만으로도 여린 쿠크가 가루가 될만큼 빠스러지는데 짝사랑 하는 여자애가 거기 끼어서 자기를 같이 깐다는 사실에 정신이 혼미해져서 구석진 화장실 맨 끝칸에서 변기 위에 쭈그려않아서 쪼다같이 엉엉움.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직접 만든 사랑스런 핑크빛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쳐보지만 빠스라진 쿠크다스는 쉽게 복구될 것 같지가 않았음.
그렇게 한참을 울었을까 어느정도 눈물이 멎고 정신이 돌아오자 다니엘은 얼른 집에가서 자기 애완동물들한테 위로받고싶다는 생각만 가득해짐. 그는 진이 빠질정도로 울어대서 힘이 다 빠진 몸을 이끌고 세면대에서 세수를 어푸어푸하곤 역시나 손수건으로 물기를 삭삭 닦고 화장실을 나가려 뒤를 돌았음. 그리곤 깜짝 놀라 뒤로 나자빠질뻔하며 차마 내지르지 못한 비명을 손으로 막아 목뒤로 삼켰음. 다니엘 바로 뒤엔 하비에르가 서있었는데 다니엘은 정신이 없어서 자기가 나가려 뒤를 도는순간 하비에르가 들어오는걸 못봤었던거. 하비에르는 깜짝 놀란 다니엘덕에 다니엘보다 더 놀란듯 보였는데 다니엘이 정신을 추수르고 후다닥 화장실을 빠져나갈떄까지 하비에르는 한참을 놀란 그 자세에서 움직일 생각이 없어보일 정도였음.
다니엘이 그렇게 사라지고 하비에르는 혼자 덩그러니 화장실에 남았지만 아직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있었음. 사실 처음엔 화장실에 들어가자 마자 펄쩍 뛸듯이 놀란 다니엘때문에 놀랐던게 맞는데 그 다음부터는 다니엘 얼굴과 눈가와 코가 부농부농하게 물들어있어서 더 놀랐던거임.회사내에 딱딱하고 로봇같기로 소문난 다니엘이 엉엉 운것같은 얼굴이라니! 거기다 운듯한 얼굴이 평소 무표정과는 다르게 순둥순둥하게 풀려있어서 이미지마저 완전 달라보이는데 손에 쥔 분홍색 프릴 손수건이 살랑살랑 흔들려서 순간 얼어버리고만거.
하비에르는 왠지 자기가 다니엘의 비밀을 알게된것같다는 찜찜함과 생각 보다 귀엽다고 느낀것에 대한 멍청한 자신에 욕을 날리며 세면대 앞으로 다가갔음. 아마 발에 뭐가 밟혀서 넘어지지만 않았으면 하비에르는 세면대 앞에서 평범하게 손을 씿고 물기를 털며 오늘 본것도 같이 잊어버리려고 노력했을테지만 당연하게도 그러지 못했음. 엉덩방아를 제대로 찍은 하비에르는 궁딩이를 벅벅 문지르며 아픔을 달래려고 욕을 짓씹었음. 그리곤 뭐때문에 넘어졌는지 이유를 찾기위해 주변을 휘휘 둘러보다 하늘하늘하고 부농부농한 얇은 천을 발견함.
2.
하비에르는 몇일간 고민하고 또 고민했음. 이 분홍빛의 팔랑거리는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줘야할지 말아야할지에 대해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지. 이 우아한 손수건의 구석에 적혀있는 이니셜만 아니었어도 이게 다니엘의 물건이 아니라고 믿어보려는 노력이라도 했을텐데. 하비에르의 미간엔 고민이 가득 쌓인듯 깊게 주름이 잡힌채 펴질 생각이 없는 듯 했음. 우선 그는 그 무뚝뚝하고 고지식해보이는 다니엘이 이런 분홍빛의 물건을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했고 -아는 사람이 선물해준 다른의미의 중요한 물건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아직 놓진 못했지만- 그와 동시에 이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주는것이 다니엘에게 자신이 그 사실을 알고있다고 말하는것과 별로 다를게 없는 행동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이해해야만 했는데 사실 가장 꺼려지는 부분은 그런것들이라기보단 그 무시무시하기로 유명한 다니엘이 불쾌하다는듯이 얼굴을 잔뜩 구기고 물건을 돌려주러온 자신을 그 자리에서 개쫓듯 내쫓을지도 모른다는거였음.
하비에르는 이렇다 할 정답 없이 이 귀여운 손수건 하나만으로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펴게되는 머릿속을 질타했지만 그렇다고 그게 쉽게 멈춰지진 않으며 오히려 소녀틱한 다니엘이 둥둥 떠다니는것만 더 심해질 뿐이란걸 깨달았음. 저 지하에서부터 끌어올린듯한 깊은 한숨을 푸욱 내쉰 그는 결국 고민의 끝을 맺기로 했음 하비에르는 남의 물건을 발견하고도 입 싹닫은채 모른척하는 부류의 사람이 아니었고 그게 아무리 쓸모없어보이는 물건이라도 주인한테 돌려줘야한다는 정도의 정의감과 양심은 가지고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도저히 그 이쁜 손수건을 그냥 쓰레기통에 쳐넣을수는 없었다는게 그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고 결국 그 손수건은 쓰레기통 대신에 작은 세탁기 안으로 들어가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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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은 집에돌아오자마자 그의 사랑스러운 강아지 조와 고양이 엘에게 둘러쌓여 정신적 치유를 도모하려 노력했음. 바스라진 멘탈을 어떻게든 주워붙이기위해 그의 정신은 간단한 청소와 요리, 뜨개질을 필요로 했고 다니엘은 그 모든 평화로운 일을 실행하기 위해 외투를 벗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는 제일 첫번째로 소금물에 절여진 그의 가련한 손수건을 세제로 구원하기 위해 주머니를 뒤졌음. 그리고 당연하게도 손수건은 주머니 안에 있을리가 없었음. 다니엘은 크게 당황해 오늘 입지 않았던 옷들의 외투까지 뒤지기 시작했고 결국 냉장고까지 열어보고 나서야 손수건을 잃어버렸단 사실을 조금 인정한 다니엘은 그와 동시에 몰려오는 온갖 걱정에 이제 더이상 분해될수도 없을정도인 쿠크가 바람에 날려 사라지기에 이르름. 그리고 그는 무스를 바른 머리를 감거나 피곤이 잔뜩 씌인 얼굴을 씻어낼 생각도 하지 못한채 그냥 귀여운 꽃무늬의 이불속으로 들어가 몸을 웅크렸음.
머릿속에는 '손수건을 누가 발견했으면 어떡하지' 라던가 '혹시 그렇다면 왼쪽 밑에 작게 쓰인 내 이니셜을 발견하고는 내거라는걸 알게 될지도 몰라' 라던가 '그러면 소문을 낼까? 이런 덩치큰 아저씨가 분홍생 프릴 손수건을 들고다닌다고 모든 회사원이 날 비웃으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으로 차오르기 시작했지만 다니엘의 오늘 하루는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더이상 피곤해서 생각을 이어나갈 여력이 없었기에 다니엘은 그냥 잠에 빠져들기로 했어.
3.
다니엘은 내일이 토요일이라는 사실에 신에게 감사드리며 잠에 빠져들었음. 이 정신 상태로라면 그는 다음날 3시까지도 잘 수 있을것 같았지만 실제론 12시쯤에 일어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누군가 초인종을 눌러대었고 다니엘의 민감한 귀는 작은소리의 방해에도 금방 반응한다는 사실때문이었음.
다니엘은 아주아주아주아주 매우 많이 피곤하고 짜증난 상태였지만 그건 다니엘의 개인적인 상태였고 그는 그런걸 남한테 들어내며 화를 푸는 까칠한 성정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뒤집히는 속을 열심히 가라앉힐 뿐이었음. 그는 자다 깬 상태의 몰골을 침대앞의 전신거울을 통해 확인하곤 이불과 깔맞춤인 귀여운 도트무늬의 잠옷을 벗어 걸어놓은 후에 간단한 대외용 츄리닝으로 갈아입고 어제 머리를 감지않아 무스와 뒤범벅된 상태 그대로 눌려버린 머리를 이상하지 않아보이게만 매만지며 걸쇠를 걸고 현관문을 살짝 열었음.물론 무심한듯 누구세요? 하고 물어보는것도 빼먹지 않았음
"어.. 안녕하세요?"
한뼘도 안될 정도로 열린 문 너머로 덩치크고 가라앉은 목소리의 남자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고 다니엘은 순간 덮쳐오는 무서움에 문을 도로 닫을뻔했지만 그 남자가 들고있는 분홍색 물체때문에 그러지 못했음. 그,어,그거ㅓ! 볼썽사납게 말을 한번 씹어버린 다니엘이 당황스럽다는듯 손가락을 빼꼼 내밀어 손수건을 향해 흔들어댔고 하비에르도 어색하게 웃으며 다니엘의 시선앞으로 손수건을 들어올리며 말했음.
"사실, 이게- 혹시 저 기억하세요?"
"!!"
다니엘은 그제서야 하비에르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고 어제 화장실에서 마주쳤던 남자라는걸 깨달았으며 그 남자와 옆 부서에서 일하는 하비에르 바르뎀이라는 남자를 연관시키는데 성공할 수 있었음. 꽁꽁 얼어버린 다니엘의 뒤쪽에서 그의 고양이가 야옹야옹 울며 다가왔고 여름이 다가온다는 말과 다르게 태풍이라도 불어닥친듯 바람이 얼굴을 강타하는 문밖에서 하비에르는 그가 정신줄을 다시 잡을때까지 처연하게 서있을 수 밖에 없었는데 결국 오래 기다리지 못하고 저기.. 하고 하비에르가 불렀을때야 다니엘은 정신을 되찾았음
다니엘은 이제 될대로 되라는 생각으로 나름 최후의 방어선인 빗장을 풀어 그에게 문을 열어줬음. 저 옆부서 하비에르는 가끔 일관련해서 만나본 바로는 그렇게 쉽게 가쉽을 흘릴만한 성격이 아니었지만 그거야 혹시 모를일이었고 다니엘의 머릿속에 깔린 기본전제는 하비에르가 이미 자신의 모든 비밀을 알고있을거라는 것이었기때문에 어차피 이제 와서 숨겨봤자 소용없겠다고 생각한거. 사실 하비에르는 반신반의 하고있는 중이었고 잘만 둘러댔다면 비밀을 지킨채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다니엘의 멘탈은 지금 그런것들까지 생각할 여력이 되지 않았고 결국 그는 하비에르를 그의 성역안으로 들이고 말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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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에르는 다니엘이 문의 빗장을 풀고 들어오라고 말해준 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놀라느라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정도였음. 고개를 일센치 돌릴때마다 사랑스러운 분홍빛이거나 귀여운 노란빛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프릴이거나- 여튼 이쁜고 귀엽고 하늘하늘한게 가득했고 가구들은 하나같이 우아하고 고풍스러웠으며 그의 고양이는 목에 파란 리본을 메고 있었고 강아지는 머리쪽의 털에 작고 귀여운 머리끈을 하고 있었음. 그리고 다니엘은 그의 취향을 숨기는걸 이젠 완전히 포기한듯 애완동물들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간단한 아침인사정도였지만 다니엘의 웃는얼굴은 예상했던것처럼 시크하거나 멋있지 않았고 오히려 귀여움만 한가득이어서 하비에르는 당황속에서 헤어나올수가 없었음. 거기다 아마 이보다 더 놀랄수 없을거라고 생각하고있던 하비에르를 제대로 한방 먹인게 다니엘의 '성격'이였다는 사실이 믿겨지지않았음.
"하비에르씨, 혹시 회사에 제 취미나 이러저런것들에 대해서 얘기하시거나..."
고양이를 꼬옥 끌어안고 쇼파에 앉아 말하는 다니엘의 목소리는 살짝 떨렸지만 단호한듯했고 하비에르는 왠지모르게 싸늘한 표정으로 입막음을 당할거라는 예상이 들어맞았다는 생각에 몸을 흠칫 떨며 다니엘을 바라봤음. 그리고 곧 그는 그러지 않을거라고 다니엘에게 빌고 달래고 하는데 집중 할 수 밖에 없었음. 다니엘의 표정이나 어깨의 들썩거림은 하비에르의 생각관 다르게 싸늘이 아니라 거의 울기 직전이었고 얼굴은 이미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있는지 새빨개친 채 원래의 연한 색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어보였음. 방금전까지 웃던사람이 울려고 준비중이라는 사실보다 다니엘이라는 사람을 자기가 울린듯했고 진짜 울려그런다는 사실에 더 심하게 쇼크를 받은 하비에르는 허둥지둥대며 정말 열심히 다니엘의 기분을 풀어주고 안심시키려 노력했음. 나중에는 자신도 모르게 다니엘의 어깨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울지말아달라고 애원했는데 다니엘은 오히려 그의 위로에 더 마음이 풀린듯 엉엉 울기 시작해 하비에르를 더 안절부절 못하게 만들었음.
어느샌가 다니엘의 고양이는 이미 저멀리 창가로 도망갔고 개는 끙끙대며 그의 주위를 돌고있는데 하비에르의 옆 부서 상사인 남자는 자기 등을 도망간 고양이 대신 세게 껴안은채 어깨에 얼굴을 묻곤 진짜 말하지 않겠다는 서약이라도 받아내겠다는듯 하비에르를 울먹이며 다그치고 있었으니... 하비에르는 이러다간 자기가 꿈을 꾸고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될것같았음.
한참동안의 위로타임 후에 다니엘은 감정이 어느정도 진정되자 화들짝 놀라 하비에르에게서 떨어졌고 다니엘의 등을 감싸 안고있던 하비에르의 손은 갈곳을 잃고 공중에 붕 뜬채 내려오질 못하고있다가 어색함의 무게에 스르륵 떨어졌음. 다니엘의 얼굴은 귀까지 새빨갰고 심지어 목도 빨개져서 그가 지금 얼마나 창피해하고있는지 하비에르에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는데 그 순간 하비에르는 드디어 진정한듯한 다니엘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무생각 없이 차마 묻지 못할것같았던 질문을 던졌음.
그때 화장실에서 왜 우셨던거에요?
4.
그때 화장실에서 왜 우셨던거에요?
하비에르는 질문을 끝마치자마자 저 말을 내뱉은 입을 뜯어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음. 제발 생각좀 하고 말하라고 자기 머리를 때리면서 잔소리라도 늘어놓고싶은 심정이었지. 그리고 그 자기비하는 다니엘의 반응덕에 더욱 격해졌는데 다니엘이 질문을 듣고는 깜짝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다시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려대기 시작했기 때문임. 너무 빠르게 울기 시작해서 질문을 취소할 타이밍 조차 제대로 잡지못한 하비에르는 자기가 또 울렸다는 죄책감에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연신 죄송하다고 중얼거리기 바빴음.
그렇게 또 한참을 훌쩍거렸을까 다니엘을 울먹거리며 흐르는 코를 삼키느라 호흡이 딸리는 듯한 목소리로 뚝뚝 끈어진 단어들을 내밷었음. 나, 좋아하는,데, 그, 나, 싫엏,허유, 내가, 안친절해성ㅇ엉ㄴ어 하비에르는 멍하니 둥둥 떠다니는 암호 비슷한 단어들을 들으며 조합하다가 퀴즈쇼에서 정답이라도 부르듯 외침.
"그니까 좋아하던 애한테 미움받으셨군요!"
답을 알았다는사실에 순간 들뜬 하비에르의 목소리는 왠지모르게 신나있었고 다니엘은 그 즐겁다는듯한 목소리로 읇어지는 현실에 더 서러워졌는지 양손에 얼굴을 묻고 본격적으로 펑펑 울기 시작했음. 하비에르는 다시한번 멍청한 자신의 머리에 욕을 퍼부으며 다니엘을 달랬지만 다니엘은 이번엔 쉽게 멈춰줄 생각이 없는지 끅끅대면서 눈물을 쏟았음. 이러다 실신할지도 모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에서 수분을 뽑아내는데 온 힘을 쏟아붓고있는 다니엘에 하비에르는 순간 너무 당황해서 다니엘을 달랠수 있을만한 말이라 생각되면 무조건 내밷기 시작했음.
괜찮아요 걔가 나쁜거죠.
이제 그만 잊어버리세요 세상에 그사람만 있는건 아니잖아요?
어딘가엔 다니엘을 좋아해 줄 사람이 있을거에요.
패닉상태에서 내밷는 하비에르의 말들은 도움은 커녕 상황만 더 악화시켜서 다니엘이 더 서러워지는데 큰 힘을 보태고 있었음. 하비에르는 자기입을 틀어막고 몇대 때린후에 그만 이 귀여운 집의 밖으로 사라지고싶었지만 아마도 다니엘의 비밀들을 알게 된게 정황상 자신이 처음인거같고 그것뿐만이 아닌 개인적인 비밀을 공유하게 되었다는 큰짐에 눌린듯한 기분에 그냥 집 밖으로 뛰쳐나갈 수가 없었음. 그리고 그건 이 불쌍하고 사랑스러운 남자의 고민을 어떻게든 해결해 주고싶다거나 우는모습보다는 아까 봤던 웃는모습을 보고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그는 자기가 어느샌가 다니엘을 돌봐줘야할 작고 여린 소녀처럼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채 다니엘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호언장담하듯 소리쳤음.
"제가 도와드릴께요!"
분홍색이다 못해 빨간색으로 변한 다니엘온몸이 순간 움찔 하고 놀란듯이 반응했고 곧 퉁퉁 부어오른 눈과 새빨개진 코를 들어올려 하비에르를 바라봤음. 훌쩍훌쩍대는걸 완전히 멈추진 못한 다니엘이 호흡을 가파르게 끊으며 무슨소리냐고 물어왔고 하비에르는 여동생의 연애고민을 해결해주는 오빠라도된듯 자신보다 한살 많은 상사앞에서 우쭐대었음.
"이래뵈도 제가 귀여운 여자애들은 잘 아니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혹시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렇게 해도될까요?"
"....정말요?"
다니엘은 흘러내리는 눈물과 콧물을 칠칠치못하게 소매로 슥슥 닦으며 하비에르를 희망섞인 눈으로 바라봐왔고 하비에르는 순간 다니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손을 일센치 정도 무릎위로 들어올렸다가 금방 정신을 차리고 밑으로 떨궜음.
"그럼요, 연애상담엔 자신 있거든요"
5.
하비에르의 제안을 기점으로 둘은 제대로 통성명을 하고 친해지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친해져가는 과정에서 다니엘은 하비에르한테 자신에게는 없는 남자다움들, 예를들면 시원시원하다던가 호탕하다던가 가끔 아무생각이 없다던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 금방 동경을 느끼곤 부러워했고 가끔 그런말을 수줍게 내밷어 하비에르를 긴장하게 만들기 일쑤였음. 다니엘은 이런 저를 도와주려 노력하는 하비에르에게 항상 감사를 표하려 노력하며 작은 선물들을 주는것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그건 보통 하비에르에겐 전혀 필요없을 만한 손수제작한 곰돌이 악세사리라던가 그것도 아니면 직접 짠 인형이나 예쁜 장갑같은 아기자기한 물건들이라 언제나 그는 수줍게 선물을 내미는 다니엘에게 어떤반응을 지어줘야 할지 난감해했음. 그리고 그렇게 희망에 가득차 행복해하는 다니엘과는 달리 하비에르는 다니엘의 갭모에에 자꾸 조금씩 넘어가는 느낌이 들어 불안해하고있었음.
다니엘은 사적이거나 둘만 있는 자리에서는 곧장 가드를 풀고 귀엽게 굴곤했는데 아마 하비에르가 유일하게 그의 비밀을 알고있는 사람이기 때문인 듯 했음. 그의 말에 따르면 하이스쿨 졸업 후부터는 가족한테도 숨겨왔었다고 하는거 보니 아마 지금까지 완전히 터놓을 수 있는 상대가 없었던 거겠지. 그는 엄청나게 수줍음을 많이 탓고 뜨게질 가게나 인형,악세사리 가게 앞에서는 꼭 한번씩 발을 멈추곤 했으며 길거리의 동물들에게 주기적으로 밥을 챙겨주는 말그대로 어도러블한 성격의 소유자였음.또한 그는 집에 도착하면 하비에르를 데려왔더라도 집안의 식물들과 그의 애완동물들에게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주며 인사하고 -심지어 그의 애완동물들은 이름과 성뿐만 아니라 미들네임까지 가지고 있음- 좋아하는 밀크티를 타내온 후에 혹시 자기가 이상하게 보이진않냐고 물어보며 얼굴을 붉히곤 했음.
그리고 물론 그의 행동은 보통 사람이 본다면 이상해 해야 마땅했음. 하비에르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는게 문제지만.
하비에르는 다니엘의 덩치에 맞지 않는 소녀스러운 행동들을 보는게 사실 좋았음. 그건 정말 하비에르밖에 볼 수 없는 모습이었고 다니엘은 회사나 아는사람의 앞에서면 다시 딱딱한 상사로 돌아가기 마련이어서 그는 다니엘의 그런 차별에 어느정도 우월감을 느끼고있는 상태였음. 그리고 특히 하비에르가 가장 좋아하는 다니엘은 공공장소에서 다른사람을 바라볼때의 표정과 몰래 힐끔 자신을 바라볼때의 표정의 차이였는데 그는 눈앞의 직원들을 바라볼때의 차갑고 싸늘한 눈빛을 하비에르한테까지 절대로 유지하지 못했음. 다니엘의 표정은 하비에르와 마주치기만 하면 주인앞의 애완동물마냥 풀려서 원래의 모습이 툭툭 튀어나오곤 했고 그건 다니엘이 그사실을 깨닫고 표정을 조절하기까지는 계속 그랬었음.
당연하게도 표정을 조절하기 시작한 다니엘을 제일 아쉬워하게된건 하비에르였고 그는 간간히 직원들 사이에서 다니엘을 놀래켜 원래의 표정을 자기만 볼 수 있도록 튀어나오게 하는게 사는 이유가 된것같이 행동하고는 했음. 그리고 그러다보니 하비에르가 다니엘을 특별하게 생각하게 되는건 시간문제일뿐이었음. 그는 점점 다니엘을 저 귀엽고 싸가지없는 꼬맹이 여자애와 연결시켜주는 일에 질색팔색 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않아 다니엘에게 은근슬쩍 그 여자애의 안좋은 점을 흘리거나 하면서 그의 반응을 찔러보곤 했는데 그럴때마다 다니엘에게 돌아오는건 귀엽다는 반응 뿐이었음. 하비에르는 도대체 동료 여직원에게 장난친다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뽑는다거나 상사에게 엿먹이겠다고 커피에 침을 섞는 행동의 어디가 귀여운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마 다니엘에겐 그녀가 장난치기 좋아하는 소동물정도 되는 모양이었음.
그리고 사실 하비에르도 알고있었음. 다니엘의 취향은 귀여운것들이고 자기는 그 원안에는 절대로 세상의 종말이 와도 들어가지 못할거란 사실을. 하지만 그는 정열적인 스페인남자였고 그런것에 쉽게 포기하거나 나가 떨어질만한 성격은 아니었음. 그렇기 때문에 만약 하비에르가 '그 순간' 조금만 더 참을성이 있었더라면 그의 집념으로 보아 언젠간 천천히 다니엘을 자신의 연인으로 만드는데 성공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음. 물론 정말 만약의 얘기지만.
6.
다니엘과 하비에르는 겉으로 보기엔 그냥 가끔 복도나 휴게실에서 마주치는 회사내의 상사와 부하직원사이였고 더 보자면 친한 친구사이이자 연애코치와 제자 사이이기도 했으며 좀 더 확실하게는 한쪽의 열렬한 짝사랑으로 이루어진 관계였음. 하비에르는 그 관계가 얼마나 위태로운 상태인지 잘 몰랐고 별로 알고싶지도 않아했는데 그는 그저 다니엘에게 잘 보이기 위한 엉터리 연애코치와 이간질에 힘을 쏟아붓는데 집중할 뿐이었음.
하지만 안타깝게도 관계가 무너지는 '그 순간'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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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에르씨! 오늘은 그녀가 제눈을 피하지 않았어요. 아마 당신이 말해준대로 웃어주는게 효과가 있나봐요."
"그럼 다니엘 다음에는 인사도 시도해봐요. 분명 받아줄거에요."
"정말 고마워요.. 하비에르씨는 꼭 천사같이 친절하네요."
하비에르는 그날도 시시하고 지루한 연애과외를 하는 중이었음. 그는 왠만하면 둘이 친해지지 않도록 엉터리 연애수법을 전해 줄때가 더 많았지만 초반에 진심으로 알려줬던 것들과 아무래도 아무 변화가없으면 다니엘과의 관계가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슬쩍슬쩍 귀띔해줬던것들이 하비에르도 모르게 조금씩 먹혀들어가고 있는듯 했음. 다니엘은 그 꼬맹이가 자길 피하지 않았다는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은지 연신 고맙다고 하비에르의 팔을 붙잡고 얼굴을 붉히며 웃었고 하비에르는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는 정신을 붙들고 다니엘을 향해 축하한다는듯한 표정을 지어올렸음.
"저기.. 하비에르씨, 혹시"
오늘 저희집에 들렀다 가시지 않을래요? 다니엘이 그를 올려다보며 수줍게 웃었고 하비에르는 뜻밖에 포상에 어벙벙히 다니엘을 바라보느라 대답할 타이밍을 보기좋게 놓치고 말았음. 둘밖에 없는 회사내 빈 회의실에는 순간 어색한 기류가 흘렀고 다니엘은 깜짝 놀란듯 황소같이 커다란 눈을 더 크게 떠서 그가 얼마나 놀랐는지 보여주고있는 하비에르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채 허둥지둥 말을 이었음. 아니, 그게 아니라, 그, 이상한 소리가 아니라, 제가 오늘 기분이 좋아서, 혹시 저랑 술이라도 한잔 같이 해주실수 있나해서, 그게- 얼마나 당황했는지 고개를 푹숙인채 어물어물거리는 다니엘의 귓가와 뒷목은 새빨갛게 달아올라있었고 잠시동한 회의실안은 어쩔줄 몰라하는 다니엘의 목소리와 문밖의 복도를 지나다니는 직원들의 웃음소리로 채워졌음.
"아, 그럼요, 다니엘이 초대해준다면 당연히 가야죠."
애써 태연한듯 당황해하는 다니엘을 다정하게 달랜 하비에르는 속으로 좋아죽을지경이었음. 저 밖에 지나다니는 놈들은 다니엘이 창피해할때 얼마나 귀여운지 알까? 같은 생산성 없는 생각을 하곤 우쭐해하며 사실상 다니엘과의 첫 디너에 잔뜩 들떠 잘못하다간 입밖으로 환호라도 지를판이었음. 사실 하비에르는 연애관련 작전을 짜는 회의를 위해 그의 집에 가서 밀크티를 몇잔 얻어마신것 빼고는 다니엘과의 사적인 접촉이 그닥 많지 않았었음. 그런데갑자기 디너 초대라니! 그것도 술까지 곁들여서? 하비에르에게 이건 다니엘과 조금 더 친밀한 친구관계로 다가설 티켓같은거였고 여기서 제일 중요한건 그티켓을 저쪽에서 먼저 건내줬다는 사실이었음. 하비에르가 이런저런 저녁 예상도를 상상하며 어떻게 그와 더 친해질수있을지 고민하는지는 꿈에도 모르고 다니엘은 하비에르에게 나중에 전화하겠다는 제스춰를 열렬히 취하며 회의실문을 열면서 평소의 모습처럼 얼굴을 굳혔음. 그리곤 하비에르를 향해 무뚝뚝하게 그만 일하시러 가시죠 하비에르 바르뎀씨 하고 한마디 남기고는 쌩하니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음.
7.
퇴근시간이 다가올때쯤에 하비에르의 핸드폰이 몇통의 문자로 인해 울리기 시작했고 보낸사람은 당연하게도 다니엘이었음. 내용은 하비에르에게 끝나고 회사 뒷건물 주차장 앞에서 만나자는 간단한 메세지였는데 하비에르는 의외로 다니엘스럽지 않게 이모티콘 하나 없는 깔끔한 문자메세지에 놀라 정말 다니엘이 보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번호를 대여섯번은 더 읇어보고야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을 수 있었음.
일을 끝마치고 허둥지둥 달려내려간 건물 뒤쪽엔 다니엘이 차와함께 그를 기다리고있었고 하비에르는 꼭 다니엘과 비밀 연애라도 하는듯한 기분이 들어 마음이 더 들뜨고있었음. 다니엘의 일코용 차는 아주 세련된 그냥 보통의 은색 승용차였는데 겉으로 보기엔 아주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었지만 문득 혹시하고 열어본 글러브 박스 안엔 역시나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물건들로 가득했음. 하비에르가 벌컥 다니엘의 비밀공간을 열어 살피자 그는 왠지 부끄러워 졌는지 붉어진 얼굴로 하비에르를 힐끔 바라보곤 왠지 정말 아무것도 없으면 마음이 진정이안되서.. 하곤 중얼거림. 하비에르는 왠지 모르게 그 순간 잘 참았다고 다니엘의 머리를 쓰다듬어줘야만 할것같은 기분을 느꼇지만 운전중인 다니엘을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기에 꾹 참았음. 사실 다니엘이라면 핑크색 차를 타고다닐거라고 생각했던 하비에르는 그도 정말은 분명 핑크색을 사고 싶었을거라고 마음속으로만 생각했음.물론 진짜였지만.
둘은 금방 다니엘의 사랑스러운 집에 도착했고 역시나 문을 열자마자 제일먼저 둘을 반기는건 조셉과 엘리스였음. 꼬리를 힘차게 흔들면서 달려온 조가 큰몸뚱이를 다니엘의 몸에 들이밀어 안기고 문 옆 신발장위에 펄쩍 올라앉은 엘이 야옹야옹 울어대자 다니엘은 신난다는듯이 둘을 쓰다듬으며 오늘하루동안 자기가 그녀와 얼마나 가까워졌는지에 대해 신나게 떠들었음.
"다니엘, 이제 그만 안쪽으로 들어가도 될까요?"
하비에르는 다시 그 꼬맹이의 이름이 다니엘의 입위에 오르락 내리락하자 전투적으로 다니엘의 말을 끊으며 물었음. 어떻게 보면 굉장히 무례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니엘은 화들짝 놀라 그의 리트리버를 끌어안은채 몸을 벽쪽으로 붙여 길을 텃고 고맙다고 인사하며 집안으로 들어가는 하비에르에게 미안하다는 말과함께 금방 저녁 준비를 할테니 기다려달라고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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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그덕 대던 시작과는 다르게 둘의 저녁식사의 무드는 아주 부드럽게 흘러갔음. 다니엘의 요리는 그의 꼼꼼한 성격에 맞게 아주 수준급이었고 그가 아껴두었던 비장의 와인도 음식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게 깔끔했음. 둘의 대화의 시작은 당연하게도 다니엘의 연애사업이었지만 곧 하비에르의 조용한 리드로 인해 서로의 이야기로 넘어갔고 식사가 끝날때쯤엔 전보다 훨씬 친밀해져서 서로 쇼파에 기대 앉아 남은 와인을 홀짝거리며 시간을 보내기에 이르렀음. 둘은 생각보다 센 와인의 도수에 알딸딸해지는 정신을 어찌저찌 부여잡으며 고개를 얹은 서로의 어깨에 무게를 점점 실었음.
그리고 그 순간 문득 하비에르는 다니엘의 얼굴이 보고싶었음. 그는 그냥 다니엘이 어떤 표정으로 제 어깨에 기대있는지 궁금했고 그렇게 하비에르가 다니엘의 정수리에 얹어뒀던 머리를 들어올려 그의 얼굴을 힐끔 바라봤을땐 다니엘은 이미 비몽사몽 하다못해 옅은 잠에 든듯했음. 색색 숨을 내쉬는 다니엘의 얼굴을 하비에르는 그냥 원없이 구경할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못했음. 알코올이 아마 하비에르의 제정신과 이성을 어디론가 앗아가 버리기라도 한듯 그의 눈에는 다니엘의 입술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하비에르가 정신을 차린순간 이미 그는 다니엘과 입술을 맞대고있는 상태였음.
다시한번 말하지만 다니엘은 잠귀가 밝고 민감했음. 그 사실은 아무리 그가 술에 취해있는 상태라도 변함이 없었고 당연하게도 다니엘은 입술이 닿는 순간 눈을 떳음. 하비에르는 눈앞의 놀란듯한 다니엘의 얼굴에 정신이 갑작 스럽게 돌아왔고 그는 자신이 더 놀란듯이 다니엘에게서 후다닥 떨어졌음. 그리곤 다니엘이 무슨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미안하다는 한마디만 덩그러니 남기고 쌩하니 사라져버림.
8.
하비에르는 그렇게 도망친후 다니엘을 피해다녀야하나 제대로 이야기 해봐야되나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음. 그리고 그 고민은 바로 다음날 다니엘을 회사 복도에서 마추지게 되었을때 더 극심해짐. 다니엘을 복도 건너편에서 하비에르를 발견하자마자 뻗뻗하고 부자연스럽게 뒤로 돌아 오던길로 돌아갔고 다니엘과 가까워지면 뭐라도 한마디 해야할텐데 하고 고민하던 하비에르는 그렇게 복도 끝에 덩그러니 남겨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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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은 도저히 제정신을 붙들고 있을 수가 없었음. 물론 딱 일이 벌어졌을때야 깜짝 놀라 입도 뻥끗 할 수 없었지만 사실 그래도 다니엘은 그 순간에 하비에르와 대화를 하고 싶었음. 다니엘에게 이렇게 까지 자신을 털어놓을 수 있는사람은 하비에르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는 그 관계를 되도록 망가트리고 싶지 않았고 어떻게든 어색해질것 같은 분위기를 풀고 끝내고싶었던거. 아마 다니엘은 하비에르가 이게 말도안되는 장난이나 아무 생각없이 그냥 해본거라고 말해줬다면 누구보다 기쁘게 그 말을 받아쳐줬을테고 만약 진심이라고 했더라도 그 상대가 하비에르라면 어느정도 생각은 해볼 여지가 있었음. 말 그대로 도망치는건 다니엘의 입장에선 최악의 선택이었던거임.
다니엘은 그렇게 하비에르가 도망치고 난후 홀로 남겨진 채 쇼파위에 엎어져 생각했음. 그는 처음엔 자기가 취해서 잠들어버려 매일보던 철지난 로맨틱 코메디식 꿈을 꾸고있는거라 믿고싶었고 그게 아니라면 헛것을 본거라 생각해버리고싶었지만 이미 벌어지고 직접 보기까지 한 일을 없었다고 할 순 없었고 다니엘은 그저 그 순간 눈을 떠버린 자신을 책망할 수 밖에 없었음. 그리고 그런 자아성찰의 시간이 지나가자 갑자기 창피하고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는데 다니엘은 그제서야 방금전에 무슨일이 일어났었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소파 팔걸이에 쳐박은 얼굴을 더 깊숙히 파묻으며 깊은 신음을 흘리는 것 뿐이었음.
그렇게 다니엘은 어쩔줄 몰라하며 삼일 내내 하비에르를 눈에 보이게 피해다녔음. 처음에야 하비에르도 당황해하는 다니엘을 배려해 주려는듯 같이 자리를 피해주곤 했지만 그게 삼일간 계속되자 그는 도저히 가만히 앉아 이렇게 둘의 관계가 틀어지는걸 구경만 하고 있을순 없다고 생각함. 그렇지만 그런 하비에르의 생각관 달리 많은 직원들 사이에서 특별한 용무가 없는이상 다니엘에게 대놓고 아는척을 하기란 아주 매우 힘들었고 결국 그는 항상 도망가는 다니엘을 바라보고있을 수 밖에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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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은 도저히 제정신을 붙들고 있을 수가 없었음. 물론 딱 일이 벌어졌을때야 깜짝 놀라 입도 뻥끗 할 수 없었지만 사실 그래도 다니엘은 그 순간에 하비에르와 대화를 하고 싶었음. 다니엘에게 이렇게 까지 자신을 털어놓을 수 있는사람은 하비에르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는 그 관계를 되도록 망가트리고 싶지 않았고 어떻게든 어색해질것 같은 분위기를 풀고 끝내고싶었던거. 아마 다니엘은 하비에르가 이게 말도안되는 장난이나 아무 생각없이 그냥 해본거라고 말해줬다면 누구보다 기쁘게 그 말을 받아쳐줬을테고 만약 진심이라고 했더라도 그 상대가 하비에르라면 어느정도 생각은 해볼 여지가 있었음. 말 그대로 도망치는건 다니엘의 입장에선 최악의 선택이었던거임.
다니엘은 그렇게 하비에르가 도망치고 난후 홀로 남겨진 채 쇼파위에 엎어져 생각했음. 그는 처음엔 자기가 취해서 잠들어버려 매일보던 철지난 로맨틱 코메디식 꿈을 꾸고있는거라 믿고싶었고 그게 아니라면 헛것을 본거라 생각해버리고싶었지만 이미 벌어지고 직접 보기까지 한 일을 없었다고 할 순 없었고 다니엘은 그저 그 순간 눈을 떠버린 자신을 책망할 수 밖에 없었음. 그리고 그런 자아성찰의 시간이 지나가자 갑자기 창피하고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는데 다니엘은 그제서야 방금전에 무슨일이 일어났었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소파 팔걸이에 쳐박은 얼굴을 더 깊숙히 파묻으며 깊은 신음을 흘리는 것 뿐이었음.
그렇게 다니엘은 어쩔줄 몰라하며 삼일 내내 하비에르를 눈에 보이게 피해다녔음. 처음에야 하비에르도 당황해하는 다니엘을 배려해 주려는듯 같이 자리를 피해주곤 했지만 그게 삼일간 계속되자 그는 도저히 가만히 앉아 이렇게 둘의 관계가 틀어지는걸 구경만 하고 있을순 없다고 생각함. 그렇지만 그런 하비에르의 생각관 달리 많은 직원들 사이에서 특별한 용무가 없는이상 다니엘에게 대놓고 아는척을 하기란 아주 매우 힘들었고 결국 그는 항상 도망가는 다니엘을 바라보고있을 수 밖에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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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사이에 대화가 없으니 엉켜있는 문제는 제대로 풀리지 못한체로 방치되어가고있었음. 같이 해결하면 쉽게 풀릴지도 모를상황을 서로 알아서 해결하려고 하니 점점 더 풀기 힘들게 꼬여만 갔고 이제 하비에르는 다니엘이 완전히 자기한테 정이 떨어졌다는 가설에 신빙성을 얹기 시작했음. 다니엘 또한 하비에르가 자기한테 적극적으로 다가와 대화하려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하비에르는 그저 다니엘이 직원들의 눈을 신경쓸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둘만있을 타이밍을 잡고있던 것 뿐이었음- 곧 그걸 당연하다는듯이 다니엘에게로의 하비에르의 관심이 떨어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음. 둘은 점점 얼굴조차 마주치기 힘들정도로 어색한 사이가 되어갔고 서로서로가 잔뜩 엉키기만하는 문제를 끌어안고 어떻게든 풀어보려 끙끙대다가 삽질만 줄창 해대는게 끝이었음.
그렇게 그 별거없는 키스도 아닌 뽀뽀사건은 점점 크게 부풀려져만 가서 둘의 사이를 완전히 깨트려 놓기 직전까지 이르렀음.그리고 하비에르는 감성 충만한 구남친마냥 하루 24시간을 우울하게 보내고있었음. 마음같아서야 다니엘한테 새벽 2시에 전화라도 걸어 자니..? 하고 물어보고라도 싶었지만 이상태라면 안받을게 뻔했고 사실 하비에르는 다니엘과 얼굴을 맞대고 풀고싶었기 때문에 전화나 문자는 이미 모두 포기한 상태였음. 그는 다니엘의 공급이 너무나 시급했고 이러다간 매일 옆부서에서 일하는 사람한테 상사병을 느끼게 생기기 직전이었는데 그와중에도 왠지 다니엘과 그 꼬맹이와의 관계진전이 방해꾼이 저가 없어지니 술술 풀려갈것만같아서 불안했음. 이러다가 나중에 둘이 화해했을땐 다니엘은 이미 그 여자애랑 사귀고있을지도 모른다는생각에 급 마음이 급해진 하비에르는 다니엘을 잡을 덫을 어떻게든 만들고싶었음.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눈에 들어온건 결국 그날 돌려주지못했던 다니엘의 핑크빛 손수건이었음. 아마 다니엘은 연애 코칭 이야기로 손수건의 존재를 까맣게 잊었는지 돌려달라는 말을 따로 하지 않았고 그 후로 돌려줄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하비에르의 집에 머물게된 손수건은 이젠 다니엘이 돌려달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절대 돌려주고싶지 않은 물건 1순위로 자리잡으며 하비에르의 소중한물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상태였음.
그렇게 하비에르가 다니엘을 잡기위해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있을때 다니엘은 그동안 자신의 연애사업에대해서 일절 생각할 수도 없었고 생각하고싶지도 않은 상태에 들어갔음. 그는 그저 하비에르와 자신의 관계를 어떻게 해결해야되는지에 관해서만 전전긍긍하느라 더이상 그녀가 그를 무시하던 뒤에서 욕을 하던 신경쓰이지 않았고 어느순간부터 그녀보다는 하비에르와의 관계해결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기 시작했음. 다니엘은 정말 절박했음. 처음으로 취미를 이해해주고 다니엘 자체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났는데 이렇게 어이없게 이 관계를 끝내버릴수는 없었음. 하지만 수줍은 그의 성격은 하비에르와 마주하는걸 쉽게 허락해주지 않았고 답답해하는 마음관 달리 하비에르의 코트 자락이라도 보일라치면 발에 불나게 도망가는 자신이 점점 싫어질지경에 이르러서야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음. 다니엘은 만약 다음에야말로 하비에르를 발견한다면 꼭 자기가 먼저 다가가 말을 걸어보겠다고 굳게 결심했음.
-
다음날 다니엘은 한통의 문자를 받았음. 그건 그의 부하직원에게서 온 전달 메세지였는데 내용인즉슨 상사가 다니엘을 회의실로 부른다는거였음. 다니엘은 갑작스런 호출문자에 간단하게 하던 타이핑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상사가 오라고 했다는 회의실로 향했음. 회의실로 향하며 다니엘은 왠지 살짝 의문스러웠는데 지금 도착지로 정해진 회의실은 잘쓰지 않는 구석진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임. '잘 쓰지 않는 회의실로는 왠일이지?' 하고 생각한 다니엘을 금방 별거아닌듯한 의문을 지우고 발걸음을 빨리 놀렸음. 그렇게 한참을 열심히 걷고있는 다니엘의 눈가에 핑크색의 물체가 잡힘. 그건 아주 오래전에 머릿속에서 삭제된 그의 손수건이었고 다니엘은 그 핑크빛의 천을 도저히 모른척하고 지나갈 수 없었는데 그가 그 천을 주우려 앞에 다가가 허리를 숙이는 순간 갑자기 무언가 찜찜한 기분을 느낌. 그 손수건이 떨어져있는 곳은 화장실의 문앞이었는데 그 화장실은 다니엘이 하비에르와 처음 만났던 그 화장실이었음. 다니엘이 고개를 갸웃하며 손수건을 딱 집었을때 화장실 빡으로 갑자기 커다란 손이 쑥 튀어나와 어정쩡하게 허리를 핀 상태인 다니엘의 팔을 덮석 잡고는 화장실 안쪽으로 끌어당겼음.
9.
다니엘은 팔을 꽉 붙잡힌채 한손엔 핑크색 손수건을 생명줄이라도 되는것마냥 꼬옥 쥐곤 화장실 안으로 쑤욱 딸려들어갔음. 그리고 그렇게 잡혀 들어가는 찰나의 시간동안 다니엘은 갑자기 드는 납치당해 장기를 팔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서워 울기 시작했고 엉엉 우는 다니엘에 그를 화장실로 잡아끈 사람은 크게 당황한듯 말을 더듬었음.
"어, 어 그게, 울릴생각은 아니었는데...."
다니엘을 자신을 납치하려던 사람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번쩍 고개를 들어올렸음. 그 사람,아니 남자는 목소리로 이미 알아챘듯 너무나 당연하게도 하비에르였고 다니엘은 그 순간 납치를 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때보다 더 서럽게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음.
"갑자기 놀라게 한건 제가 잘못했어요. 다니엘 제발 그만울어요."
"어엉유ㅜ 파알..허엉"
"네? 팔...?"
"팔아파아엉으헝어엉"
다니엘은 그말을 끝으로 처음봤던 그날처럼 숨넘어갈듯 울기시작했고 하비에르는 당황해 아직까지도 꽈악 붙잡고 있던 팔을 그제야 인식하고 퍼드득 놓아줬음. 그리고 그의 팔 셔츠를 걷어올려 상태를 확인하곤 그를 달래주려 살살 쓰다듬었음, 다니엘의 팔엔 그가 그 솥뚜껑만한 손으로 얼마나 세게 붙잡았는지 시뻘건 손도장이 떡하니 찍혀있었고 괜찮아지라고 살살 문질러봐도 별로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듯했음.
하지만 다니엘은 그냥 '하비에르가 자신을 무섭게 해서'라던가 '팔을 너무 세게잡아서' 같은 이유로 눈물을 터트린게 아니었음. 그는 그냥 하비에르의 얼굴을 보자마자 너무 서러웠을 뿐이었음. 말도안되는 입술박치기로 다니엘이 아끼던 둘의 관계를 변화시킨 것, 그자리에서 자신을 버리고 그냥 도망쳐버린 것, 그렇게 상황을 만들어놓고는 당황해 도망치는 자신을 붙잡지 못한 것. 끝으로는 결국 다니엘이 하비에르에 대한 생각 밖에 할 수 없게 만든 것- 그 모든게 다니엘에겐 너무 힘든 시간들이었고 너무 큰 변화였음.
하비에르는 다니엘의 등을 살살 쓰다듬으며 다니엘의 속은 알지도 못한채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했음. 그의 상냥한 위로에 입술을 깨물며 조금씩이나마 진정하려고 노력하던 다니엘은 곧 서운한 감정들을 얹어 어리광이라도 피우듯 칭얼대기 시작했음. 다니엘이 하비에르와 대면하게된다면 제일먼저 하고싶었던 말은 사실 왜 도망쳤냐였지만 다니엘은 그의 얼굴을 보자 북받쳐오르는 감정에 그냥 같은소리를 앵무새마냥 되풀이 할 수 밖에 없었음.
내가 괜찮다고 했을지도 모르는거잖아-, 그럴 수도 있잖아요.., 그냥 내가 이해해 줬을 수 도 있잖아요., 그냥, 난... 울먹거리는 목소리를 완전히 정상으로 돌리진 못한채 말꼬리를 길게 늘린 다니엘은 아무말도 없이 쭈그려앉아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버린 자신을 그윽히 바라보기만하는 하비에르와 눈을 맞췄음. 하비에르는 기쁜건지 슬픈건지 모를 얼굴로 그를 빤히 바라보며 할말이라도 있는듯 입술을 달싹거리다 이윽고 말문을 열었음.
"다니엘, 좋아해요."
10.
밑도끝도 없는 하비에르의 돌직구 고백에 다니엘은 순간 몸을 딱딱하게 굳혔음. 그도 몇번정도야 혹시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은 해봤었지만 당연히 곧 그 말도 안되는 망상에 혹시 도끼병이라도 걸린거 아니냐며 자신을 자책하기에 바빠 금방금방 기억속 뒤편으로 사라지고는 했던 선택지였고 더더군다나 다니엘은는 자신이 하비에르와의 냉전기간동안 그에게 친구이상의 호감을 어느정도 가지게 되었다는걸 인지함과 동시에 가장 유력한 예상후보였던 고백이라는 선택지를 당연하다는 듯 버릴 수 밖에 없었는데 그에게 사랑이라는건 곧 짝사랑이었고 반대편도 자신과 같은 마음을 가진다는건 사실 굉장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중 하나였음. 때문에 다니엘의 예상도는 '장난이었다는 말과 함께 사과를 받는다', '그냥 사과를 받는다' 이렇게 두가지 밖에 없었고 그외에는 생각해보지도 않았던거임.
"너무 당황하진 말아줘요. 답을 강요할 생각은 없으니까. 무슨답이 나올지 대충 알고있기도 하고.."
"아니, 그게 아니라-"
"차라리 계속 어색한 채로 있는게 더 나았을지도 몰라요. 말하고 나면 끝이던지 아니던지 둘중 하나일테고 사실 아닐경우가 굉장히 희박하잖아요?"
당황하는 다니엘에게서 눈을 피하며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곤 멋쩍다는듯이 뒷목을 문지르던 하비에르는 다시 그와 눈을 마주치곤 말을 이었음.
"그래도 한번은 말해보고싶었어요. 완전히 끝이더라도 다니엘이 날 거북하게 생각하게 되더라도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지낼수는 없겠더라고요."
"하비에르씨, 아니라ㄴ-"
"미안해요 괜히 겁만 먹게 만든 것 같네요."
어느샌가 벌떡 일어난 하비에르가 다니엘의 팔 밑으로 손을넣어서 으챠! 하는 기합과 함께 그를 일으켰고 살짝 다리가 풀린듯 비척대는데다 갑작스런 하비에르의 행동에 깜짝 놀라기까지한 다니엘에 흐흐 웃더니 무릎도 솥뚜껑만한 손으로 탁탁 털어주기까지한 그는 이제 끝이라는듯한 목소리로 이만 가보겠다고 말하며 상사가 오라던 문자는 자기가 수쓴거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말과함께 자리를 뜨려했음.
"잠깐만요!!! 내 말좀 들어봐요!!"
그리고 그 순간 살짝 화난듯한 다니엘의 목소리가 하비에르의 등짝을 강타함. 하비에르는 이제 끝이지만 그래도 나름 멋있게라도 보이겠다고 미련없이 돌아서 뒤도 안보고 나갈생각이었는데 다니엘의 호통소리에 깜짝 놀라서 미련 뚝뚝 떨어지는 눈길로 뒤돌아봄.
"말 끝났으면 내말도 들어줘야지 혼자 할말 다하고 그냥 가버리면 단줄알아요?"
다니엘은 이번엔 도망치게 두지 않겠단 눈빛으로 뚫어져라 하비에르를 보는 중이었고 하비에르는 예상치못한 다니엘의 반응에 반쯤 넋이 나간 상태였음. 그리곤 곧 아까 아무말도 못하던 다니엘처럼 잔뜩 당황해서 말을 더듬거렸지만 다니엘을 그런 하비에르의 말을 단칼에 자르며 그답지 않게 몰아붙였음.
"내가 그렇게 호구인줄 알아요? 두번이나 그냥 도망가게 두게? 이제 내 입장도 한번은 생각해줄때 됐잖아요."
"도망치려던게 아니라.."
"조용히해요! 이제 내가 말할꺼니까!"
하비에르가 깜짝 놀라 입을 합 다물자 다니엘은 그제야 맘에 든다는듯이 표정을 살짝 풀었고 곧 무슨 결심이라도 하는듯이 레이스 손수건이 쥐어진 주먹을 꼬옥 쥐였음.
"나도..."
좋아해요..... 방금 호통치던 목소리와 꼬옥 쥔주먹에 들어가있던 결심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다니엘은 점점 콩알만해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음. 그리고 자기가 작게 말해놓고는 못들었으면 어떡하지 다시말해야 하나.. 그건 부끄러워서 싫은데 하면서 고민하는 다니엘을 하비에르가 덮석 끌어안음.
11.
하비에르는 다니엘을 끌어안고는 이게 꿈인지 생신지 확인하기위해 몰래 오른쪽 볼을 꽉 꼬집었음. 눈물이 찔끔 나오는거보니 현실이 맞긴한것같은데 아무래도 쉽게 덜컥 믿고 좋아하기 좀 껄끄러웠음. 하비에르는 언뜻언뜻 다니엘이 그간 그의 도움을 받으며 키워나가고 있던 짝사랑이 어딘가 마음에 걸렸던거임. 물론 순해빠진 다니엘이 어장관리를 하려는건 당연히 아니겠고, 직접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나서서 좋아한다는 말까지 해줄정도라면 그가 구십프로 진심이라는게 체감으로 전해지다못해 가슴 깊은곳을 감동으로 웅웅 울릴정도였지만 하비에르는 계속 나머지 십프로가 탐탁지 않았음. 그는 다니엘이 자기랑 떨어져있는동안 감정적으로 잠깐 친구를 잃었다는 상실감을 느낀것때문에 어딘가 큰 착각을 하고있는게 아닌가하는 의심을 쉽게 멈출 수 없었고 혹시나 나중에 다니엘의 맘이 바뀔까 급해진 마음에 밑도끝도없이 그의 얼굴위로 입술을 디밀었음.
"끄아아ㅣ앙ㄴ"
다니엘은 갑자기 다가오는 하비에르의 얼굴에 깜짝놀라 그를 있는힘껏 밀었고 비록 비명소리는 살짝 여성스러웠을지라도 엄연한 남성 그것도 매우 건강한 남성의 신체에서 위기의 순간에 쥐어짜져 나온 힘은 나름 엄청났음. 철퍼덕하고 하비에르가 화장실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동시에 퍽 하고 화장실벽에 뒷통수를 박았음. 하비에르는 다니엘이 나중에 이 관계를 무르지 못하게 하기위해서 진도를 빨리 빼야겠다 생각했는데 그도 정말 자길 좋아한다면 키스정도는 받아들여줄거라고 믿었고 그게 당연하다 생각했음. 다른 연인들은 만나자마자 침대로 가는 마당에 키스정도면 매우 양호한편 아닌가!! 그는 아픔과 억울함으로 뒤범벅되어 눈물이 찔끔 나올것만 같았음.
"미안해요.. 이렇게 세게 밀 생각은 아니었는데.. 키,키스는 원래 사귀고 어느정도 친밀해진후 하는거라 생각해서..."
"다니엘, 저흰 이미 아주 친밀한 사이잖아요. 심지어 이젠 좀 더 비밀스러운 사이이기도 하고-"
"그래도 아직은 너무 일러요.."
쉽게 고개를 들지 못하며 온몸으로 미안함을 표현하는 다니엘에게 비디오 게임을 빼앗긴 사춘기 소년마냥 꿍얼꿍얼 거리던 하비에르는 우물쭈물거리면서도 단호함이 내포되어있는 그의 말에 속으로 한숨을 푸욱 내쉬었음. 그래.. 맞다.. 저게 다니엘이었지... 하비에르가 앞으로의 험난한길을 예상하며 머리를 쥐어싸매기 시작할때 다니엘은 머뭇머뭇 하비에르의 뒷통수에 손을올려 아프지 말라는듯 슥슥 쓰다듬으며 불건전한 연애가 얼마나 나쁜 결과를 불러오는지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있었음. 그리고 다니엘이 어느정도 말을 정리하자 하비에르가 그의 얼마 남지 않은 뒷말을 자르며 문득 물어왔음.
"그럼 다니엘, 뭐 하나만 물어봐도돼요?"
"네? 뭘요?"
"손은 잡아도 될까요?"
.....네. 주저앉아있던 하비에르가 손을 뻗으며 묻자 고민하던 다니엘이 조금 늦게 긍정하며 손을 맛잡았고 그 반동으로 벌떡 일어난 하비에르가 씨익 웃으며 말했음.
"그래도 하나는 했네요."
미쳤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존나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니엘 씹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존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답글삭제선생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나더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나더어나더ㅠㅠㅠㅠㅠㅠㅠㅠ 행복해요
답글삭제씹귀함이라는것이 퍽.발.한다!!! 존좋ㅠㅠㅠㅠㅠ
답글삭제어나더가 있는거죠? 그런거죠?ㅠㅠㅠㅠㅠㅠㅜ너무 좋앜ㅋㅋㅋ쿠ㅜㅜㅠ
답글삭제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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