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친 상태
1.
선생님...제발 절 내버려두세요...
... 이런 바보같은 짓 이제 그만두세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실 겁니다. 지금 당신은 아니라고 부정하겠지만..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그만하면 충분히 겪으셨습니다. 더 이상 스스로를 괴롭히지 마세요. 이제 행복해지셔야죠. 당신은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으신 분입니다.
.. 아니요.. 전 그럴 자격 없어요....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건 당신이 결정하기 나름이에요.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믿는 순간 정말 불행한 사람이 되는 겁니다. 모든 건 자기 마음에서부터 비롯되니까요. 불가항력적인 일이었습니다....당신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자책하지 마세요.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기운 내세요. 이겨내셔야죠.
.... 이겨낸다구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죠........
...당장은 견디시기 힘든 거 압니다.. 하지만 틀림없이 괜찮아지실 거에요.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을 괴롭히는 모든 감정들은 시간과 함께 자연스럽게 흘러갈 겁니다. 자책하지 마시고 그냥 그렇게 내버려 두세요. 억지로 붙잡는다 한들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신 가족들이 당신의 이런 모습을 본다면 과연 기뻐할까요? 아마 그렇지 않을 겁니다. 그들은 당신을 사랑할 테니까요.. 그들을 생각해서라도 사셔야죠. 이겨내셔야 합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절대 이런 짓 하지 마세요.
........흐흑......흑흑.......
다니엘은 힘없이 울음을 터트렸다.
링겔이 꽂힌 야윈 팔로 그는 얼굴을 가리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휘쇼는 조심스레 그의 머리에 손을 올려 가만히 쓰다듬었다. 괜찮아지실 겁니다. 괜찮아질 거에요. 다니엘이 잠들 때까지 그는 마치 주문처럼 같은 말을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괜찮아지실 거에요. 괜찮아질 거에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수면제를 맞고 잠든 창백한 얼굴은 안쓰러울 정도로 지쳐보였다.
버석한 볼을 어루만지며 한참이나 그의 곁에 앉아있던 휘쇼는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고 고개를 젖힌 휘쇼는 나지막한 한숨을 쉬었다.
....그래. 영원한 건 없겠지.
삑삑삑삑. 비밀번호를 누른 그는 책상 서랍을 열고 작은 액자를 꺼냈다.
하지만..
그는 액자 속에 담긴 사진을 아련하게 바라봤다.
..어쩔 수 없잖아.
환하게 웃고 있는 다니엘을 어루만지는 손길은 섬세했지만 희미하게 흔들렸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다. 단지
어쩔 수 없잖아.
그는 일그러진 얼굴로 미소지었다.
2.
다니엘 저 왔어요-
휘쇼는 외투를 벗으며 그를 불렀지만 집안은 조용했다. 휘쇼는 빠르게 서재로 걸어갔다. 다니엘은 그곳을 좋아했고 휘쇼도 그곳에 있는 다니엘을 보는 것이 좋았다. 햇빛이 들어오는 커다란 창가 옆에 앉아 하얗게 부서질듯한 모습으로 창밖을 바라보던 얼굴이 이쪽을 향할 때의 그 기분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부쩍 초조해진 얼굴로 그를 찾아 모든 방과 거실 주방을 샅샅이 살피던 휘쇼는 마지막으로 욕실문을 벌컥 열었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고개를 젖혀 담배를 피우던 그는 화가 난 듯한 휘쇼를 보고 슬쩍 웃었다.
..왔어?
욕실에 있는 작은 유리창을 통해 스러져가는 빛이 흘러들어왔고 그의 옆에 놓여진 술병이 은은하게 빛났다.
술은 아직 안 마셨어.
...적당히 하세요. 건강에 안 좋잖아요.
휘쇼는 나른하게 담배연기를 뿜는 다니엘을 노려보며 말했다.
필터가 있잖아.
욕실 안을 가득 채운 구름같은 습기와 연기를 헤치고 성큼성큼 걸어 온 휘쇼는 그의 손에 들려있는 담배를 빼앗아 바닥에 던졌다.
...필터따위 아무 소용 없는 거 아시잖아요.
그래. 나도 알아.
그는 무심하게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모두 걸러주지는 못하지. 시간처럼.
불그스름하게 땅거미지는 하늘을 쳐다보던 다니엘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휘쇼가 옷을 벗고 있는 모습을 그는 말없이 지켜봤다. 무심한 눈동자와 욕망이 담긴 눈동자는 서로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어느새 나신을 드러낸 휘쇼가 천천히 물속으로 들어왔고 다니엘은 무릎을 세웠다. 일렁거리던 물결이 가라앉았고 욕실 안에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와 희미한 바람소리만이 들렸다. 두 사람의 호흡이 섞여 든 더운 공기 속에 아릿한 긴장감에 휩쌓인채로 둘은 침묵했다.
...해도 되요?
속삭이듯 휘쇼가 물었다. 욕조 틀에 팔을 대고 한쪽 머리를 기대고 있던 다니엘은 아무 말이 없었다. 휘쇼는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
..왜..하고 싶다며.
아무렇지 않게 무릎을 벌린 다니엘은 휘쇼의 놀란 얼굴에 조금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싫으면 말..
순식간에 다가와 그의 다리사이에 자리잡은 휘쇼가 다니엘의 입술을 물어뜯듯이 집어삼켰다. 젖은 뒤통수를 끌어안고 깊숙히 혀를 집어넣으며 휘쇼는 다니엘이 숨막혀 할 때마다 간간이 입술을 떼고 뜨거운 숨을 몰아쉬고는 다시 키스했다. 성난 하체를 노골적으로 부비며 집요하게 키스하는 휘쇼는 왠지 평소와는 분위기가 달라 보였고 그 모습에 조금 긴장한 다니엘이 헐떡이며 천천히 하라고 달래듯이 말했지만 그 말을 듣고 더욱 흥분하며 휘쇼는 그의 목을 깨물면서 성급하게 안으로 들어왔고 다니엘은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다.
기진맥진 늘어져있는 다니엘을 끌어안고 침실로 온 휘쇼는 그를 똑바로 눕혔다. 힘없이 올려다보는 파란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응시하며 한쪽 다리를 높이 들어올린 휘쇼는 또다시 그의 안으로 파고들었고 다니엘은 입술을 깨물며 시트를 부여잡았다. 제발 좀 살살 하라고 다니엘이 지친듯이 말했지만 휘쇼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그저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이제 그만해....
이번이 벌써 4번째였다. 휘쇼는 대답대신 그를 또 한번 세게 올려붙였고 엎드린채로 꿰뚫려있던 다니엘은 낮게 신음을 토했다. 무력하게 한참 흔들리다가 사정감이 찾아온 다니엘이 손을 앞으로 가져가려 하자 휘쇼는 그의 팔을 등 뒤로 결박했다. 얼굴을 시트에 박고 학학거리던 다니엘은 일부러 스팟을 피해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휘쇼의 밑에서 끙끙거리다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입술을 깨물고 발갛게 된 눈으로 돌아보며 엉덩이를 움직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야한 그의 모습에 이성을 잃은 휘쇼는 미친듯이 쾅쾅 박아대기 시작했고 마구잡이로 정신없이 흔들리던 다니엘은 지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사정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는 나에게 한없이 관대했다. 성의없이 굴 때도 그는 안중에도 없는 추억에 잠겨있을 때도 그는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서재 창가에 앉아 창밖을 보고 있으면 그는 장난치듯 다가와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날 사랑하냐고 언젠가 내가 물었을 때 그는 대답 대신 희미하게 웃었다.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고 우리는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잠이 들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제와 오늘 내일이라는 시간의 구분이 무색할 정도로 나에게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이따금의 즐거움과 순간의 쾌락 그리고 늘 똑같은 절망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와 함께하는 일상은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함께 산책하고 식사하고 몸을 섞고 잠드는 하루는 가끔 나에게 충만한 기분이 들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순간의 한 지점일 뿐이었다. 나는 여전히 죽고 싶었고 동시에 살고 싶었다. 나에게 이런 미련을 갖게 한 그가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원망스럽기도 했다. 확실한 건 그를 사랑하지는 않는다는 거였다. 그도 그걸 알고 있었다.
설사 내가 아니었다 한들 그에게 손을 내미는 아무에게나 그는 말없이 몸을 맡겼으리라. 그는 날 사랑하는게 아니다. 단지 살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으로 나의 요구에 부응하며 협력하는 것일 뿐이었다.그럼에도 난 지금이 매우 만족스럽다.가끔 그가 새장속의 새처럼 창밖을 보고 있으면 나는 장난처럼 그의 허벅지 위에 드러눕곤 했다. 언젠가 그가 날 사랑하냐고 물었을 때 난 어색한 웃음으로 대신했지만 쿵쾅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켜야 했다. 어쩔 수 없다고 치부되던 어둡고 음습했던 마음이 마치 처음으로 제 이름을 불린 것처럼 미친듯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사랑한다고 대답하는 순간 손안에 쥐고 있는 모래처럼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엷은 얼음 위에서 춤을 추고 있다. 잠시라도 멈추면 깨져서 가라앉아 버리는 차가운 얼음 위에서.
이 춤은 계속될 것이다.
내가 영원이라 믿고 싶은 찰나의 순간이 끝날 때까지.
1.
선생님...제발 절 내버려두세요...
... 이런 바보같은 짓 이제 그만두세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실 겁니다. 지금 당신은 아니라고 부정하겠지만..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그만하면 충분히 겪으셨습니다. 더 이상 스스로를 괴롭히지 마세요. 이제 행복해지셔야죠. 당신은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으신 분입니다.
.. 아니요.. 전 그럴 자격 없어요....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건 당신이 결정하기 나름이에요.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믿는 순간 정말 불행한 사람이 되는 겁니다. 모든 건 자기 마음에서부터 비롯되니까요. 불가항력적인 일이었습니다....당신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자책하지 마세요.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기운 내세요. 이겨내셔야죠.
.... 이겨낸다구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죠........
...당장은 견디시기 힘든 거 압니다.. 하지만 틀림없이 괜찮아지실 거에요.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을 괴롭히는 모든 감정들은 시간과 함께 자연스럽게 흘러갈 겁니다. 자책하지 마시고 그냥 그렇게 내버려 두세요. 억지로 붙잡는다 한들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신 가족들이 당신의 이런 모습을 본다면 과연 기뻐할까요? 아마 그렇지 않을 겁니다. 그들은 당신을 사랑할 테니까요.. 그들을 생각해서라도 사셔야죠. 이겨내셔야 합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절대 이런 짓 하지 마세요.
........흐흑......흑흑.......
다니엘은 힘없이 울음을 터트렸다.
링겔이 꽂힌 야윈 팔로 그는 얼굴을 가리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휘쇼는 조심스레 그의 머리에 손을 올려 가만히 쓰다듬었다. 괜찮아지실 겁니다. 괜찮아질 거에요. 다니엘이 잠들 때까지 그는 마치 주문처럼 같은 말을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괜찮아지실 거에요. 괜찮아질 거에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수면제를 맞고 잠든 창백한 얼굴은 안쓰러울 정도로 지쳐보였다.
버석한 볼을 어루만지며 한참이나 그의 곁에 앉아있던 휘쇼는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고 고개를 젖힌 휘쇼는 나지막한 한숨을 쉬었다.
....그래. 영원한 건 없겠지.
삑삑삑삑. 비밀번호를 누른 그는 책상 서랍을 열고 작은 액자를 꺼냈다.
하지만..
그는 액자 속에 담긴 사진을 아련하게 바라봤다.
..어쩔 수 없잖아.
환하게 웃고 있는 다니엘을 어루만지는 손길은 섬세했지만 희미하게 흔들렸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다. 단지
어쩔 수 없잖아.
그는 일그러진 얼굴로 미소지었다.
2.
다니엘 저 왔어요-
휘쇼는 외투를 벗으며 그를 불렀지만 집안은 조용했다. 휘쇼는 빠르게 서재로 걸어갔다. 다니엘은 그곳을 좋아했고 휘쇼도 그곳에 있는 다니엘을 보는 것이 좋았다. 햇빛이 들어오는 커다란 창가 옆에 앉아 하얗게 부서질듯한 모습으로 창밖을 바라보던 얼굴이 이쪽을 향할 때의 그 기분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부쩍 초조해진 얼굴로 그를 찾아 모든 방과 거실 주방을 샅샅이 살피던 휘쇼는 마지막으로 욕실문을 벌컥 열었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고개를 젖혀 담배를 피우던 그는 화가 난 듯한 휘쇼를 보고 슬쩍 웃었다.
..왔어?
욕실에 있는 작은 유리창을 통해 스러져가는 빛이 흘러들어왔고 그의 옆에 놓여진 술병이 은은하게 빛났다.
술은 아직 안 마셨어.
...적당히 하세요. 건강에 안 좋잖아요.
휘쇼는 나른하게 담배연기를 뿜는 다니엘을 노려보며 말했다.
필터가 있잖아.
욕실 안을 가득 채운 구름같은 습기와 연기를 헤치고 성큼성큼 걸어 온 휘쇼는 그의 손에 들려있는 담배를 빼앗아 바닥에 던졌다.
...필터따위 아무 소용 없는 거 아시잖아요.
그래. 나도 알아.
그는 무심하게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모두 걸러주지는 못하지. 시간처럼.
불그스름하게 땅거미지는 하늘을 쳐다보던 다니엘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휘쇼가 옷을 벗고 있는 모습을 그는 말없이 지켜봤다. 무심한 눈동자와 욕망이 담긴 눈동자는 서로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어느새 나신을 드러낸 휘쇼가 천천히 물속으로 들어왔고 다니엘은 무릎을 세웠다. 일렁거리던 물결이 가라앉았고 욕실 안에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와 희미한 바람소리만이 들렸다. 두 사람의 호흡이 섞여 든 더운 공기 속에 아릿한 긴장감에 휩쌓인채로 둘은 침묵했다.
...해도 되요?
속삭이듯 휘쇼가 물었다. 욕조 틀에 팔을 대고 한쪽 머리를 기대고 있던 다니엘은 아무 말이 없었다. 휘쇼는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
..왜..하고 싶다며.
아무렇지 않게 무릎을 벌린 다니엘은 휘쇼의 놀란 얼굴에 조금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싫으면 말..
순식간에 다가와 그의 다리사이에 자리잡은 휘쇼가 다니엘의 입술을 물어뜯듯이 집어삼켰다. 젖은 뒤통수를 끌어안고 깊숙히 혀를 집어넣으며 휘쇼는 다니엘이 숨막혀 할 때마다 간간이 입술을 떼고 뜨거운 숨을 몰아쉬고는 다시 키스했다. 성난 하체를 노골적으로 부비며 집요하게 키스하는 휘쇼는 왠지 평소와는 분위기가 달라 보였고 그 모습에 조금 긴장한 다니엘이 헐떡이며 천천히 하라고 달래듯이 말했지만 그 말을 듣고 더욱 흥분하며 휘쇼는 그의 목을 깨물면서 성급하게 안으로 들어왔고 다니엘은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다.
기진맥진 늘어져있는 다니엘을 끌어안고 침실로 온 휘쇼는 그를 똑바로 눕혔다. 힘없이 올려다보는 파란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응시하며 한쪽 다리를 높이 들어올린 휘쇼는 또다시 그의 안으로 파고들었고 다니엘은 입술을 깨물며 시트를 부여잡았다. 제발 좀 살살 하라고 다니엘이 지친듯이 말했지만 휘쇼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그저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이제 그만해....
이번이 벌써 4번째였다. 휘쇼는 대답대신 그를 또 한번 세게 올려붙였고 엎드린채로 꿰뚫려있던 다니엘은 낮게 신음을 토했다. 무력하게 한참 흔들리다가 사정감이 찾아온 다니엘이 손을 앞으로 가져가려 하자 휘쇼는 그의 팔을 등 뒤로 결박했다. 얼굴을 시트에 박고 학학거리던 다니엘은 일부러 스팟을 피해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휘쇼의 밑에서 끙끙거리다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입술을 깨물고 발갛게 된 눈으로 돌아보며 엉덩이를 움직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야한 그의 모습에 이성을 잃은 휘쇼는 미친듯이 쾅쾅 박아대기 시작했고 마구잡이로 정신없이 흔들리던 다니엘은 지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사정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는 나에게 한없이 관대했다. 성의없이 굴 때도 그는 안중에도 없는 추억에 잠겨있을 때도 그는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서재 창가에 앉아 창밖을 보고 있으면 그는 장난치듯 다가와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날 사랑하냐고 언젠가 내가 물었을 때 그는 대답 대신 희미하게 웃었다.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고 우리는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잠이 들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제와 오늘 내일이라는 시간의 구분이 무색할 정도로 나에게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이따금의 즐거움과 순간의 쾌락 그리고 늘 똑같은 절망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와 함께하는 일상은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함께 산책하고 식사하고 몸을 섞고 잠드는 하루는 가끔 나에게 충만한 기분이 들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순간의 한 지점일 뿐이었다. 나는 여전히 죽고 싶었고 동시에 살고 싶었다. 나에게 이런 미련을 갖게 한 그가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원망스럽기도 했다. 확실한 건 그를 사랑하지는 않는다는 거였다. 그도 그걸 알고 있었다.
설사 내가 아니었다 한들 그에게 손을 내미는 아무에게나 그는 말없이 몸을 맡겼으리라. 그는 날 사랑하는게 아니다. 단지 살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으로 나의 요구에 부응하며 협력하는 것일 뿐이었다.그럼에도 난 지금이 매우 만족스럽다.가끔 그가 새장속의 새처럼 창밖을 보고 있으면 나는 장난처럼 그의 허벅지 위에 드러눕곤 했다. 언젠가 그가 날 사랑하냐고 물었을 때 난 어색한 웃음으로 대신했지만 쿵쾅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켜야 했다. 어쩔 수 없다고 치부되던 어둡고 음습했던 마음이 마치 처음으로 제 이름을 불린 것처럼 미친듯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사랑한다고 대답하는 순간 손안에 쥐고 있는 모래처럼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엷은 얼음 위에서 춤을 추고 있다. 잠시라도 멈추면 깨져서 가라앉아 버리는 차가운 얼음 위에서.
이 춤은 계속될 것이다.
내가 영원이라 믿고 싶은 찰나의 순간이 끝날 때까지.
헉 분위기 지젼ㅠㅠㅠ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