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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은 춤을 추고 있었다.
어두컴컴하고 넓은 무대에는 음악조차 흐르지 않았다. 불빛은 딱 하나 켜진 조명이 전부였고, 그마저도 무대의 중앙만을 약하게 비출 뿐이었다. 그러나 벤은 자신이 춤을 춘다는 것 이외의 상황은 모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커다란 무대를 홀로 누비고 있었다. 쉼 없이 몸을 움직이며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또 동그랗게 비추는 조명 사이로 들어와 납작 몸을 숙이기도 했다. 그의 왜소한 몸집 따위는 전혀 고려할 만한 것이 못 되었다. 그는 허리를 어정쩡하게 굽히고 다리를 절며 곱추가 되나 싶더니, 순식간에 가슴과 손끝을 활짝 펴 개선장군이 되었다. 움직임은 컸다가 작아지고, 화려했다가 또 수수해졌다. 그 기복 때문에 몸짓은 지루해지지 않았고, 다음을 예측할 수 없어 보는 쪽을 더욱 애타게 했다.
다니엘은 관객석의 구석에서 벤의 춤을 보고 있었다. 그는 처음에 벤의 얼굴이 가물거릴 정도의 거리에 서 있었고, 그 다음부터는 벤의 몸짓을 좀 더 잘 볼 수 있을 만한 곳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5분이 지나지 않아 다니엘은 무대와 두 발자국 떨어진 곳에 서 있게 되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눈앞에서 흔들리는 벤의 몸을 홀린 듯이 관찰하고 있었다.
근육이 두드러지지 않은 왜소한 몸에 걸친 것이라고는 기장이 길고 나풀거리는 얇은 실크재질의 바지뿐이었다. 잔근육만이 촘촘히 달라붙어있는 상체는 그냥 보면 삐쩍 말라 매력이 없어보였지만 다니엘은 곧 그것에 대한 신경을 끄게 되었다. 몸을 기형적으로 구부리고 휘어뜨리며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까지 정교하게 움직이는 동안, 잔상을 놓치는 것마저 안타까워져 몸집이 어떻고 하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몸은 점점 송골송골 배어나는 땀방울에 덮여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고, 벤은 가끔 눈을 내리깔고, 또 크게 치뜨며 제가 만들어내는 행위에 도취되어 있었다. 다니엘은 이제 눈으로 받아들이는 것뿐만이 아니라, 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자체에 동요하기 시작했다. 벤의 춤은 다니엘을 흥분시키고 있었다.
그것이 절정에 이른 것은 벤이 온전히 자신의 춤에 빠졌을 때였다. 땀으로 빛나는 가슴팍 위로 어느새 두드러진 유두와, 속옷 없이 입은 물처럼 흐늘거리는 천 위로 간간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벤의 물건이 다니엘을 더 이상 집중할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상기된 얼굴로 여전히 스스로를 위한 춤을 추는 벤의 앞에서, 다니엘은 그에 의해 제 몸마저 반응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최대한 조용히 극장의 어둠으로 몸을 감추었다. 감추려고 했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도록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던 벤의 춤이 바로 그 때 끊어졌다. 다니엘은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미스터. 어디 가세요?
나른하게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살짝 가쁜 호흡이 섞여 있었다. 벤의 부름에 다니엘은 어정쩡하게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 허리 높이 위에 있는 무대의 끄트머리로 다가온 벤의 얼굴을 마주했다. 흐르는 땀을 훔치던 벤이 이마에 손을 대고 심호흡하고 있었다. 다니엘은 여기에서 어떻게 도망쳐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방해가.. 될 테니까 이제 가려고.
누구에게 방해가 되는데요?
조명을 등지고 선 탓에 벤의 눈은 잘 보이지 않았다. 당황할수록 시선은 갈피를 잡지 못해서, 다니엘은 의도치 않게 벤의 몸 상태만 몇 번이고 확인하고 있었다. 맥박이 빨라진다. 도망가고 싶어졌다. 다니엘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고개를 들고 까맣게 그림자가 진 벤의 눈으로 제 시선을 마주쳤다.
이런걸 좋아하시나요?
...그래.
그럼 올라오세요, 미스터.
...뭐?
행위예술은 그 범위가 넓어요. 가르쳐드리죠.
뭘...?
난 현대예술이 좋아. 뭘 해도 예술이 될 수 있으니까..
...
그리고, 당신도 원하잖아요.
벤의 시선이 다니엘의 몸을 훑었다. 더더욱 몸이 움츠러들었다. 벤은 웃었다. 다니엘은 거절할 수 없었다.
갤러리는 신경 쓰지 말아요. 예술이니까.
홀린 듯이 흐릿한 무대로 올라섰을 때, 벤이 그렇게 속삭였다. 그의 예술은 키스로 시작됐다.
벤은 춤을 추고 있었다.
어두컴컴하고 넓은 무대에는 음악조차 흐르지 않았다. 불빛은 딱 하나 켜진 조명이 전부였고, 그마저도 무대의 중앙만을 약하게 비출 뿐이었다. 그러나 벤은 자신이 춤을 춘다는 것 이외의 상황은 모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커다란 무대를 홀로 누비고 있었다. 쉼 없이 몸을 움직이며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또 동그랗게 비추는 조명 사이로 들어와 납작 몸을 숙이기도 했다. 그의 왜소한 몸집 따위는 전혀 고려할 만한 것이 못 되었다. 그는 허리를 어정쩡하게 굽히고 다리를 절며 곱추가 되나 싶더니, 순식간에 가슴과 손끝을 활짝 펴 개선장군이 되었다. 움직임은 컸다가 작아지고, 화려했다가 또 수수해졌다. 그 기복 때문에 몸짓은 지루해지지 않았고, 다음을 예측할 수 없어 보는 쪽을 더욱 애타게 했다.
다니엘은 관객석의 구석에서 벤의 춤을 보고 있었다. 그는 처음에 벤의 얼굴이 가물거릴 정도의 거리에 서 있었고, 그 다음부터는 벤의 몸짓을 좀 더 잘 볼 수 있을 만한 곳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5분이 지나지 않아 다니엘은 무대와 두 발자국 떨어진 곳에 서 있게 되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눈앞에서 흔들리는 벤의 몸을 홀린 듯이 관찰하고 있었다.
근육이 두드러지지 않은 왜소한 몸에 걸친 것이라고는 기장이 길고 나풀거리는 얇은 실크재질의 바지뿐이었다. 잔근육만이 촘촘히 달라붙어있는 상체는 그냥 보면 삐쩍 말라 매력이 없어보였지만 다니엘은 곧 그것에 대한 신경을 끄게 되었다. 몸을 기형적으로 구부리고 휘어뜨리며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까지 정교하게 움직이는 동안, 잔상을 놓치는 것마저 안타까워져 몸집이 어떻고 하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몸은 점점 송골송골 배어나는 땀방울에 덮여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고, 벤은 가끔 눈을 내리깔고, 또 크게 치뜨며 제가 만들어내는 행위에 도취되어 있었다. 다니엘은 이제 눈으로 받아들이는 것뿐만이 아니라, 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자체에 동요하기 시작했다. 벤의 춤은 다니엘을 흥분시키고 있었다.
그것이 절정에 이른 것은 벤이 온전히 자신의 춤에 빠졌을 때였다. 땀으로 빛나는 가슴팍 위로 어느새 두드러진 유두와, 속옷 없이 입은 물처럼 흐늘거리는 천 위로 간간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벤의 물건이 다니엘을 더 이상 집중할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상기된 얼굴로 여전히 스스로를 위한 춤을 추는 벤의 앞에서, 다니엘은 그에 의해 제 몸마저 반응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최대한 조용히 극장의 어둠으로 몸을 감추었다. 감추려고 했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도록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던 벤의 춤이 바로 그 때 끊어졌다. 다니엘은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미스터. 어디 가세요?
나른하게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살짝 가쁜 호흡이 섞여 있었다. 벤의 부름에 다니엘은 어정쩡하게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 허리 높이 위에 있는 무대의 끄트머리로 다가온 벤의 얼굴을 마주했다. 흐르는 땀을 훔치던 벤이 이마에 손을 대고 심호흡하고 있었다. 다니엘은 여기에서 어떻게 도망쳐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방해가.. 될 테니까 이제 가려고.
누구에게 방해가 되는데요?
조명을 등지고 선 탓에 벤의 눈은 잘 보이지 않았다. 당황할수록 시선은 갈피를 잡지 못해서, 다니엘은 의도치 않게 벤의 몸 상태만 몇 번이고 확인하고 있었다. 맥박이 빨라진다. 도망가고 싶어졌다. 다니엘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고개를 들고 까맣게 그림자가 진 벤의 눈으로 제 시선을 마주쳤다.
이런걸 좋아하시나요?
...그래.
그럼 올라오세요, 미스터.
...뭐?
행위예술은 그 범위가 넓어요. 가르쳐드리죠.
뭘...?
난 현대예술이 좋아. 뭘 해도 예술이 될 수 있으니까..
...
그리고, 당신도 원하잖아요.
벤의 시선이 다니엘의 몸을 훑었다. 더더욱 몸이 움츠러들었다. 벤은 웃었다. 다니엘은 거절할 수 없었다.
갤러리는 신경 쓰지 말아요. 예술이니까.
홀린 듯이 흐릿한 무대로 올라섰을 때, 벤이 그렇게 속삭였다. 그의 예술은 키스로 시작됐다.
분위기 좆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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