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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날은 눈부신 날이었다.
내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누워있었고 나는 실오라기 하나 없이 벗은채로 그 사람을 안고 있었다.
사랑의 말을 속삭이고 그의 귓볼에 키스하고 낮게 울리는 그의 웃음 소리를 들으면서.
런던의 변덕스러운 하늘 덕에 그날은 하염없이 비가 쏟아졌고 창문 바로 옆의 침대에서 우린 서로를 안고 넓은 침대를
굴러다녔다.
빛이 어스름하게 비쳤지만 내 눈에는 그렇게나 눈부실 수 없었다. 당신이
있고. 내가 있고.
-
여기까지가 내가 기억하는 미스터 크레이그와 나의 전생이예요.
라고 미스터 휘쇼가 말했다. 다니엘은 이 묘한 분위기의 남자가 대뜸
자신의 손목을 낚아채고 하는 말을 가만히 들었다. 분명 몇번 보지 않은 사인데도 낯설지 않은 그 손의
감촉이 이상했다.
미스터 휘쇼의 손바닥 안은 축축했고 손등은 거칠어보였다. 하지만 손목을
잡고있던 그 얇지만 마디가 굵은 그 손가락이 위치를 바꿔 단단하게 자신의 손가락 사이로 얽혀들어올 때 일종의 안도감을 느끼는 자신이 더 이상했다.
다니엘은 가만히 서서 휘쇼를 쳐다보았다. 자신보다 훨씬 가녀린 그를
어째서 뿌리치지 못하는 것인가. 팔을 한번 휘두르기만 해도 미스터 휘쇼는 휘청거리듯 떨어져나갈 것임이
분명했지만 어쩐지 그럴 수가 없었다.
휘쇼는 그 스카이 블루의 인형 같은 눈동자가 자신을 똑바로 보고 있음에 감사했다. 자신처럼 기억이 남아있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뿌리치지 않는
다니엘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그 기억이 단순한 환상이 아니었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처음 다니엘을 봤을 때 그 충격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꿈이었다고만 생각했지 그 꿈의 주인공이 버젓이 존재할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몇 번의 대화 끝에
익힌 그의 목소리는 꿈 속의 그 목소리여서 확신을 더했다.
그리고 비록 전생에 다니엘과의 끝이 어찌했는지는 기억해 낼 수 없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기억으로 마칠 연심이 그를 보자 무럭무럭 자라났고 사실은 그게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전생도 뭣도 아니고 단순한 꿈이었대도 상관없었다. 미스터 휘쇼는
미스터 크레이그를 본 그 순간부터 사실 사랑에 빠졌던 것이다.
다니엘은 미스터 휘쇼를 단번에 거절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이 마른
남성을 조금만 밀어냈어도 이렇게 고통스러운 일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 얽힌 손바닥의 감촉이 어째서 자신을
그리도 무력하게 했던가. 전생이라며 들려준 헛소리에 잠시 혹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저택은 넓었고 밀회를 위한 방은 셀 수도 없었다. 자신도 경험이 없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남자를 받아들이는 건 다니엘 인생에서 처음이었고 홀리듯 따라 걸어간 것도 처음이었다. 미스터 휘쇼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그대로 따라간 것이다.
바보같으니.라고 생각했다.
저택 안 쪽의 침대만 덩그러니 놓인 방에서 다니엘은 가쁜 숨과 앓는 신음을 내며 생각했다. 처음인 것 답게 넣는 것만으로도 다니엘은 고통에 몸을 떨어야 했다. 미스터
휘쇼는 아주 능숙하게 자기 다리사이로 자리를 잡고 풀어주려했지만 다니엘은 그것을 거절했다. 곧 후회했지만.
다 들어간 것인지, 허리를 멈춘 미스터 휘쇼가 다니엘의 위로 쏟아지듯
덮쳐오고, 가만히 다니엘을 안고 다니엘의 어깨에 턱을 올리고 다니엘의 귓가에 이렇게 속삭였다.
당신 안에 내가 잠기는 거 같아요.
다니엘은 어쩐지 그 말 한마디에 두려움도 고통도 잊고 떨리던 몸이 잠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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