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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하비에르는 실바모습을 상상하면 됨. 왜 하비에르인데 실바냐면 내가 실바 백금발을 좋아하기 때문이지
다니엘은 한 번의 결혼과 한 번의 이혼을 겪은 중년의 동화작가임. 전 부인과 결혼한 것도 사랑보다는 어딘가 정착하고 싶다는 마음에 한 것이었는데, 부인이 미적지근한 결혼생활에 질려 바람을 피고 결국 이혼까지 감. 그런 아내를 붙잡을 마음도 없던 다니엘은 순순히 이혼서류에 서명을 해줌.
아내가 떠난 후 다니엘은 기존에 살던 전원주택에서 작은 오피스텔로 이동을 하는데, 집은 몸 누일 수 있을정도만 되면 어디든 상관 없다고 생각한 다니엘은 좀 집 갚이 싸지만 치안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닌 곳으로 이사를 가는데 그 곳을 결정한 이유중 하나가 조금만 가면 다니엘이 원고를 넘기고 있는 출판사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
부인이 떠난 후 워낙 무심한 성격때문에 자기 자신에도 소홀해져서 밥도 잘 안 챙겨먹고 특별히 외출할 일 없으면 면도도 잘 안하고 살던 다니엘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책상 앞에 앉아 스텐드 불빛을 받으며 담배 한가치를 입에 물고 손을 바삐 움직이고 있었음. 마감이 코 앞이라 그런지 평소 그나마 챙겨먹던 인스턴트 식품도 먹지 않고 줄담배만 줄줄 피우던 다니엘의 손 끝에서는 그런 다니엘의 모습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달콤하고 아름다운 삽화들이 슥슥 그려짐.
요즘 컴퓨터로 그리는 방식은 어색하다며 아직도 물감과 붓으로 작업을 하는 다니엘의 손가락에는 얼룩덜룩 물감이 묻어 있지만 다니엘은 그런것 정도는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작업을 진행함.
캄캄했던 밤이 슬슬 어스름하게 밝아져 올 때 쯤 붓을 내려놓은 다니엘은 쓰고 있던 뿔테 안경을 벗고 침침한 눈을 집게손가락으로 살살 문지르며 한숨을 돌림. 이번에는 좋은 소재가 떠오르지 않아 고전을 했지만 가까스로 마감 기한을 맞춰 다행이라 생각하며 다니엘은 오른쪽 벽에 나 있는 창문을 통해 하늘을 바라봄. 어스름한 하늘을 보고는 대략 7시쯤 되었다 생각한 다니엘은 책상위에 곱게 올려져 있는 원고들을 집어 들어 누런 봉투에 조심스럽게 넣은 후 기다란 군청색 코트를 걸침.
약간의 돈이 들어있는 지갑과 원고, 핸드폰만을 챙겨 나온 다니엘은 걸어서 한시간 가량 걸리는 출판사를 향해 바삐 걸음을 옮김. 큰길로 나가려면 좁은 골목들을 굽이굽이 지나야 해서 다니엘은 골목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들을 이리저리 피해가며 걸음을 재촉하는데, 막 코너를 돈 다니엘의 눈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이는게 아님?
다니엘이 눈을 가늘게 뜨고 그들을 바라보니, 이 동네 이사와서 간혹 눈에 띄던 마피아 무리임. 두어사람을 둘러 싼 검은 정장 무리가 발과 손을 바삐 움직이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본 다니엘은 무섭다기보다는 길을 돌아서 가야 한 다는 사실에 조금 짜증을 내며 미간을 찌푸린 그 때, 한 쪽에 서서 검은 정장 무리를 지켜보던 커다란 덩치의 백금발의 사내와 눈을 마주치고 말음.
순간 마주친 시선에 다니엘은 조금 놀랐지만, 겨우 이정도 목격했다고 사람을 썰어다 시멘트에 담궈버릴 정도로 마피아들이 한가롭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다니엘은 자연스럽게 시선을 피하고는 몸을 돌려 그 골목을 빠져나감.
조금 시간이 더 걸려 출판사에 도착한 다니엘은 막 출근한 담당자에게 원고를 맡기고 건물을 나선 다니엘은 기왕 나왔으니 머리나 좀 하고 갈까 하고 근처에 있던 헤어샵을 들림. 며칠 세수도 잘 하지 않아 수더분해진 다니엘을 본 미용사가 다니엘에게 면도도 원하냐고 하자 다니엘은 기왕 머리까지 하고 가는김에 그것도 해치우고자 해달라고 함.
사각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들쭉날쭉하게 길어진 머리카락이 다니엘이 항상 귀찮아 고수하던 짧은 머리로 바뀌고, 하얀 면도크림이 발라진 턱이 미용사의 손길에 깨끗하게 변함. 깔끔하게 변한 모습에 나름 흡족한 다니엘은 턱을 쓱쓱 만지면서 계산을 하고는 근처에 있던 마트에 들려 이런저런 식료품을 구입하고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집으로 향함.
집에 도착하면 오랜만에 푹 자려는 계획을 세우며 다니엘이 원래 아까 지났어야 하는 골목으로 들어서자 아까 전 까지는 골목을 꽉 메우던 사내들이 싹 사라진것에 다니엘이 겉으로 표 안나게 만족해하며 천천히 걸어가는데, 갑자기 누군가 다니엘을 불러 세운거임.
아까는 보지 못 했지만 담벼락 아래 그늘진 곳에 아까 보았던 덩치가 큰 백금발 사내가 한 손에는 아직도 타들어가고 있는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상태로 다니엘을 바라보고 있는게 아님? 다니엘은 일단 불렸으니 무슨 할 말이 있겠거니 싶어 멈춰서서 그 사내를 바라보는데, 백금발 사내는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던져 검은 광택이 나는 구두로 비벼 끈 후 다니엘에게 성큼성큼 다가감.
순식간에 사내와 한발자국 정도의 거리만 남기고 마주하게 된 다니엘이 사내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그런 다니엘의 푸른 눈동자를 마주한 사내는 뭔가 하고 싶으 말이 있지만 잘 안 나온다는 듯이 입을 몇 번 뻐끔거리다 허둥지둥 자기 목에 두르고 있던 검은 목도리를 벗어서 다니엘에게 둘둘 말아주고는 춥게 하고 다니지 말라 한마디 툭 던지고는 골목 안 쪽으로 바삐 사라져버림.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다니엘은 오랜만에 당황하며 엉성하게 자기 목에 둘둘 감긴 목도리를 몇번 매만지고는 손에 짐도 있고 하니 다시 묶기 귀찮아 그냥 그대로 집으로 향함
그 뒤로 다니엘이 잠깐잠깐 밖에 나갈 때 마다 묘하게 그 백금발 남자와 마주치는 횟수가 늘어남. 남자가 부하인지 동료인지 구별 안 가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때 만나기도 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다니엘이 자주 다니는 골목 어귀에서 불쑥 나타나기도 함. 보통 사람이었다면 이 사람이 무슨 이유로 나한테 이러나 의심을 할 정도지만 주변이나 자기한테 벌어지는 일에 별 관심이 없는 다니엘은 만나면 만나는갑다 하고 지나침.
남자는 그런 다니엘의 무심함과 달리 마주칠 때 마다 저번에 준 목도리는 어디 두고 그냥 나왔냐, 요즘 추운데 그 코트 하나로는 부족하지 않냐 하면서 다니엘이 장이라도 봐 오면 봉투 안 까지 뒤적거려가면서 이거 먹고 어떻게 사냐 좀 제대로 된 걸 먹어라 하고 잔소리를 시작함. 처음에는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던 다니엘인데, 그런 말을 하도 들으니 세뇌가 되었는지 조금씩 자기 자신을 챙기기 시작함.
그렇게 두 사람의 미묘한 나날들이 계속 되는데, 어느날 편집자와의 미팅이 있어 외출준비를 하던 다니엘은 예전이라면 그냥 코트 한장 더 걸쳤겠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안에 따뜻한 니트 한장 더 입고, 목도리까지 꼼꼼하게 하고 나서야 밖으로 나섬. 입술사이로 하얗게 나와 허공으로 사라지는 입김을 올려다보며 천천히 걷던 다니엘은 평소와는 조금 다른 길로 걷고 싶어져 항상 다니던 길의 옆길로 슥 빠져나감.
새로운 길이지만 항상 다니던 길과 비슷한 모습에 조금 실망하는 다니엘의 눈에 백금발 사내가 다른 사람의 목을 꽉 움켜쥐고 벽에 몰아붙이는게 들어옴. 자기보다 한치 더 작은 남자의 목을 조르며 조금 떨어져 있는 다니엘에게는 들리지 않지만 귓가에 으르렁거리듯이 무언가 말하는 그 모습에 항상 다니엘에게 먼저 다가와 이것저것 퉁명스럽게 챙기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전형적인 마피아의 모습 뿐임.
못 박힌듯 가만히 그 장면을 보고 있자 그들을 둘러 싸고 있던 사내들 중 하나가 하비에르에게 다가가 속닥이는데, 목을 조르고 있던 남자에게서 눈을 뗀 사내는 다니엘과 눈을 마주치자 흠칫 놀라며 움켜 쥐고 있던 목에서 손을 떼어냄. 마치 나쁜짓을 하다가 엄마에게 걸린 아이와 같이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하던 다니엘은 처음 남자와 만났을 때 처럼 시선을 피하고는 몸을 돌려 그 골목을 빠져나감. 다니엘의 뒤로 무언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 왔지만 다니엘은 혹시 약속시간에 늦을까 시계를 바라보며 걸음을 서두름.
그리고, 그 날 미팅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음. 편집자는 오늘따라 다니엘의 상태가 이상하다며 이런 상태로는 같이 일 못 하겠다는 말과 함께 가져왔던 원고와 기타 참고 자료들을 싹 챙겨서는 항상 다니엘과 미팅 할 때 애용하던 조용한 카페를 나감. 혼자 남겨진 다니엘은 자긴 평소와 하등 차이가 없는데 왜 그럴까 하고 식은 커피잔을 내려다보면서 고민을 하지만 딱 하고 나오는 답이 없음. 이리저리 고민해도 나오지 않는 답에 다니엘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잔 안에 남아있는 식은 커피를 한 입에 털어 넣고는 가게를 나섬.
요즘 꼼꼼하게 두르고 다니던 목도리도 귀찮에 느껴져 대충 몇번 목에 목도리를 휘감기만 하고 밖에 나온 다니엘은 목도리 사이로 파고드는 찬 바람에 어깨를 움츠리며 집으로 향함. 멍한 표정으로 걷던 다니엘은 자길 부르는 목소리에 문뜩 정신을 차리고 느리게 주변을 둘러보는데, 예전에 그 백금발 사내와 처음 만나 대화를 했던 그 골목임. 그때와 같은 장소에 서서 다니엘을 부른 사내는 자기가 불렀으면서 불린사람마냥 안절부절하는 모양새로 다니엘에게 살짝 주춤거리며 다가옴.
그 모습을 약간 귀엽다고 생각한 다니엘은 그때와 마찬가지의 상황에 물끄러미 사내를 올려다봄. 다니엘과 마주보던 사내는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손을 들어 다니엘의 목에 대충 둘러져 있는 목도리를 풀어 다시 둘러주면서 따뜻하게 다니라고 하고는 몸을 돌림. 사내가 한발자국 발을 뗀 순간 갑자기 뒤에서 잡아당기는 힘에 고개를 돌려 보니 다니엘이 사내의 옷자락을 잡고는 올려다 보는게 아님? 사내를 멈춰 세운 다니엘은 검은 가죽 장갑에 감쌓인 손을 잡고는 무작정 잡아 끌고 집으로 향함.
뿌리친다면 뿌리칠 수 있는 힘이지만 사내는 다니엘에게 손을 꼭 잡힌상태로 끌려감. 집에 도착하고 잠긴 문을 연 다니엘은 사내부터 집 안으로 들인다음 주방으로 향함. 달그락 거리면서 주전자를 꺼내 물을 담고 끓이기 시작하는 다니엘의 뒷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사내는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는데, 책상 한쪽에 수북하게 쌓인 담배꽁초를 보고는 인상을 찌푸리고, 한 쪽에 잘 걸려 있는 자기가 준 목도리를 흐뭇하게 바라보기도 하고, 여기저기 널려있는 스케치들과 물감들을 신기하게 구경함.
하얀 머그 두 잔에 담긴 뜨거운 물에 티백을 넣은 다니엘이 그런 남자에게 머그 하나를 건내주고는 작은 거실에 놓여있는 소파에 털썩 주저 앉음. 사내도 반대편 소파에 걸려있는 다니엘이 언제 벗어둔지 모르는 겉옷들을 한쪽으로 치우고는 소파 끝에 걸터앉음. 아무 말 없이 뜨거운 차를 호호 불어가며 마시는 다니엘의 눈치를 살피던 사내가 조심스럽게 머그에 입을 데기 시작하자, 다니엘이 갑자기 뜬금없이 이름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봄.
갑작스런 다니엘의 물음에 혀를 데일뻔한 남자가 황급히 머그에서 입을 떼며 하비에르라고 대답하자 나이는? 직장은? 집은? 하고 다니엘이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함. 대답하기 어려운 부분은 대충 넘기며 어떻게든 성실하게 대답한 하비에르는 동갑이거나 나이가 더 많을거라 예상했던 다니엘을 비웃듯이 다니엘보다 한살 적은 연하였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듣던 다니엘은 서랍을 뒤적이더니 작은 열쇠 하나를 하비에르에게 건네주고는 다음부터는 밖에서 기다릴꺼면 안에 들어오라고 말함.
손 안에 들어온 작은 열쇠를 꼭 쥐고 송아지 같은 눈으로 바라보는 하비에르의 모습에 다니엘은 이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귀여운 사람이라 속으로 생각을 함. 그 뒤로 참새가 방앗간 들리듯 다니엘의 집에 들락거리게 된 하비에르는 커다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다니엘이 벗어 둔 옷가지나 대충 치워둔 쓰레기들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함. 꼼꼼한 주부마냥 집안을 돌보기 시작한 하비에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 다니엘이 자기가 하겠다며 나섰지만, 다니엘이 치운다고 치운걸 보고는 영 성에 차지 않은 하비에르가 다시 손을 대는 것을 보고는 깔끔하게 포기함.
하비에르가 다니엘의 집에 들락거리를 횟수도 많아지고, 곁에 있는 시간도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다니엘의 집에 하비에르의 물건이 늘어남. 조그만 생필품정도이지만 그 전보다 꽉 차 보이는 집을 보던 다니엘은 아무래도 이 작은 집으로는 덩치있는 두 사람을 감당하기 힘들것 같아 이사를 결심함.
이혼하기 전에 살던 집 처럼 작은 주택을 근처에서 구한 다니엘이 계약을 끝내고 와서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다니엘이 준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온 하비에르에게 열쇠를 이리 달라고 하는데, 앞 뒤 설명 없이 열쇠 달라는 다니엘의 말은 하비에르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켰고 갑자기 봉변아닌 봉변을 당한 하비에르는 밀려오는 배신감에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며 다니엘을 바라봄. 다니엘은 열쇠를 달라고 했는데 왜 안 줄까 하고 가만히 서서 하비에르를 바라보는데, 그 모습을 본 하비에르는 또 오해해서 내가 이 사람 안에 들어갈 여지가 한터럭도 없구나 하고 생각하고는 쥐고있던 열쇠를 거칠게 바닥에 던지고는 밖으로 나감.
물론 무심함을 넘어 눈새기질까지 있는 다니엘은 하비에르가 왜 저럴까 하고는 바닥에 떨어진 열쇠를 주워 주머니에 넣음. 그리고 그 다음날, 빠른 속도로 이사를 진행한 다니엘은 새 집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는 아직 아무 것도 없는 방이지만 저 방은 하비에르에게 쓰게 하면 되겠구나 하고는 고개를 주억거리는데, 하비에르에게 이사간 집 주소를 이야기 하지 않은게 생각난거임. 앗차 한 다니엘이 혹시 하비에르가 예전집으로 가서 헤매고 있는게 아닐까 하고 그쪽으로 향하는데, 집 근처로 가자 어디선가 고함소리가 들리는게 아님?
바쁜데 무슨 일이지 하며 미간을 약간 구긴 다니엘이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자 깨끗하게 비워진 집 안에서 하비에르가 예전에 본 것 같은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고함을 치며 빨리 찾아내라고 화를 내고 있는거임. 현관에 서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다니엘을 발견한 한 사람이 하비에르에게 다니엘을 가리키는데, 순간 화가난 하비에르와 눈이 마주친 다니엘은 처음보는 하비에르의 모습에 놀라 움찔함. 한 일자로 꾹 다물어진 입과 하늘로 치솟은 눈썹을 하고는 다니엘에게 성큼성큼 다가온 하비에르가 다니엘 손목을 확 잡아 끌고 이제는 비어있는 다니엘 작업실로 들어가면서 다들 나가있으라고 말함.
닫혀있는 문 너머로 사람들이 나가는 소리를 들은 다니엘이 방 한 가운데에 멀뚱하게 서서 머리를 연거푸 쓸어 올리며 방 안을 서성이는 하비에르의 모습을 말 없이 바라봄. 무언가 소리치려는 듯이 다니엘을 쏘아본 하비에르는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건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다니엘의 얼굴을 보고는 입술을 꽉 깨물고 화를 참으려는듯이 씨근덕거림.
그런 하비에르를 바라보던 다니엘이 하비에르에게 다가가자 한 손으로는 자기 얼굴을 가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접근하지 말라는 듯이 다니엘을 막은 하비에르는 제발 이쪽으로 오지 말라고, 자기가 무슨 짓을 할 지 모르겠으니 제발 이쪽으로 오지 말라고 사정함. 그런 하비에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다니엘은 자길 막아서고 있는 손을 꼭 잡고는 그 위에 주머니에 있던 물건을 올려줌.
갑자기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물체에 놀라 하비에르가 보자, 그 위에는 조그만 열쇠 하나가 올려져 있음. 이게 뭐지 하는 얼굴로 바라보는 하비에르에게 아무래도 집이 좁아서 이번에 새로 이사갔다고 새 집 열쇠라고 함. 조금 있으면 저녁때라고, 오늘 하루종일 이사해서 배고프다고 칭얼거리듯이 말 하는 다니엘을 멍하니 바라보는 하비에르의 손을 잡아 끌고 다니엘은 얼른 집으로 가자고 앞장섬.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들은 다니엘의 손에 잡혀 멍한 얼굴로 끌려나오는 하비에르의 모습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 결국 어깨르 으쓱이면서 원래 있던 담당구역으로 향함.
새 집에 도착한 다니엘은 아직 아무것도 없는 빈 방을 보여주면서 이제부터는 이쪽 방을 쓰라고, 필요한 가구나 물건이 있으면 가져다 놓으라고 말함. 멍하던 하비에르는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고는 자길 올려다보는 다니엘의 파란 눈을 바라봄.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이제까지 별 표정도 없고, 표현도 부족한 다니엘의 속 마음을 파악하기 힘들어 고생했지만, 어쩐지 지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함.
여기서 하비에르는 실바모습을 상상하면 됨. 왜 하비에르인데 실바냐면 내가 실바 백금발을 좋아하기 때문이지
다니엘은 한 번의 결혼과 한 번의 이혼을 겪은 중년의 동화작가임. 전 부인과 결혼한 것도 사랑보다는 어딘가 정착하고 싶다는 마음에 한 것이었는데, 부인이 미적지근한 결혼생활에 질려 바람을 피고 결국 이혼까지 감. 그런 아내를 붙잡을 마음도 없던 다니엘은 순순히 이혼서류에 서명을 해줌.
아내가 떠난 후 다니엘은 기존에 살던 전원주택에서 작은 오피스텔로 이동을 하는데, 집은 몸 누일 수 있을정도만 되면 어디든 상관 없다고 생각한 다니엘은 좀 집 갚이 싸지만 치안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닌 곳으로 이사를 가는데 그 곳을 결정한 이유중 하나가 조금만 가면 다니엘이 원고를 넘기고 있는 출판사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
부인이 떠난 후 워낙 무심한 성격때문에 자기 자신에도 소홀해져서 밥도 잘 안 챙겨먹고 특별히 외출할 일 없으면 면도도 잘 안하고 살던 다니엘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책상 앞에 앉아 스텐드 불빛을 받으며 담배 한가치를 입에 물고 손을 바삐 움직이고 있었음. 마감이 코 앞이라 그런지 평소 그나마 챙겨먹던 인스턴트 식품도 먹지 않고 줄담배만 줄줄 피우던 다니엘의 손 끝에서는 그런 다니엘의 모습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달콤하고 아름다운 삽화들이 슥슥 그려짐.
요즘 컴퓨터로 그리는 방식은 어색하다며 아직도 물감과 붓으로 작업을 하는 다니엘의 손가락에는 얼룩덜룩 물감이 묻어 있지만 다니엘은 그런것 정도는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작업을 진행함.
캄캄했던 밤이 슬슬 어스름하게 밝아져 올 때 쯤 붓을 내려놓은 다니엘은 쓰고 있던 뿔테 안경을 벗고 침침한 눈을 집게손가락으로 살살 문지르며 한숨을 돌림. 이번에는 좋은 소재가 떠오르지 않아 고전을 했지만 가까스로 마감 기한을 맞춰 다행이라 생각하며 다니엘은 오른쪽 벽에 나 있는 창문을 통해 하늘을 바라봄. 어스름한 하늘을 보고는 대략 7시쯤 되었다 생각한 다니엘은 책상위에 곱게 올려져 있는 원고들을 집어 들어 누런 봉투에 조심스럽게 넣은 후 기다란 군청색 코트를 걸침.
약간의 돈이 들어있는 지갑과 원고, 핸드폰만을 챙겨 나온 다니엘은 걸어서 한시간 가량 걸리는 출판사를 향해 바삐 걸음을 옮김. 큰길로 나가려면 좁은 골목들을 굽이굽이 지나야 해서 다니엘은 골목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들을 이리저리 피해가며 걸음을 재촉하는데, 막 코너를 돈 다니엘의 눈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이는게 아님?
다니엘이 눈을 가늘게 뜨고 그들을 바라보니, 이 동네 이사와서 간혹 눈에 띄던 마피아 무리임. 두어사람을 둘러 싼 검은 정장 무리가 발과 손을 바삐 움직이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본 다니엘은 무섭다기보다는 길을 돌아서 가야 한 다는 사실에 조금 짜증을 내며 미간을 찌푸린 그 때, 한 쪽에 서서 검은 정장 무리를 지켜보던 커다란 덩치의 백금발의 사내와 눈을 마주치고 말음.
순간 마주친 시선에 다니엘은 조금 놀랐지만, 겨우 이정도 목격했다고 사람을 썰어다 시멘트에 담궈버릴 정도로 마피아들이 한가롭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다니엘은 자연스럽게 시선을 피하고는 몸을 돌려 그 골목을 빠져나감.
조금 시간이 더 걸려 출판사에 도착한 다니엘은 막 출근한 담당자에게 원고를 맡기고 건물을 나선 다니엘은 기왕 나왔으니 머리나 좀 하고 갈까 하고 근처에 있던 헤어샵을 들림. 며칠 세수도 잘 하지 않아 수더분해진 다니엘을 본 미용사가 다니엘에게 면도도 원하냐고 하자 다니엘은 기왕 머리까지 하고 가는김에 그것도 해치우고자 해달라고 함.
사각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들쭉날쭉하게 길어진 머리카락이 다니엘이 항상 귀찮아 고수하던 짧은 머리로 바뀌고, 하얀 면도크림이 발라진 턱이 미용사의 손길에 깨끗하게 변함. 깔끔하게 변한 모습에 나름 흡족한 다니엘은 턱을 쓱쓱 만지면서 계산을 하고는 근처에 있던 마트에 들려 이런저런 식료품을 구입하고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집으로 향함.
집에 도착하면 오랜만에 푹 자려는 계획을 세우며 다니엘이 원래 아까 지났어야 하는 골목으로 들어서자 아까 전 까지는 골목을 꽉 메우던 사내들이 싹 사라진것에 다니엘이 겉으로 표 안나게 만족해하며 천천히 걸어가는데, 갑자기 누군가 다니엘을 불러 세운거임.
아까는 보지 못 했지만 담벼락 아래 그늘진 곳에 아까 보았던 덩치가 큰 백금발 사내가 한 손에는 아직도 타들어가고 있는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상태로 다니엘을 바라보고 있는게 아님? 다니엘은 일단 불렸으니 무슨 할 말이 있겠거니 싶어 멈춰서서 그 사내를 바라보는데, 백금발 사내는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던져 검은 광택이 나는 구두로 비벼 끈 후 다니엘에게 성큼성큼 다가감.
순식간에 사내와 한발자국 정도의 거리만 남기고 마주하게 된 다니엘이 사내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그런 다니엘의 푸른 눈동자를 마주한 사내는 뭔가 하고 싶으 말이 있지만 잘 안 나온다는 듯이 입을 몇 번 뻐끔거리다 허둥지둥 자기 목에 두르고 있던 검은 목도리를 벗어서 다니엘에게 둘둘 말아주고는 춥게 하고 다니지 말라 한마디 툭 던지고는 골목 안 쪽으로 바삐 사라져버림.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다니엘은 오랜만에 당황하며 엉성하게 자기 목에 둘둘 감긴 목도리를 몇번 매만지고는 손에 짐도 있고 하니 다시 묶기 귀찮아 그냥 그대로 집으로 향함
그 뒤로 다니엘이 잠깐잠깐 밖에 나갈 때 마다 묘하게 그 백금발 남자와 마주치는 횟수가 늘어남. 남자가 부하인지 동료인지 구별 안 가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때 만나기도 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다니엘이 자주 다니는 골목 어귀에서 불쑥 나타나기도 함. 보통 사람이었다면 이 사람이 무슨 이유로 나한테 이러나 의심을 할 정도지만 주변이나 자기한테 벌어지는 일에 별 관심이 없는 다니엘은 만나면 만나는갑다 하고 지나침.
남자는 그런 다니엘의 무심함과 달리 마주칠 때 마다 저번에 준 목도리는 어디 두고 그냥 나왔냐, 요즘 추운데 그 코트 하나로는 부족하지 않냐 하면서 다니엘이 장이라도 봐 오면 봉투 안 까지 뒤적거려가면서 이거 먹고 어떻게 사냐 좀 제대로 된 걸 먹어라 하고 잔소리를 시작함. 처음에는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던 다니엘인데, 그런 말을 하도 들으니 세뇌가 되었는지 조금씩 자기 자신을 챙기기 시작함.
그렇게 두 사람의 미묘한 나날들이 계속 되는데, 어느날 편집자와의 미팅이 있어 외출준비를 하던 다니엘은 예전이라면 그냥 코트 한장 더 걸쳤겠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안에 따뜻한 니트 한장 더 입고, 목도리까지 꼼꼼하게 하고 나서야 밖으로 나섬. 입술사이로 하얗게 나와 허공으로 사라지는 입김을 올려다보며 천천히 걷던 다니엘은 평소와는 조금 다른 길로 걷고 싶어져 항상 다니던 길의 옆길로 슥 빠져나감.
새로운 길이지만 항상 다니던 길과 비슷한 모습에 조금 실망하는 다니엘의 눈에 백금발 사내가 다른 사람의 목을 꽉 움켜쥐고 벽에 몰아붙이는게 들어옴. 자기보다 한치 더 작은 남자의 목을 조르며 조금 떨어져 있는 다니엘에게는 들리지 않지만 귓가에 으르렁거리듯이 무언가 말하는 그 모습에 항상 다니엘에게 먼저 다가와 이것저것 퉁명스럽게 챙기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전형적인 마피아의 모습 뿐임.
못 박힌듯 가만히 그 장면을 보고 있자 그들을 둘러 싸고 있던 사내들 중 하나가 하비에르에게 다가가 속닥이는데, 목을 조르고 있던 남자에게서 눈을 뗀 사내는 다니엘과 눈을 마주치자 흠칫 놀라며 움켜 쥐고 있던 목에서 손을 떼어냄. 마치 나쁜짓을 하다가 엄마에게 걸린 아이와 같이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하던 다니엘은 처음 남자와 만났을 때 처럼 시선을 피하고는 몸을 돌려 그 골목을 빠져나감. 다니엘의 뒤로 무언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 왔지만 다니엘은 혹시 약속시간에 늦을까 시계를 바라보며 걸음을 서두름.
그리고, 그 날 미팅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음. 편집자는 오늘따라 다니엘의 상태가 이상하다며 이런 상태로는 같이 일 못 하겠다는 말과 함께 가져왔던 원고와 기타 참고 자료들을 싹 챙겨서는 항상 다니엘과 미팅 할 때 애용하던 조용한 카페를 나감. 혼자 남겨진 다니엘은 자긴 평소와 하등 차이가 없는데 왜 그럴까 하고 식은 커피잔을 내려다보면서 고민을 하지만 딱 하고 나오는 답이 없음. 이리저리 고민해도 나오지 않는 답에 다니엘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잔 안에 남아있는 식은 커피를 한 입에 털어 넣고는 가게를 나섬.
요즘 꼼꼼하게 두르고 다니던 목도리도 귀찮에 느껴져 대충 몇번 목에 목도리를 휘감기만 하고 밖에 나온 다니엘은 목도리 사이로 파고드는 찬 바람에 어깨를 움츠리며 집으로 향함. 멍한 표정으로 걷던 다니엘은 자길 부르는 목소리에 문뜩 정신을 차리고 느리게 주변을 둘러보는데, 예전에 그 백금발 사내와 처음 만나 대화를 했던 그 골목임. 그때와 같은 장소에 서서 다니엘을 부른 사내는 자기가 불렀으면서 불린사람마냥 안절부절하는 모양새로 다니엘에게 살짝 주춤거리며 다가옴.
그 모습을 약간 귀엽다고 생각한 다니엘은 그때와 마찬가지의 상황에 물끄러미 사내를 올려다봄. 다니엘과 마주보던 사내는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손을 들어 다니엘의 목에 대충 둘러져 있는 목도리를 풀어 다시 둘러주면서 따뜻하게 다니라고 하고는 몸을 돌림. 사내가 한발자국 발을 뗀 순간 갑자기 뒤에서 잡아당기는 힘에 고개를 돌려 보니 다니엘이 사내의 옷자락을 잡고는 올려다 보는게 아님? 사내를 멈춰 세운 다니엘은 검은 가죽 장갑에 감쌓인 손을 잡고는 무작정 잡아 끌고 집으로 향함.
뿌리친다면 뿌리칠 수 있는 힘이지만 사내는 다니엘에게 손을 꼭 잡힌상태로 끌려감. 집에 도착하고 잠긴 문을 연 다니엘은 사내부터 집 안으로 들인다음 주방으로 향함. 달그락 거리면서 주전자를 꺼내 물을 담고 끓이기 시작하는 다니엘의 뒷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사내는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는데, 책상 한쪽에 수북하게 쌓인 담배꽁초를 보고는 인상을 찌푸리고, 한 쪽에 잘 걸려 있는 자기가 준 목도리를 흐뭇하게 바라보기도 하고, 여기저기 널려있는 스케치들과 물감들을 신기하게 구경함.
하얀 머그 두 잔에 담긴 뜨거운 물에 티백을 넣은 다니엘이 그런 남자에게 머그 하나를 건내주고는 작은 거실에 놓여있는 소파에 털썩 주저 앉음. 사내도 반대편 소파에 걸려있는 다니엘이 언제 벗어둔지 모르는 겉옷들을 한쪽으로 치우고는 소파 끝에 걸터앉음. 아무 말 없이 뜨거운 차를 호호 불어가며 마시는 다니엘의 눈치를 살피던 사내가 조심스럽게 머그에 입을 데기 시작하자, 다니엘이 갑자기 뜬금없이 이름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봄.
갑작스런 다니엘의 물음에 혀를 데일뻔한 남자가 황급히 머그에서 입을 떼며 하비에르라고 대답하자 나이는? 직장은? 집은? 하고 다니엘이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함. 대답하기 어려운 부분은 대충 넘기며 어떻게든 성실하게 대답한 하비에르는 동갑이거나 나이가 더 많을거라 예상했던 다니엘을 비웃듯이 다니엘보다 한살 적은 연하였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듣던 다니엘은 서랍을 뒤적이더니 작은 열쇠 하나를 하비에르에게 건네주고는 다음부터는 밖에서 기다릴꺼면 안에 들어오라고 말함.
손 안에 들어온 작은 열쇠를 꼭 쥐고 송아지 같은 눈으로 바라보는 하비에르의 모습에 다니엘은 이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귀여운 사람이라 속으로 생각을 함. 그 뒤로 참새가 방앗간 들리듯 다니엘의 집에 들락거리게 된 하비에르는 커다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다니엘이 벗어 둔 옷가지나 대충 치워둔 쓰레기들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함. 꼼꼼한 주부마냥 집안을 돌보기 시작한 하비에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 다니엘이 자기가 하겠다며 나섰지만, 다니엘이 치운다고 치운걸 보고는 영 성에 차지 않은 하비에르가 다시 손을 대는 것을 보고는 깔끔하게 포기함.
하비에르가 다니엘의 집에 들락거리를 횟수도 많아지고, 곁에 있는 시간도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다니엘의 집에 하비에르의 물건이 늘어남. 조그만 생필품정도이지만 그 전보다 꽉 차 보이는 집을 보던 다니엘은 아무래도 이 작은 집으로는 덩치있는 두 사람을 감당하기 힘들것 같아 이사를 결심함.
이혼하기 전에 살던 집 처럼 작은 주택을 근처에서 구한 다니엘이 계약을 끝내고 와서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다니엘이 준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온 하비에르에게 열쇠를 이리 달라고 하는데, 앞 뒤 설명 없이 열쇠 달라는 다니엘의 말은 하비에르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켰고 갑자기 봉변아닌 봉변을 당한 하비에르는 밀려오는 배신감에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며 다니엘을 바라봄. 다니엘은 열쇠를 달라고 했는데 왜 안 줄까 하고 가만히 서서 하비에르를 바라보는데, 그 모습을 본 하비에르는 또 오해해서 내가 이 사람 안에 들어갈 여지가 한터럭도 없구나 하고 생각하고는 쥐고있던 열쇠를 거칠게 바닥에 던지고는 밖으로 나감.
물론 무심함을 넘어 눈새기질까지 있는 다니엘은 하비에르가 왜 저럴까 하고는 바닥에 떨어진 열쇠를 주워 주머니에 넣음. 그리고 그 다음날, 빠른 속도로 이사를 진행한 다니엘은 새 집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는 아직 아무 것도 없는 방이지만 저 방은 하비에르에게 쓰게 하면 되겠구나 하고는 고개를 주억거리는데, 하비에르에게 이사간 집 주소를 이야기 하지 않은게 생각난거임. 앗차 한 다니엘이 혹시 하비에르가 예전집으로 가서 헤매고 있는게 아닐까 하고 그쪽으로 향하는데, 집 근처로 가자 어디선가 고함소리가 들리는게 아님?
바쁜데 무슨 일이지 하며 미간을 약간 구긴 다니엘이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자 깨끗하게 비워진 집 안에서 하비에르가 예전에 본 것 같은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고함을 치며 빨리 찾아내라고 화를 내고 있는거임. 현관에 서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다니엘을 발견한 한 사람이 하비에르에게 다니엘을 가리키는데, 순간 화가난 하비에르와 눈이 마주친 다니엘은 처음보는 하비에르의 모습에 놀라 움찔함. 한 일자로 꾹 다물어진 입과 하늘로 치솟은 눈썹을 하고는 다니엘에게 성큼성큼 다가온 하비에르가 다니엘 손목을 확 잡아 끌고 이제는 비어있는 다니엘 작업실로 들어가면서 다들 나가있으라고 말함.
닫혀있는 문 너머로 사람들이 나가는 소리를 들은 다니엘이 방 한 가운데에 멀뚱하게 서서 머리를 연거푸 쓸어 올리며 방 안을 서성이는 하비에르의 모습을 말 없이 바라봄. 무언가 소리치려는 듯이 다니엘을 쏘아본 하비에르는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건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다니엘의 얼굴을 보고는 입술을 꽉 깨물고 화를 참으려는듯이 씨근덕거림.
그런 하비에르를 바라보던 다니엘이 하비에르에게 다가가자 한 손으로는 자기 얼굴을 가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접근하지 말라는 듯이 다니엘을 막은 하비에르는 제발 이쪽으로 오지 말라고, 자기가 무슨 짓을 할 지 모르겠으니 제발 이쪽으로 오지 말라고 사정함. 그런 하비에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다니엘은 자길 막아서고 있는 손을 꼭 잡고는 그 위에 주머니에 있던 물건을 올려줌.
갑자기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물체에 놀라 하비에르가 보자, 그 위에는 조그만 열쇠 하나가 올려져 있음. 이게 뭐지 하는 얼굴로 바라보는 하비에르에게 아무래도 집이 좁아서 이번에 새로 이사갔다고 새 집 열쇠라고 함. 조금 있으면 저녁때라고, 오늘 하루종일 이사해서 배고프다고 칭얼거리듯이 말 하는 다니엘을 멍하니 바라보는 하비에르의 손을 잡아 끌고 다니엘은 얼른 집으로 가자고 앞장섬.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들은 다니엘의 손에 잡혀 멍한 얼굴로 끌려나오는 하비에르의 모습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 결국 어깨르 으쓱이면서 원래 있던 담당구역으로 향함.
새 집에 도착한 다니엘은 아직 아무것도 없는 빈 방을 보여주면서 이제부터는 이쪽 방을 쓰라고, 필요한 가구나 물건이 있으면 가져다 놓으라고 말함. 멍하던 하비에르는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고는 자길 올려다보는 다니엘의 파란 눈을 바라봄.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이제까지 별 표정도 없고, 표현도 부족한 다니엘의 속 마음을 파악하기 힘들어 고생했지만, 어쩐지 지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함.
이런 금무순에 무플이 왠말이뇨ㅠㅠㅠㅠ 금손아 너 내 취향을 어찌 이리 잘 아니ㅠㅠㅠㅠ 여기 웰치스 좀 먹구 ㅠㅠㅠㅠㅠ 어나더ㅠㅠ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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