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친 상태
피투성이가 되어 경찰서로 기어들어온 늙은 여인은 아주 공포에 질린 듯 보였어. 경찰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못했어. 그녀가 입을 열면 대답대신 쏟아지는건 비명소리였으니까. 무엇을 보여주던 밤이고 낮이고 쉬지않고 비명을 질러댔지. 맨중맨은 포기하지 않고 그녀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했어. 아주 조심스럽고 다정하게 말이야. 일주일이 지나고 그 불쌍한 늙은여인은 겨우 한마디를 내뱉을 수 있었지.
푸른....푸른 남자...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자신이 할일이 끝났다는 듯 그 여인은 죽고 말았어. 다른 이들은 살해를 당한거다 돌연사 한거다 말이 많았지만 맨중맨은 알 수 있었지. 그녀가 타살이든 돌연사든 자살이든, 결국 그 여인을 죽인건 공포라고. 그녀는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죽은거라는걸 말이야. 그녀의 마지막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을 한명의 사람만을 의심했어. 맨중맨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곧 이유를 알게됐어. 그는 푸른 수염을 가지고 있었어. 마을에서 가장 부자였고 가장 비밀스럽고 가장 잔혹한 남자였지. 맨중맨은 그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듣게 됬어. 매년 그 저택에 들어갔다가 다신 나오지 못하는 여인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맨중맨은 그 저택에 들어가기로 결심해. 이 모든 사건을 막기위해 말이야.
얼마 지나지않아 그는 생각보다 쉽게 저택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어. 저택에서는 자주 고용인을 바꾸곤 했었거든. 물론 한번 고용된 고용인들은 다신 마을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말이야. 맨중맨은 푸른수염의 아들을 보호하는 역을 맏게 됬어. 내심 그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맨중맨은 더 놀랄일이 생기고 말았지. 그 저택에 간 첫날, 붉은머리의 집사에게 푸른수염의 아들을 소개받던 그날에 말이야. 푸른수염의 아들은 아들이라고 하긴에 너무 나이가 많아 보였거든. 자신은 10대의 소년을 생각했었지만 새하얀 눈밭 가운데 서있던 사람은 자신과 동갑으로 보이는 청년이었어. 그는 반갑다는 얼굴로 자신의 이름을 말했어. 다니엘. 맨중맨은 악수를 건내며 자신을 마주하는 눈동자를 보며 한번 더 놀라고 말았지. 그는 너무 아름다운 사람이었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푸른수염이 입양한 아들이라는걸 알게 되었지.
둘은 급속도로 친해졌어. 동갑인데다 서로 취향도 잘 맞았고 어느 무엇보다 다니엘이 맨중맨을 아주 마음에 들어했지. 그렇다고 맨중맨이 다니엘을 덜좋아했다는건 아니야. 둘은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 아니 친구보다 더 돈독해 보였어. 마치 연인처럼 말이야. 둘은 가끔 숲속에 들어가서 이러저리 목적없이 걸어다니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했어. 봄이 찾아오는건지 그 날은 가랑비가 내렸었지. 숲을 거닐다 집으로 돌아오니까 옷은 전부 젖어 있었어. 그제야 싸늘함을 느낀 다니엘은 기침을 했지. 수건으로 머리를 닦아내던 맨중맨은 다니엘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아냈어. 다니엘은 맨중맨을 향해 밝게 웃었어.
고마워.
맨중맨은 자신도 모르게 다니엘의 뺨에 손을 가져다 댔지. 그러자 겨울눈처럼 차가운 뺨이 손가락에 닿았어. 곧 다니엘의 양볼은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어. 어느새 그의 양볼은 맨중맨의 손보다 더 따뜻해져있었지. 어린 아이같은 반응에 맨중맨은 살짝 미소 지었어. 그리곤 다니엘의 입술에 입맞췄지. 왜인지는 몰라. 그저 그래야만 했을것 같았고 그러고 싶었으니까. 입술을 떼고 맨중맨은 다니엘의 볼을 쓰다듬으며 그의 얼굴을 내려다 보았어. 평화로운 시간이었어. 맨중맨은 자신이 이 저택에 왜 온건지 잊을 정도로 말이야. 하지만 곧 이어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그 평화로운 정적은 끝나고 말았지. 비명소리쪽으로 맨중맨은 뛰어갔어. 다니엘은 맨중맨을 따라갔지. 비명소리를 따라가보자 피에 젖은 방이 나왔어. 복도 가장끝 푸른 수염이 그토록 감추려했던 그 방 말이야. 푸른수염의 부인은 놀라 바닥에 주저 앉아있었지. 방안 가득 천장엔 이제까지 푸른수염의 부인들의 시신이 보였어. 맨중맨은 서둘러 부인을 일으키고 그 방을 빠져왔어. 다니엘은 놀라 복도벽에 기대선채 둘을 바라보고있었지. 부인은 말을 더듬거리며 맨중맨에게 말했어
열쇠...열쇠가 아직 방안에 있어요. 그...그게 없으면 내가 저 방을 봤다는걸 들키고 말거에요!
부인은 울부짖었어. 맨중맨은 방안으로 다시 들어갔어. 그는 경찰이었지만 그토록 많은 시신과 그렇게 많이 훼손된 시신을 처음 보는듯 했어. 푸른수염은 시신을 조각내서 무언가를 만드는듯 해보였어. 마치 모자이크 처럼 말이야. 피에 젖은 바닥에 금으로된 열쇠가 반짝 거렸어 맨중맨은 재빨리 열쇠를 주워 방안을 빠져나와 부인에게 건냈어. 벌벌 떨던 부인을 방안으로 데려다준 맨중맨은 그제야 다니엘이 떠올랐어. 다니엘이 걱정되었지만 자신에 양손에 묻은 피를 닦아 내고 싶었지. 그는 화장실로가 손을 씻어냈어. 하지만 아무리 물로 행궈도 피는 지워지지 않았어. 마치 저주처럼 말이야. 맨중맨은 소름끼치는 느낌에 계속 피를 닦아냈어. 그때 맨중맨을 말리듯 다니엘이 그의 팔을 잡았어. 곁에 누가 온지도 모르고있던 맨중맨은 놀라 뒤로 주춤 물러 섰어. 다니엘은 걱정된다는듯 맨중맨을 쳐다봤어.
피가 지워지질 않아.
맨중맨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았어. 아까까지 손을 씻고 있었지만 어느새 열쇠를 쥐었던 손이 피 범벅이 되어 있었어. 다니엘이 맨중맨의 손을 잡고 손끝부터 차근차근 핥아 내기 시작했지. 맨중맨은 소스라치게 놀랐어. 하지만 다니엘은 놓아주지 않고 맨중맨은 손을 핥았지. 다니엘의 고개가 다시 위로 올라왔고 그는 맨중맨을 향해 씨익 웃었어.
이제 됐어. 이젠 푸른 수염은 모를거야.
맨중맨은 다니엘의 말에 자신의 손을 내려봤어. 그토록 물로 씻어내도 지워지지 않던 핏자국이 사라져있었지. 다니엘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어.
그 방에 닿았던 모든것에서 핏자국이 지워지질않아.
맨중맨은 다니엘을 껴안았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냐며 눈물섞인 목소리로 다니엘을 다독였지. 다니엘은 망설이다 맨중맨을 마주 안았어. 자신의 허리에 다니엘의 손이 닿자 맨중맨은 그의 입에 입맞췄어. 다니엘은 눈물을 터트렸지. 맨중맨은 그런 다니엘의 눈 코 이마에 차례로 입을 맞추며 그의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쓸었어. 다니엘은 맨중맨을 손을 끌어 그를 침대에 앉혔지. 다니엘은 그대로 하나씩 옷을 벗었어. 맨중맨은 멍하니 그런 다니엘을 쳐다보고만 있다가 다니엘이 마지막으로 걸치고 있던 옷마저 벗어을때 그를 거칠게 침대위로 눕혔지. 그리고 그의 몸 하나하나 빠트리지 않고 키스를 하며 그의 체취를 삼켰어. 다니엘은 그에게 안기며 속삭였지.
내가 죽을때까진 네가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맨중맨은 그의 말뜻을 알았어. 푸른 수염은 언젠가 다니엘을 죽일테니까. 갑자기 깊은 슬픔이 밀려오는듯 했어. 맨중맨은 다니엘을 더 깊게 껴안았어.
-----------------------
맨중맨은 서장에게 아주 긴 장문의 편지를 썼어. 푸른수염의 저택에서 시신의 방을 발견했다는것과 꼭 구해야될 사람이 있다는 것과 고용인들 전부가 공포에 휩쌓여서 아무도 진실을 고백하지 못할거라, 증인은 자신밖에 없을거라는 말과 함께 말이야. 편지를 단단히 봉인한후 편지를 보낼 방법을 궁리하던중 맨중맨은 창밖을 바라봤어. 그리곤 푸른수염의 마차를 발견했지. 그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어. 푸른수염이 일주일은 빨리 돌아오고 만거야. 맨중맨은 놀라 푸른수염의 방으로 달려갔지. 방에 가까워져 갈수록 다니엘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어. 제발 그만하라는 비는듯한 목소리가 말이야. 맨중맨은 문틈사이로 둘을 바라봤다가 경악하고 말았지. 푸른수염은 다니엘의 맨몸위에 올라타 그를 탐하고 있었어. 다니엘은 그만하라며 푸른수염을 밀어냈지만 푸른수염은 그를 비웃으며 더 강하게 밀어붙였지.
내가 아니면 널 누가 보살피겠어. 네게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줄알아? 그 대가로 이정도는 받아야지.
다니엘은 눈물을 뚝뚝 흘렸어. 그러다가 맨중맨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지. 맨중맨이 푸른 수염을 막기위해 달려오는듯 하자 재빨리 다니엘은 푸른수염을 마주 안았어. 푸른수염이 맨중맨을 볼 수 없도록... 그리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지으며 조용히 하라는듯 검지손가락을 입술위로 가져갔어. 푸른수염은 다니엘이 거부하지 않고 자신을 마주안자 만족한듯 웃었어
그래 이렇게. 이렇게만 해. 그러면 네가 원하는건 전부 다 가져와주마.
다니엘은 맨중맨에게 소리없이 말했어 '그녀를 찾아' 맨중맨은 그제야 푸른수염의 부인이 떠올랐고 그 방문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서둘러 저택을 뒤지기 시작했어. 부인의 방부터 차근차근. 어느곳에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어 심지어 그녀의 시신마저 말이야. 그제야 맨중맨은 자신이 단 하나의 방은 가보지 않은걸 깨달았어. 복도의 가장 끝에있던 그 방에 말이야. 맨중맨은 방으로 달려갔어. 웬일인지 방문은 열려있었지. 끼익 하며 방문이 열리고 바닥엔 푸른수염의 부인이 싸늘한 시신이 되어 누워 있었어. 맨중맨은 서둘러 복도를 뛰어가기 시작했어 다니엘을 구해야했거든 곧 맨중맨이 푸른수염을 발견했어. 푸른수염은 맨중맨이 그 방안을 봤다는걸 눈치채고 벽에 장식된 도끼를 뽑아들고 그를 쫒기 시작했어. 맨중맨은 이리저리 도끼를 피하며 도망갔어 그러다가 기나긴 몸싸움 끝에 푸른수염을 계단위에서 밀어냈어. 저택만큼이나 큰 계단 위에서 푸른수염이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어. 푸른수염을 쫒아왔던 다니엘은 놀란듯 맨중맨을 쳐다봤어. 시끄러운 소리에 저택의 고용인들이 나와 계단 아래 목이 꺾인채 죽은 푸른수염과 맨중맨을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어.
살인자야!
맨중맨은 재빨리 다니엘의 손을 잡았어.
기다려. 내가 꼭 돌아올게, 돌아와서 널 이 저택에서 구해줄게.
다니엘은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 맨중맨은 고용인들이 자신을 잡기 전에 서둘러 저택에서 도망쳐나왔어. 이젠 푸른수염이 죽었으니 다니엘에대한 걱정은 줄어들었어. 자신은 이제 서장에게 돌아가 이 편지를 건내고 사건의 진실을 전하는 일만 남았었어. 그러면 저 지옥같은 저택에서 다니엘을 데리고 나올 수 있었지. 맨중맨은 말을 타고 마을을 향해 반나절을 달렸어 그리곤 서장에게 편지를 건내주며 사건의 진상을 밝혔지. 푸른수염이 이제까지 그의 부인을 죽여 방에 걸어놨다는 그 끔찍한 사실을 말이야. 그리곤 자신이 도망쳐 나올때 푸른수염이 죽게됬다는걸. 서장은 정말 놀란듯 보였어. 푸른수염이 범인이라는 사실때문이 아니였어. 서장은 이미 그 사실은 예상하고 있었지. 그가 놀란건 푸른수염이 죽었단 말때문이었어. 그가 죽은걸 확인했나? 서장의 말에 맨중맨은 고개를 저었어. 그 높은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으니 살아남진 못했을겁니다. 라고 자신있는 대답했지만 그의 표정과 목소리는 그러지 못했어. 서장은 한숨을 푹 쉬며 저택의 고용인들과 이틀동안 연락이 되질 않는다고 대답했지. 맨중맨은 설마...아닐거라며 입술을 떨다가 서둘러 발걸음을 돌려 저택으로 향했어. 이상한 일이었어. 저택으로 돌아가는 동안 마을 사람에게 물었지. 아직도 푸른수염의 저택에서 들어갔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마을사람은 모두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어. 이상한 일이었어. 맨중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저택에 도착했어. 저택으로 가는 양쪽으로 가득 멋드러진 정원이 보였지만 모두 소름끼칠 만큼 정적이었지. 맨중맨은 불안함을 느끼며 저택의 문을 두드렸어. 하지만 들리는건 문이 울리는 메아리와 고요함 뿐이었어. 그리고 이윽고 코끝 가득 퍼지는 피비린내가 맡아졌지. 맨중맨은 서서히 문을 열었어. 그리곤 곧 경악했지. 저택은 벽과 바닥 전부 피로 물들여져 있었어. 고용인들 모두 죽은듯 바닥에 쓰러져있었지. 맨중맨은 시신의 얼굴들을 살펴봤어. 그곳엔 없어야될 남자의 얼굴이 보였어. 푸른수염의 얼굴이 말이야. 맨중맨은 그의 얼굴이 어딘가 자신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자 소름이 끼치기 시작했어. 그제야 맨중맨은 깨달았지.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푸른수염을 오해했었다고. 그 여인이 말한 파란 남자란 푸른 수염이 아닌 바로... 저 계단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는 자신이 가장 사랑한 푸른눈을 가진 남자였단걸.
피투성이가 되어 경찰서로 기어들어온 늙은 여인은 아주 공포에 질린 듯 보였어. 경찰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못했어. 그녀가 입을 열면 대답대신 쏟아지는건 비명소리였으니까. 무엇을 보여주던 밤이고 낮이고 쉬지않고 비명을 질러댔지. 맨중맨은 포기하지 않고 그녀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했어. 아주 조심스럽고 다정하게 말이야. 일주일이 지나고 그 불쌍한 늙은여인은 겨우 한마디를 내뱉을 수 있었지.
푸른....푸른 남자...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자신이 할일이 끝났다는 듯 그 여인은 죽고 말았어. 다른 이들은 살해를 당한거다 돌연사 한거다 말이 많았지만 맨중맨은 알 수 있었지. 그녀가 타살이든 돌연사든 자살이든, 결국 그 여인을 죽인건 공포라고. 그녀는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죽은거라는걸 말이야. 그녀의 마지막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을 한명의 사람만을 의심했어. 맨중맨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곧 이유를 알게됐어. 그는 푸른 수염을 가지고 있었어. 마을에서 가장 부자였고 가장 비밀스럽고 가장 잔혹한 남자였지. 맨중맨은 그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듣게 됬어. 매년 그 저택에 들어갔다가 다신 나오지 못하는 여인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맨중맨은 그 저택에 들어가기로 결심해. 이 모든 사건을 막기위해 말이야.
얼마 지나지않아 그는 생각보다 쉽게 저택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어. 저택에서는 자주 고용인을 바꾸곤 했었거든. 물론 한번 고용된 고용인들은 다신 마을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말이야. 맨중맨은 푸른수염의 아들을 보호하는 역을 맏게 됬어. 내심 그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맨중맨은 더 놀랄일이 생기고 말았지. 그 저택에 간 첫날, 붉은머리의 집사에게 푸른수염의 아들을 소개받던 그날에 말이야. 푸른수염의 아들은 아들이라고 하긴에 너무 나이가 많아 보였거든. 자신은 10대의 소년을 생각했었지만 새하얀 눈밭 가운데 서있던 사람은 자신과 동갑으로 보이는 청년이었어. 그는 반갑다는 얼굴로 자신의 이름을 말했어. 다니엘. 맨중맨은 악수를 건내며 자신을 마주하는 눈동자를 보며 한번 더 놀라고 말았지. 그는 너무 아름다운 사람이었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푸른수염이 입양한 아들이라는걸 알게 되었지.
둘은 급속도로 친해졌어. 동갑인데다 서로 취향도 잘 맞았고 어느 무엇보다 다니엘이 맨중맨을 아주 마음에 들어했지. 그렇다고 맨중맨이 다니엘을 덜좋아했다는건 아니야. 둘은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 아니 친구보다 더 돈독해 보였어. 마치 연인처럼 말이야. 둘은 가끔 숲속에 들어가서 이러저리 목적없이 걸어다니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했어. 봄이 찾아오는건지 그 날은 가랑비가 내렸었지. 숲을 거닐다 집으로 돌아오니까 옷은 전부 젖어 있었어. 그제야 싸늘함을 느낀 다니엘은 기침을 했지. 수건으로 머리를 닦아내던 맨중맨은 다니엘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아냈어. 다니엘은 맨중맨을 향해 밝게 웃었어.
고마워.
맨중맨은 자신도 모르게 다니엘의 뺨에 손을 가져다 댔지. 그러자 겨울눈처럼 차가운 뺨이 손가락에 닿았어. 곧 다니엘의 양볼은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어. 어느새 그의 양볼은 맨중맨의 손보다 더 따뜻해져있었지. 어린 아이같은 반응에 맨중맨은 살짝 미소 지었어. 그리곤 다니엘의 입술에 입맞췄지. 왜인지는 몰라. 그저 그래야만 했을것 같았고 그러고 싶었으니까. 입술을 떼고 맨중맨은 다니엘의 볼을 쓰다듬으며 그의 얼굴을 내려다 보았어. 평화로운 시간이었어. 맨중맨은 자신이 이 저택에 왜 온건지 잊을 정도로 말이야. 하지만 곧 이어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그 평화로운 정적은 끝나고 말았지. 비명소리쪽으로 맨중맨은 뛰어갔어. 다니엘은 맨중맨을 따라갔지. 비명소리를 따라가보자 피에 젖은 방이 나왔어. 복도 가장끝 푸른 수염이 그토록 감추려했던 그 방 말이야. 푸른수염의 부인은 놀라 바닥에 주저 앉아있었지. 방안 가득 천장엔 이제까지 푸른수염의 부인들의 시신이 보였어. 맨중맨은 서둘러 부인을 일으키고 그 방을 빠져왔어. 다니엘은 놀라 복도벽에 기대선채 둘을 바라보고있었지. 부인은 말을 더듬거리며 맨중맨에게 말했어
열쇠...열쇠가 아직 방안에 있어요. 그...그게 없으면 내가 저 방을 봤다는걸 들키고 말거에요!
부인은 울부짖었어. 맨중맨은 방안으로 다시 들어갔어. 그는 경찰이었지만 그토록 많은 시신과 그렇게 많이 훼손된 시신을 처음 보는듯 했어. 푸른수염은 시신을 조각내서 무언가를 만드는듯 해보였어. 마치 모자이크 처럼 말이야. 피에 젖은 바닥에 금으로된 열쇠가 반짝 거렸어 맨중맨은 재빨리 열쇠를 주워 방안을 빠져나와 부인에게 건냈어. 벌벌 떨던 부인을 방안으로 데려다준 맨중맨은 그제야 다니엘이 떠올랐어. 다니엘이 걱정되었지만 자신에 양손에 묻은 피를 닦아 내고 싶었지. 그는 화장실로가 손을 씻어냈어. 하지만 아무리 물로 행궈도 피는 지워지지 않았어. 마치 저주처럼 말이야. 맨중맨은 소름끼치는 느낌에 계속 피를 닦아냈어. 그때 맨중맨을 말리듯 다니엘이 그의 팔을 잡았어. 곁에 누가 온지도 모르고있던 맨중맨은 놀라 뒤로 주춤 물러 섰어. 다니엘은 걱정된다는듯 맨중맨을 쳐다봤어.
피가 지워지질 않아.
맨중맨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았어. 아까까지 손을 씻고 있었지만 어느새 열쇠를 쥐었던 손이 피 범벅이 되어 있었어. 다니엘이 맨중맨의 손을 잡고 손끝부터 차근차근 핥아 내기 시작했지. 맨중맨은 소스라치게 놀랐어. 하지만 다니엘은 놓아주지 않고 맨중맨은 손을 핥았지. 다니엘의 고개가 다시 위로 올라왔고 그는 맨중맨을 향해 씨익 웃었어.
이제 됐어. 이젠 푸른 수염은 모를거야.
맨중맨은 다니엘의 말에 자신의 손을 내려봤어. 그토록 물로 씻어내도 지워지지 않던 핏자국이 사라져있었지. 다니엘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어.
그 방에 닿았던 모든것에서 핏자국이 지워지질않아.
맨중맨은 다니엘을 껴안았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냐며 눈물섞인 목소리로 다니엘을 다독였지. 다니엘은 망설이다 맨중맨을 마주 안았어. 자신의 허리에 다니엘의 손이 닿자 맨중맨은 그의 입에 입맞췄어. 다니엘은 눈물을 터트렸지. 맨중맨은 그런 다니엘의 눈 코 이마에 차례로 입을 맞추며 그의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쓸었어. 다니엘은 맨중맨을 손을 끌어 그를 침대에 앉혔지. 다니엘은 그대로 하나씩 옷을 벗었어. 맨중맨은 멍하니 그런 다니엘을 쳐다보고만 있다가 다니엘이 마지막으로 걸치고 있던 옷마저 벗어을때 그를 거칠게 침대위로 눕혔지. 그리고 그의 몸 하나하나 빠트리지 않고 키스를 하며 그의 체취를 삼켰어. 다니엘은 그에게 안기며 속삭였지.
내가 죽을때까진 네가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맨중맨은 그의 말뜻을 알았어. 푸른 수염은 언젠가 다니엘을 죽일테니까. 갑자기 깊은 슬픔이 밀려오는듯 했어. 맨중맨은 다니엘을 더 깊게 껴안았어.
-----------------------
맨중맨은 서장에게 아주 긴 장문의 편지를 썼어. 푸른수염의 저택에서 시신의 방을 발견했다는것과 꼭 구해야될 사람이 있다는 것과 고용인들 전부가 공포에 휩쌓여서 아무도 진실을 고백하지 못할거라, 증인은 자신밖에 없을거라는 말과 함께 말이야. 편지를 단단히 봉인한후 편지를 보낼 방법을 궁리하던중 맨중맨은 창밖을 바라봤어. 그리곤 푸른수염의 마차를 발견했지. 그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어. 푸른수염이 일주일은 빨리 돌아오고 만거야. 맨중맨은 놀라 푸른수염의 방으로 달려갔지. 방에 가까워져 갈수록 다니엘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어. 제발 그만하라는 비는듯한 목소리가 말이야. 맨중맨은 문틈사이로 둘을 바라봤다가 경악하고 말았지. 푸른수염은 다니엘의 맨몸위에 올라타 그를 탐하고 있었어. 다니엘은 그만하라며 푸른수염을 밀어냈지만 푸른수염은 그를 비웃으며 더 강하게 밀어붙였지.
내가 아니면 널 누가 보살피겠어. 네게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줄알아? 그 대가로 이정도는 받아야지.
다니엘은 눈물을 뚝뚝 흘렸어. 그러다가 맨중맨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지. 맨중맨이 푸른 수염을 막기위해 달려오는듯 하자 재빨리 다니엘은 푸른수염을 마주 안았어. 푸른수염이 맨중맨을 볼 수 없도록... 그리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지으며 조용히 하라는듯 검지손가락을 입술위로 가져갔어. 푸른수염은 다니엘이 거부하지 않고 자신을 마주안자 만족한듯 웃었어
그래 이렇게. 이렇게만 해. 그러면 네가 원하는건 전부 다 가져와주마.
다니엘은 맨중맨에게 소리없이 말했어 '그녀를 찾아' 맨중맨은 그제야 푸른수염의 부인이 떠올랐고 그 방문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서둘러 저택을 뒤지기 시작했어. 부인의 방부터 차근차근. 어느곳에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어 심지어 그녀의 시신마저 말이야. 그제야 맨중맨은 자신이 단 하나의 방은 가보지 않은걸 깨달았어. 복도의 가장 끝에있던 그 방에 말이야. 맨중맨은 방으로 달려갔어. 웬일인지 방문은 열려있었지. 끼익 하며 방문이 열리고 바닥엔 푸른수염의 부인이 싸늘한 시신이 되어 누워 있었어. 맨중맨은 서둘러 복도를 뛰어가기 시작했어 다니엘을 구해야했거든 곧 맨중맨이 푸른수염을 발견했어. 푸른수염은 맨중맨이 그 방안을 봤다는걸 눈치채고 벽에 장식된 도끼를 뽑아들고 그를 쫒기 시작했어. 맨중맨은 이리저리 도끼를 피하며 도망갔어 그러다가 기나긴 몸싸움 끝에 푸른수염을 계단위에서 밀어냈어. 저택만큼이나 큰 계단 위에서 푸른수염이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어. 푸른수염을 쫒아왔던 다니엘은 놀란듯 맨중맨을 쳐다봤어. 시끄러운 소리에 저택의 고용인들이 나와 계단 아래 목이 꺾인채 죽은 푸른수염과 맨중맨을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어.
살인자야!
맨중맨은 재빨리 다니엘의 손을 잡았어.
기다려. 내가 꼭 돌아올게, 돌아와서 널 이 저택에서 구해줄게.
다니엘은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 맨중맨은 고용인들이 자신을 잡기 전에 서둘러 저택에서 도망쳐나왔어. 이젠 푸른수염이 죽었으니 다니엘에대한 걱정은 줄어들었어. 자신은 이제 서장에게 돌아가 이 편지를 건내고 사건의 진실을 전하는 일만 남았었어. 그러면 저 지옥같은 저택에서 다니엘을 데리고 나올 수 있었지. 맨중맨은 말을 타고 마을을 향해 반나절을 달렸어 그리곤 서장에게 편지를 건내주며 사건의 진상을 밝혔지. 푸른수염이 이제까지 그의 부인을 죽여 방에 걸어놨다는 그 끔찍한 사실을 말이야. 그리곤 자신이 도망쳐 나올때 푸른수염이 죽게됬다는걸. 서장은 정말 놀란듯 보였어. 푸른수염이 범인이라는 사실때문이 아니였어. 서장은 이미 그 사실은 예상하고 있었지. 그가 놀란건 푸른수염이 죽었단 말때문이었어. 그가 죽은걸 확인했나? 서장의 말에 맨중맨은 고개를 저었어. 그 높은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으니 살아남진 못했을겁니다. 라고 자신있는 대답했지만 그의 표정과 목소리는 그러지 못했어. 서장은 한숨을 푹 쉬며 저택의 고용인들과 이틀동안 연락이 되질 않는다고 대답했지. 맨중맨은 설마...아닐거라며 입술을 떨다가 서둘러 발걸음을 돌려 저택으로 향했어. 이상한 일이었어. 저택으로 돌아가는 동안 마을 사람에게 물었지. 아직도 푸른수염의 저택에서 들어갔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마을사람은 모두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어. 이상한 일이었어. 맨중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저택에 도착했어. 저택으로 가는 양쪽으로 가득 멋드러진 정원이 보였지만 모두 소름끼칠 만큼 정적이었지. 맨중맨은 불안함을 느끼며 저택의 문을 두드렸어. 하지만 들리는건 문이 울리는 메아리와 고요함 뿐이었어. 그리고 이윽고 코끝 가득 퍼지는 피비린내가 맡아졌지. 맨중맨은 서서히 문을 열었어. 그리곤 곧 경악했지. 저택은 벽과 바닥 전부 피로 물들여져 있었어. 고용인들 모두 죽은듯 바닥에 쓰러져있었지. 맨중맨은 시신의 얼굴들을 살펴봤어. 그곳엔 없어야될 남자의 얼굴이 보였어. 푸른수염의 얼굴이 말이야. 맨중맨은 그의 얼굴이 어딘가 자신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자 소름이 끼치기 시작했어. 그제야 맨중맨은 깨달았지.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푸른수염을 오해했었다고. 그 여인이 말한 파란 남자란 푸른 수염이 아닌 바로... 저 계단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는 자신이 가장 사랑한 푸른눈을 가진 남자였단걸.
존좋............................어나더ㅠㅠㅠ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