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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지난지가 언젠데 왜 갑자기 백드럼이 치고싶냐..
1
휴랑 다니엘은 좀 오래된 커플이야. 곁에있으면 편하고 아무말 없어도 어색하지 않고 그냥 옆에 있다는것 자체로 아늑하게 느껴지는 그런거 있잖아. 이제는 서로를 바라보고 껴안아도 처음 느꼈던 설레임이라던가 수줍음 두근거림을 완전하게 느낄 순 없는 그런 사이말이야. 하지만 둘은 그런 사실에 특별한 불만이 없었고 가끔 아쉽다고 느끼는 순간도, 주변 상황에 의해서 흔들리거나 크게 싸우게되는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은 함께 하고있지
그리고 드디어 내일이면 둘이서 함께맞는 10번째 크리스마스가 돌아와
이상한 이벤트들부터 시작해서 하루종일 밖에서 휴가 해놓은 예약에 맞춰 다녀야만했던 날, 전날 급하게 플랜을 짜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싸운날까지. 지금까지 휴와 다니엘이 함께해왔던 크리스마스는 참 우여곡절이 많은편이었어.뭐 이젠 그런 크리스마스의 특별한 두근거림도 다 날아가버려서 작년의 데이트는 꼭두각시처럼 정해놓은대로 영화보고 밥먹고 그걸로 끝이었지만
사실 휴는 한달 전부터 이브와 크리스마스날에 휴가를 잡아놓은 상태였어. 다니엘이 크리스마스의 이벤트에 대해서 여느 오래된 커플들이 그렇듯 별기대를 하고있지 않더라도 휴는 다니엘과 함께 보내고 싶었어. 한달 전임에도 바득바득 우겨서 겨우겨우 휴일을 맞춰 잡을 수 있었기때문에 휴는 자기 자신을 매우 뿌듯해했고 그 사실이 얼마나 신났던지 휴일이 결정된 그날부터 플랜을 짜고 모든 예약을 끝내는데는 고작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지. 그리고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휴는 다니엘에게 전화를 걸었었어.
'휴'
'어 다니엘 이번 크리스마스엔 뭐할까?'
다니엘이 여느때처럼 수동적으로 휴 니가 알아서 할꺼잖아 라고 말할걸 예상하고 그 답으로 이미 정해 놓은 플랜을 들려준다음 그 레스토랑은 지금 예약잡긴 힘들지 않을까?하고 돌아올 조심스럽지만 걱정어린듯한 대답에 자랑스럽게 이미 예약은 다 잡아놨다고 말하려던 계획이었기때문에 휴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지만 다니엘은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듯했어
'미안해 휴, 이번엔 못 쉴거같아. 회사에 일이 좀 생겨서..'
정말로 미안하다는듯 말해오는 그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휴는 돌처럼 굳고말았어. 하지만 휴는 맘 여린 자신의 연인을 위해 금새 목소리를 풀곤 아직 아무것도 정해놓은것 없으니 괜찮다고, 너무 미안해하지말라고 시무룩해진 다니엘을 위로하고 또 위로했어. 그리고 대신 이브날 일이 끝나면 우리집에 와달라 그렇게 부탁하고 둘의 전화통화는 허무하게 끝났지. 그날 저녁에 휴는 정말 땅으로 푹 꺼질것 같은 목소리로 모든 예약을 취소했어. 그리고 베게에 머리를 푹 박고 한참을 누워서 일어나지 못했지.
2
그렇게 축쳐져 있는 휴에게 크리스마스 이브는 성큼성큼 빠르게도 다가와서 벌써 오늘이 모든 연인과 기독교인들의 축제 전날이야. 이브인데도 휴는 들뜨지도 행복하지도 않은채 그냥 식탁 앞에 앉아 아침으로 차려놓은 토스트를 씹으며 뉴스를 보고있었어.거기다 휴는 크리스마스로 휴가를 미루느라 그 전까진 쉬질 못해 잔뜩 지친 얼굴이었는데 그나마 이브날의 휴가를 앞으로 당겨서 한번 쉴수 있었지만 그것도 벌써 7일전의 이야기었지.
뉴스에선 일기예보가 한창이었는데 이번 이브와 크리스마스엔 해가 쨍쨍할거라는 내용이었지. 휴는 힘없이 씨익 웃고는 왠지모르게 자기가 더 신나서 그래 난 이렇게 축축 처지는데 니네만 화이트 크리스마스라고 좋아하는꼴은 절대로 못보지 하고 중얼거렸어 그리고 뒤에 꼴 좋다! 하며 하하하 하고 크게 웃는것도 잊지 않았지.그러다 휴는 곧 이브날의 이른 아침에 넥타이를 목에 걸치고 와이셔츠도 다 못잠근채로 식탁앞에앉아 모든커플의 불행을 기대하며 호탕하게 웃는 자신의 꼴이 얼마나 처량한지 깨닫게 됐어. 그리곤 그 사실을 곱씹으며 입을 일자로 꾹 다물고 한참을 뚱하니 앉아있다가 빠르게 정장을 챙겨입은후 입속에 남은 토스트를 우겨넣고 출근했지.
이브는 정말 별거없이 지나갔어 퇴근 조금 전에 아주 중요한 사실을 기억해 냈다는 사실만 빼면 말이야. 맞아 휴는 자기가 다니엘한테 이브날 일이 끝나면 자기집에 들러달라고 했던게 이제야 기억났어. 크리스마스에대한 바람이 쭈욱 빠지고 난후부터 아무생각도 안하고있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이럴때가 아니었던거야. 휴는 일 도중에 괜히 벌떡 일어났다가 상사한테 꾸중을 듣곤 다시 조용히 착석했어 그리곤 작은 메모지를 꺼내 필요한 것들을 몰래몰래 적기시작했지.
저녁에 함께 먹을 음식의 재료들,분위기 있는 초, 다니엘의 입맛에 맞게 많이 쓰지않은 와인, 둘이 함께 볼 지루하지도 시끄럽지도 않은 영화 한편,식사하며 들을 잔잔한 음악 등. 한달동안의 시무룩함과 처짐은 어디로 날아간건지 다니엘과 함께할 저녁을 생각하는 휴의 입가엔 금세 미소가 번졌어. 둘이서 함께하는 크리스마스가 이렇게 특별하지 않았던건 처음이야. 또 지금까지중 제일 특별하기도 하지.
칼같이 퇴근시간을 지켜 회사를 나온 휴는 벌써부터 거리에 북적북적거리는 사람들을 둘러보고 고개를 휘휘 저었어 그리곤 곧 마트를 향해 뚜벅뚜벅 힘차게 걸었지.
그래 오늘 데이트한답시고 나왔으면 이리치이고 저리치여서 지친채로 별 감흥없이 크리스마스가 끝났을꺼야. 다니엘에게 잘 보이고싶다고 멋지지만 불편한 수트도 입고 괜히 구두도 좀 높은걸로 골라신어서 다리아파하며 한참을 걸어다녀야 했겠지. 차를타도 잔뜩 막혔을테고 분명 어딜가도 북적거릴테닐테니까. 맞아 엄청 후회했을거야. 지금까지의 크리스마스처럼...
'지금까지..라..'
한참을 장바구니를 들고 마트 한가운데 멍하니 서있던 휴는 혼자 머리를 툭툭치며 얼른 준비해야지! 하고 소리지르곤 다시 필요한 물건들을 골라담아 계산대로 향했어
존좋.. 어나더가 있는 거겠죠 선생님ㅠㅠㅠ
답글삭제어나더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ㅠㅠ
답글삭제어나더가 보고싶습니다 선생님 ㅠㅠ따뜻하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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