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친 상태
1
애가 본드 닮아서 좀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거야
그래서 한번 웃겨보겠다고 실바가 별의별짓을 다 하는거 보고싶다
MI6 출근해서 없는 엄마 대신에 실바가 하루종일 집에서 애를 돌보는데, 짤처럼 소 흉내도 내보고, 그것도 안먹혀서 닭흉내도 내고, 삐에로 분장도 하고 나타나도 안통함. . .
상심해서 실바가 늘어져있으니까 출산후 사무직으로 변경된 본드가 퇴근해서 그거 보고는 한숨 한번 쉬곤 애기 안고 애기방으로 들어가서 재움.
본드가 침실로 들어가자 상심한 실바가 어깨 축 늘어뜨키고 등 돌리고 누워있어서 본드가 실바 옆에 살짝 누워어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주는거지
본드의 손길에 실바가 좀 찡찡거리다가 잠들고, 본드도 아직 애같은 실바보고 웃으며 잠이 듬.
다음날 애기한테 아침밥 먹이고 출근하는데, 실바는 아직 꿈나라임.
그런데 실바가 자고있는 침실 방 문이 살짝 열리더니 애기가 꼬물꼬물 침대위에 올라와선 실바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막 깔깔 웃는게 아님?
실바는 잘땐 그 틀니? 그건 빼놓고 자는데, 애가 보고 울까봐 한번도 보여준적이 없음. 그런데 다는사이 애가 들어와서 보고만거지
갑자기 얼굴에 뭐가 닫는 느낌에 실바가 깜짝놀라 바라보니 애가 자기 푹 꺼진 볼을 쓰다듬으며 웃다가 막 뽀뽀도 하고 좋아해서 놀람.
빠빠 빠빠 거리면서 환하게 웃으며 메달려오는 애기를 안아주며 역시 넌 제임스 주니어구나 하고 애기 정수리에 뽀뽀해줌. 이 얼굴을 처음 봤을때 눈을 찡그리지 않은 사람은 본드뿐이었거든ㅇㅇ
그렇게 실바랑 애기랑 하루종일 놀다 지쳐서 거실 소파에 누워 자고있으면 본드가 퇴근하고 돌아와서 똑같은 포즈로 자는걸 보곤 누가 부자지간 아니랄까봐 하면서 웃었으면 좋겠다
2
추운 겨울날에 실바랑 애기랑 둘이서 엄마 본드 퇴근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애기가 자꾸 엄마가 보고싶다고 보채는거야
평소 의젓해서 이런 일은 별로 없었는데 하필 이틀전쯤에 애기가 감기에 걸렸었던거지. 아직 감기기운이 다 떨어지지 않은 상태인데, 원래 아프면 더 서럽고 힘들고 그러잖아? 아빠 실바가 있긴 하지만 엄마가 보고싶은거ㅠㅠ
이불속에 파뭍혀서 엄마 보고싶다고 이젠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는 아이를 보고 실바는 가슴이 너무 아픈거.. 아픈 애가 엄마를 찾으며 우는데 자기가 엄마가 되어 줄 수도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실바가 옷장으로 달려가서는 품이 넉넉한 커다란 잠바를 입고 똭 등장.
아이를 잠바 속에 넣고, 한쪽 팔로는 바쳐 들고 지펴를 지익 올리니 바람한점 들어올 틈이 없어짐.
그 상태로 후딱 신발 신 갈아신고 실바는 붕붕이를 운전해서 MI6본부로 향함. 물론 운전하는 동안에도 애기는 실바 품 속에 폭 파뭍혀 있지
지금은 거의 재택근무를 하는 실바지만 MI6요원이긴 한거니까 본무를 무사 통ㅋ과ㅋ 그런데 불룩 튀어나와있는 실바 배를 보고 정문 지키는 요원들이 실바가 결혼하고 나서 살쪄서 배 나왔다고 오해했다는게 함정... 심지어 본드한테 가는 도중에 마주친 요원들이 본드에 이어서 실바까지 임신한거 아니야고 쑤근쑤근 이쑤근
열심히 데스크업무 보고 있던 볼드는 갑자기 찾아온 실바때문에 깜짝 놀라는데, 그것보다는 아픈 애는 혼자 두고 온건 아닌가 하고 포풍 걱정됨.
뭐라 말하려는 본드를 재빠르게 막고 실바는 자유로운 한쪽 팔로 잠바 지퍼를 조심조심 내리는데 어머, 실바본드 주니어가 새끼코알라마냥 실바 옷자락을 붙잡고 콜콜 자고있는게 아님??
재빨리 본드가 아이를 안아들자 애기가 본드한테 메달리면서 마미.. 하고 본드 품에 얼굴을 파뭍음. 오는동안 실바 품 속에 폭 들어가 있던 덕분에 애기는 따끈따끈한 상태임.
따끈따근한 애기 체온에 본드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니까 실바가 그거 보고는 달링도 따뜻하게 해줄까? 하고 웃으면서 잠바를 넓게 펼쳐서 본드까지 싸매버림.
그렇게 실바랑 본드, 애기는 한참을 부둥부둥 껴안고 있었다고 함.
3
토요일 주말 점심때 실바랑 본드랑 아기랑 셋이 엄마본드가 차려준 밥 맛있게 먹는데, 엄마 본드가 보니까 실바랑 애기랑 밥 먹는게 완전 똑같은거야. 여긴 내 몽쉘속이니까 내 마음대로 실바가 왼손잡이에 밥 씹을때 일단 입 안에 빵빵하게 집어넣고 우물거린다고 치자.
언제나처럼 두 볼 볼록하게 하고 우물우물거리며 밥먹는 실바를 보고 그 옆에 앉은 애기를 봤는데 똑같이 왼손으로 숫가락 쥐고 두 볼이 터질것 같이 빵빵한 상태로 우물우물우물
나란히 우물거리는 두 부자를 본 본드가 완전 엄마미소하면서 밥 위에 반찬 하니씩 얹어주면 똑같이 숫가락으로 밥이랑 반찬 한번에 푹 퍼서 입으로 가져가 우물우물거리겠지
본드엄마가 막 웃으면 실바랑 애기랑 무슨일이지? 하면서 눈 똥그랗게 뜨면서 본드를 바라보는데, 입은 계속 움직이고 ㅋ 본드엄마가 참다참다 결국 식탁을 박차고 일어나서 재빨리 카메라 가져와 두 부자를 찰칵찰칵 찍었으면 좋겠다ㅋ 나중에 인화해서 앨범에 껴 놓는데, 밑에 코멘트로 본드가 [햄스터 부자]라고 써 놓겠지.
그런데 실바랑 애기랑 싫어하는 음식도 똑같아서 본드가 이것저것 밥 위에 얹어주다가 싫어하는 양파라던가 피망, 버섯같은거 얹어주면, 주둥이 쭉 내밀고 밥그릇 가장자리로 슬슬 밀어내고는 은근슬쩍 밥 속에 파뭍고 나중에 걸려서 본드한테 혼나는거지. 실바는 나이가 몇갠데 아직도 편식이냐고 하고, 애기한테는 그렇게 편식하다가 아빠처럼 된다고 하면 실바도 충격, 애기도 충격... 애기가 정말 싫다는 얼굴로 밥 속에 파뭍어둔 버섯 꿀떡 삼키면 실바는 뭔가 마음속이 복잡미묘해지고 ㅋ
밥 다 먹고 본드가 설겆이 끝내고 거실로 나오니까 실바가 소파위에 아빠다리하고 그 위에 애기앉혀두고는 똑같이 진지한 얼굴로 TV에서 틀어주는 아기코끼리 덤보를 보고있는게 아님?
팝콘은 언제 튀겨 가져왔는지 볼에 한가득 담겨져 있는데 애기 한 입, 자기 한 입 하면서 둘이 또 나란히 냠냠거리면서 덤보를 보다 끝나자마자 본드한테 달링/마미랑 덤보랑 똑같이 생겼어!!! 라고 말 했다가 본드가 화나서 찍찍 쏘는 물총 피해서 둘이 키하하하 거리면서 도망갔으면 좋겠다.
4
어느날 MI6본부가 익명의 해커에게 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함. 물론 존날 Q가 있지만 해커놈이 아주 철저하게 준비해는지 막으면 다른 경로로 공격해오고, 공격 패턴을 파악해서 막아도 다른 패턴으러 공격, 거기다 자취는 얼마나 잘 감추는지 꼬리를 잡기가 힘듬.
자기 혼자 힘으로는 힘들다는걸 안 Q는 하는수 없이 비장의 카드를 사용하는데, 바로 실바 소환! 본부가 위험한데 선배고 나발이고ㅇㅇ
재택근무하면서 잉여롭게 살던 실바는 집안에 들이닥친 머니페니와 기타 요원들의 손에 붙들려서 질질 끌려가고, 본드는 손수 짐가방까지 싸서 잡으러 온 요원 손에 들려줌. 본드가 한 팔에 애기 안고 다른팔로 아빠한테 빠빠이 해야지? 하며 애기 손을 살짝살짝 흔드는데, 애기는 마냥 좋아서 아빠 빠빠!! 하면서 활짝 웃으며 실바에게 작별인사를 함. 그리고 실바는 너무 환하게 웃으며 작별인사 하는 본드와 애기를 보고 눈에 눈물이 고였다고 한다.
뭐 여차저차해서 실바랑 Q의 합독 작전이 펼쳐지고, 놈을 바싹 추격하기 위해 잠도 둘이 번갈아 가며 쪽잠을 자는 형식으로 버팀. 다행스럽게도 본드가 챙겨준 실바 짐 안에는 옷부터 세면도구, 실바가 좋아하는 간식인 말린 망고, 실바가 청산가리로 입은 상처때문에 매일매일 먹는 강력한 진통제들이 가득 들어있어서 집에 안 돌아가도 버틸수는 있었음.
한편 본부는 위기상황이지만 본드는 집에서 애기랑 같이 잘 지내고 있음. 실바가 본부로 끌려갔는데 본드까지 가면 애기는 누가 봄? 그리고 몇 십년동안 현장요원으로 근무하던 본드의 컴퓨터 실력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보통 사람 이상은 넘질 못함. 그래서 애기랑 같이 집에 있는거임.
처음에는 아빠가 없다는거에 별 신경 안쓰던 애기.. 하도 애기애기 거려서 애기가 이름같으니까 이름을 지어주고 싶지만 신박한게 없으니 쥬니어로 하자. 쥬니어는 이틀째가 되자 아빠가 없다는걸 자각함. 엄마가 곁에 있긴 하지만 평소에는 아빠랑 더 많이 있었잖음? 허전한거지.
혼자 거실에서 블록놀이하는 애기 뒷 모습에서 쓸쓸함을 느낀 본드는 한숨을 후 하고 내쉼. 비록 웃으며 내보내긴 했지만 본드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거지. 본드도 요원이니까 지금 상황이 별로 안 좋다는거 다 알기도 하니까 혹시 잘못해서 과거의 누구처럼 본부를 폭파시켜서 크게 다치지는 아닐지 걱정임. 거기다 아무리 진통제를 바리바리 싸 들려보냈지만 아프진 않을까 본드는 밖에 굴러다니는 낙엽만 봐도 한숨이 나옴.
그리고 실바는 내가 왜 사랑하는 우리 달링이랑 쥬니어를 두고 여기서 뭐하는거지 하고 짠내를 풍기며 말린 망고를 우물우물함. 실바가 징징거리는걸 옆에서 강제로 지켜보던 Q는 실바 징징거림이 짜증나서라도 빨리 개갱끼를 잡고 저놈을 퇴근시켜버릴 생각으로 이글이글 불타오름.
그렇게 일주일이 흐른자 마침내 MI6를 털털 털려고 했던 개갱끼가 잡힘. 놈이 잡히자마자 실바는 올레!!를 외치며 집으로 튀어갔고, Q는 남은 뒷처리도 뒷처리지만 저놈의 징징거림에서 해방되었다는게 기쁨.
일주일동안 쥬니어는 현관문 앞에서 아빠만 기다리고 있었음. 띵동 하길래 아빤가?! 하고 나가보니 파이 나눠주러 나온 옆집 아주머니.. 실망해서 축 쳐져있는데 또 띵동해서 이번엔 아빤가?! 하고 가보니 우편배달부 아저씨... 우울하다못해 땅을 파고 들어갈 기세인 쥬니어를 보고 본드는 걱정스럽지만 언젠가 한번쯤은 겪을 일이라 생각하며 조용히 뒤에서 쥬니어를 지켜봄.
그리고 이젠 아빠인가? 하고 현관문 앞으로 쪼르르 나가는거에 지친 쥬니어가 혼자 퍼즐가지고 놀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림. 본드가 안나가보냐고 물어봐도 아무 말 없이 퍼즐만 맞추고 있을 뿐 이어서 본드가 직접 나가는데, 어엉?!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목소리가 들리네?!
빨리 놈을 잡고 집에 가고자 대충 세수랑 양치만 해서 일주일만에 거지꼴을 하고 돌아온 아빠가 현관앞에서 엄마를 끌어안고 있는걸 본 쥬니어가 다다다 달려가서 실바 다리 한쪽에 데롱데롱 메달림.
얼굴을 부비며 실바 다리에 붙어서 안 떨어질 기세인 쥬니어를 번쩍 안아든 실바는 일주일만에 보는 사랑스러운 쥬니어한테 무한 뽀뽀를 날리는데, 따가운 수염때문에 결국 쥬니어가 울음을 터트리고 나서야 멈춤. 삐져서 실바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쥬니어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용서를 비는 실바를 보고 본드는 무사히 잘 돌아와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오랜만에 3인분의 식사를 만들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고 함.
그리고 그 날 밤에는 오랜만에 세 식구 다 같이 한 침대에서 잠들겠지
5
실바가 엄청 아팠으면 좋겠다
실바 몸이 별로 안 좋잖아? 그래서 매일 보기만 해도 질릴 정도로 엄!청! 강한 진통제를 과자먹듯이 먹는데, 가끔 일년에 한번정도 약 부작용인지 뭔지 해서 하루종일 끙끙 앓는거지. 그런 날은 다른 약들도 안 통해서 어찌 할 수 없음..
그 전날 부터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던 실바는 아, 내가 그때가 왔구나 하고 미리 밍기적 거리느라 안 끝난 일들도 순식간에 처리하고 그 날을 준비함. 그리고 운명의 그 날, 잘 자고 있던 본드는 옆에서 들려오는 낑낑 거리는 소리에 놀라 눈을 뜨는데 실바가 식은땀을 흘리며 자면서도 아픈지 인상을 팍 찡그리고 있는게 아님?
놀란 본드가 벌떡 일어나서 얼른 실바를 살피는데 온 몸이 불덩어리임. 결혼하고 같이 살면서 실바의 이런 모습을 몇번 본 본드는 아, 그날이구나 하고 눈치 채고 서둘러 일어나서 찬 물수건을 준비해 옴.
옆에 얼음물도 떠다 놓고 수시로 수건을 적셔가며 뜨거운 실바의 얼굴이나 목, 손발, 몸을 닦아주는데 오한이 드는지 실바가 막 몸서리치게 싫어하는거야.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이마 위에만 얼음주머니 만들어다가 올려놓고 마른 수건 가져다가 여기저기 땀을 닦아주면서 아침이 밝아 오도록 곁에서 보살펴줌.
태양이 온 세상을 비추고, 착실한 주니어가 스스로 일어나 세수도 하고 옷도 갈아입고 아랫층 부엌으로 내려갔는데, 평소라면 마미가 식사 준비하고 있어야 할 주방이 조용한거야. 갸웃거리며 부부방을 살짝 열어 보는데, 대디는 침대에 누워서 이불속에 누워서 끙끙 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고, 마미는 그 옆에 앉아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대디를 보살피고 있는게 아님?
조용히 본드에게 다가간 주니어는 본드 팔을 꼬고 잡으면서 대디 아픈거야? 하고 물어보는데, 본드가 애써 웃으면서 주니어를 들어 올려서 껴 안으며 오늘은 대디가 많이 아프니까 귀찮게 하면 안돼. 착하게 있어야 한다, 알았지? 하고 말하자 결연한 표정을 한 주니어가 네 마미 저 착하게 있을께요.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또랑또랑하게 대답함.
간단하게 주니어의 아침을 챙겨준 본드는 본부에 전화해 오늘은 하루 휴가를 쓴다고 전화함. 아픈 실바랑 주니어만 두고 어딜 가겠어ㅠㅠ
아플때는 더 잘 먹어야 하니까 본드가 인터넷 검색해서 찾은 영양만점 브로콜리 스프를 준비해서 실바한테 가져가는데, 실바가 아파서 눈도 잘 못 뜨면서 브로콜리는 싫다고 투정부렸으면 좋겠다ㅋ
식은땀 때문에 젖어서 얼굴에 머리카락은 다 붙어 있고, 입술은 바짝 말라 껍질이 일어나는데 그 와중에 브로콜리는 싫다고 거부하는거야. 곧 죽을것 같이 앓던 사람이 브로콜리만은 싫다고 땡깡부리니까 본드는 처음에는 어이가 없다가 슬슬 빡침. 겉으로는 살살 구슬리면서 좀 먹어보라고, 몸에 좋은거라고 하는데 속으로는 카운트다운을 함. 3.... 2........ 1.......... 그리고 마침내 0가 되자 침대 옆 협탁을 열고는 총을 슥.. 하고 꺼내서는 실바 옆구리에 총구를 들이대고 웃으면서 정말 안 먹을꺼야? 하고 물어보면 실바가 벌벌 떨면서 일어나 본드가 떠먹여 주는 스프를 한입한입 먹겠지.
브로콜리 스프를 다 먹은 실바가 죽은듯이 털썩 침대 위로 쓰러지면 본드가 그 모습 보고 웃으며 이마에 달라붙은 실바 머리카락들 정리해 주고는 이마에 쪽 소리나게 뽀뽀해주고는 그릇 들고 방 밖으로 나감. 그리고 눈만 슬쩍 뜨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실바는 저놈의 총좀 어디 다른데에 치워야겠어 라고 중얼중얼 하지만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 다음으로 보류하겠지
그렇게 본드는 하루종일 실바 간병, 집안일, 애기 돌보기를 척척척 해내면서 하루를 보내고, 실바는 침대 위에서 자거나 깨어났어도 꼼짝 못하고 계속 침대신세임. 하루 종일 바쁜 엄마와 아픈 아빠에 의해 혼자 놀고 있던 주니어는 퍼즐을 하다가 문득 대디가 너무 걱정되는거임. 얼마나 아프길래 강력한 슈퍼 대디가 저렇게 누워만 계실까. 혹시 주사를 맞아야 하는거 아닐까? 하고 작은 머리를 또르륵 또르륵 굴림.
그러다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주니어는 대디가 너무 걱정되는거야. 마미가 대디를 방해하면 안된다고는 했지만 잠깐 들어가서 보는건 괜찮겠지. 하고 생각한 주니어는 저쪽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 본드 몰래 살금살금 실바가 있는 방으로 향함.
살짝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잠들었는지 눈 감고 힘겹게 숨만 몰아쉬고 있는 실바가 있음. 조심스럽게 침대로 다가간 주니어가 살짝 손을 뻣어 실바 이마에 손을 올리니까 완전 뜨거운거야! 깜짝 놀라서 손을 땐 주니어가 막 어쩔줄 몰라하면서 마미를 불러야 하나 하고 안절부절 하다가 옆에 물이 담긴 대야랑 물수건을 발견하고는 바쁜 마미를 대신해서 내가 대디를 간호해야지! 하고 굳은 결심을 함.
조심조심 수건을 물에 헹구고 자기 나름대로 꾹 짜는데, 애기 힘이 얼마나 쎄겠어... 열심히 짰는데도 수건에 물이 흥건함.. 그래도 이정도면 됬다 싶은 애기가 어디서 본건 있어서 네모나게 접어 실바 이마에 올리는데, 수건이 물을 얼마나 먹었는지 철퍽 소리가 남.
갑자기 이마에서 느껴지는 차가움과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물의 느낌에 소스라치게 놀란 실바가 눈을 번쩍 뜨는데, 주니어가 침대 위에 올라와서 굳은 의지가 느껴지는 얼굴로 이마 위 수건 위치를 바로잡고 있는거지.
놀라서 눈을 번쩍 뜬 실바에게 주니어가 심각한 얼굴을 하고는 대디 아프니까 내가 간호해줄꺼야. 하면서 눈을 초롱초롱거리는거지.
차마 뭐라 할 수 없는 실바는 힘겹게 웃으면서 고맙구나 주니어 라고 하며 손을 올려 머리를 쓰다듬쓰다듬 해줌. 그리고 빨래를 다 넌 본드가 없어진 주니어를 찾아 온 집안을 헤매다가 혹시 해서 방 문을 열 때 까지 주니어의 보살핌을 받던 실바는 축축해진 베개와 잠옷 상의때문에 추워서 소름이 다 돋았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았고, 본드가 와서 새걸로 갈아줄때는 눈물이 날 뻔 했다 함.
다음날 상태가 좋아진 실바가 업무때문에 Q랑 메신저 하면서 주니어가 기특하게도 자길 간호해 줬다 자랑자랑을 했고, Q는 아들 자랑은 그만좀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라고 메신저 입력 창에 쓰고 엔터를 누를까 말까 고민했다고 함.
6
실바가 애기한테 컴퓨터 쓰는법 알려주는게 보고싶다.
주말이어서 본드도 집에 있는데, 실바한테 본부에서 급한 의뢰가 들어온거지. 딱 보니 따로 본부 가서 할 필요도 없이 집에서 해도 될만한 일이어서 노트북 들고 서재로 ㄱㄱ
한참 실바랑 놀던 주니어는 아빠가 전화 받고 오더니 바쁜 일이 있어서 더이상 못 논다는 말에 많이 실망.. 하지만 어른스러운 주니어는 땡깡부리지 않고 아빠가 편하게 일 할 수 있도록 혼자서 잘 논
본드도 주말까지 실바한테 일 시키는 본부가 야속하지만 어쩌겠어. 급한거라는데.. 두 모자의 슬픈 시선을 받으며 서재로 들어가 일하는 실바의 어깨는 무거움..
빨리 끝나고 우리 달링이랑 주니어랑 놀아야지ㅠㅠ 하면서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타자를 치고 있긴 하는데, 어렵지는 않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임. 결국 한시간정도 꼼짝 안하고 일하는 실바를 위해 본드가 차를 한잔 타다 줍니다. 본드가 똑똑 하고 노크하며 주니어가 유치원 체험활동으로 손수 만든 노란 병아리 그림 머그를 들고옴.
어흑어흑 달링~ 주말인데 달링이랑 주니어랑 놀고싶어.. 하고 가짜 울음을 짜내며 의자에 앉은 상태로 본드 허리에 팔 두르고 엉겨오는 실바에 의해 머그를 떨어트릴뻔 한 본드는 빨리 끝내기나 하라고 실바 등짝을 찰싹찰싹 침.
그리고 두시간 쯤 지난 후 혼자 놀던 주니어가 슬슬 혼자놀기에 질리는거야. 생각해보니 내 썰에서 주니어는 맨날 혼자 노는것 같다. 미안하네.. 뭐 여튼 지루해진 주니어는 슬쩍 실바가 일하고 있는 서재 문 쪽으로 슬슬 다가감. 하지만 대디는 일하고 있고, 방해하면 안되기 때문에 차마 문은 못 열고 근처에서 서성거리는 주니어를 본 본드가 주방으로 향함.
주방에서 차가운 아이스티를 한잔 타고 얼음까지 동동 띄운 후 주니어에게 주면서, 대디가 많이 피곤하실테니까 주니어가 대디한테 가져다 주지 않겠니? 하니까 두 손으로 아이스티가 든 유리잔을 꼭 잡은 주니어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끄덕거림. 본드가 열어준 서재 문으로 살짝 들어간 주니어는 등을 돌린체 열심히 일하는 아빠를 봅니다.
대디! 하고 주니어가 부르자 실바가 뒤를 돌아보는데, 주니어가 시원한 아이스티가 가득 담긴 잔을 꼭 잡고 조심조심 오고 있는게 아님? 싱글벙글 웃으며 오, 주니어! 대디를 위한거야? 하면서 쏟기전에 얼른 잔을 받아들어 책상 위에 올리고는 주니어도 안아 무릎 위에 올림.
주니어는 실바 무릎 위에 앉아 실바가 작업하던 노트북을 보는데, 애기가 보는데도 완전 신기하고 어려워보이는거야. 우와우와 거리면서 실바가 손 대지 않아도 이리저리 움직이는 소스코드들을 보며 주니어가 신기해 하니까 실바는 은근 뿌듯하고 그럼.
잘 봐, 주니어 하고 실바가 뭔가를 클릭하자 갑자기 화면이 휘리릭 거리면서 화면 안을 떠 다니던 기호들이 한데 모여 이상한 꽃같은 그림으로 배치되기도 하고, 한번 더 누르니까 이번에는 물결무늬, 한번 더 누르니까 이번에는 햇님모양까지! 그런데 사실 지금 작업하던 내용이 국제 테러조직의 미사일 발사 암호 코드라는게 함정...
자기도 해 보고 싶지만 대디가 하는 일에 방해가 될 까봐 부탁 못 하고 마우스만 보며 우물쭈물하는 주니어를 눈치 챈 실바가 웃으면서 지금 하던 일은 밑으로 내려 놓고 그림판 켜서 주니어 놀게 해 주는거지. 여지것 컴퓨터는 한번도 만져본적 없는 주니어는 그림판만으로도 신남. 난 처음 컴퓨터만질때 그림판 가지고 세시간은 기본 놀았음 ㅇㅇ 주니어도 신날꺼리 믿어
아주 기본적인 그림판의 몇가지 기능들을 알려주자 연필이나 붓으로 찍찍찍 이런런거 그리고 페인트통으로 하나하나 색칠하는 재미에 풀 빠진 주니어는 계속계속 창작활동을 진행하고, 실바는 혹시 우리 아들은 천재 예술가가 아닐까? 하면서 주니어가 그린 그림들을 다 저장함.
둘은 Q한테서 실바선배가 일하다 말고 잠수에요! 하고 다급하게 걸려온 전화를 받은 본드가 서재 안으로 들이닥칠때 까지 재미지게 놀았고, 실바는 일이 끝난 후에 주니어가 그린 그림은 예쁘게 인쇄해서 서재 벽에 붙여줬다고 함.
7
둘이 부부싸움 했으면 좋겠다.
시작은 다들 그렇다시피 엄청 사소하게 요즘 너무 야근이 잦다. 주니어가 달링을 많이 찾는다, 조금 더 일찍 오면 안되냐부터 시작해서 가뜩이나 피곤했던 본드가 바쁜걸 어쩌냐고 신경질적으로 받아 치면서 점점 감정적으로 변해가고, 양말 뒤집어 놓는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점점 삼천포로 빠져 결혼하기 전 일까지 들먹이는거지. 너 그때 우리집 폭탄도 던지고 헬기로 마무리해서 다 부셔놓지 않았냐, 그때 이야기가 왜 지금 나오냐 블라블라블라
둘이 한참을 그렇게 서서 똑바로 노려보며 싸우는데, 윗 층 애기방에서 잘 자고있던 주니어가 큰 소리에 놀라 깨서 무슨일이지 하고 내려가보는데, 마미랑 대디가 싸우고 있는게 아님?
평소에는 둘이 말다툼이 있어도 실바가 먼저 얼른 항복하고 본드를 달래주고나, 본드가 양보하는데 생전 처음 저렇게 불같이 싸우는 엄빠를 주니어는 처음 보는거지. 놀라서 계단 난간을 꼭 부여잡고 주니어가 울먹울먹 거리기 시작하자 그때서야 실바랑 본드가 주니어가 깼다는걸 알아차림.
애 앞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으니 둘 다 아차 하는거야. 잠시 말 없이 가만 서 있던 실바와 본드에게 주니어가 마미.. 대디... 싸우는거야? 하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물어보자, 본드가 두 눈을 질끈 감더니 휙 몸을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쾅 하고 닫아버림. 그런 본드를 지켜보던 실바가 한숨을 한번 후... 하고 쉬고는 주니어에게 달려가 얼른 안아들고 등을 토닥여줌.
주니어가 이제는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면서 실바 목을 꼭 끌어안고 우는데, 그런 주니어를 꼭 안아들고 천천히 계단을 올라 방에 데려다 준 실바는 주니어 침대에 걸터 앉음. 그리고 품 안에 있는 주니어에게 천천히 조근조근 주니어도 친구와 싸울때가 있지? 대디랑 마미도 그런거야. 내일 대디가 마미한테 사과하면 마미 마음도 풀릴꺼야. 하고 말해주는거지.
실바 품에 안겨 옷자락을 꼬옥 잡고 울던 주니어가 조금씩 울음을 그쳐가자 실바가 주니어 이마에 뽀뽀를 쪽 해주고 침대에 눕히고 나가려고 하는데, 주니어가 실바한테 오늘은 같이 자자고 함. 울망울망한 얼굴을 하고 간절하게 바라보는 주니어에게 항복한 실바는 결국 주니어 침대에서 같이 자는데, 실바가 너무 길어.... 길어.... 주니어 키가 작아... 침대도 작아.... 다리 쭉 펴면 침대 밖으로 나오는 다리 때문에 실바는 주니어를 꼭 끌어안고 웅크리고 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주니어가 찰싹찰싹 때려서 실바를 깨움. 부스스한 머리로 일어난 실바의 손을 잡아 끌면서 주니어가 아랫층으로 내려가는데,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본드가 주방에서 아침준비를 하고 있는게 아님?
둘이서 본드 눈치를 보며 의자에 쭈뼛쭈뼛 앉자 본드가 준비한 아침식사를 하나하나 식탁에 올리고 포크랑 나이프도 가져다줌. 그리고 자기 포크와 나이프를 쥐고 베이컨을 잘라 먹는 본드를 실바가 아무 말 안하고 계속 바라보는데, 본드가 살짝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빨리 안 먹으면 식으니까 어서 먹기나 하라고 하는거지.
밥 먹으라는 본드에게서 화가 많이 누그러졌다는걸 알아 챈 실바가 싱글벙글 웃으며 잘먹겠습니다 달링~ 하고 외치면, 그 옆에서 같이 우물쭈물 거리고 있던 주니어도 활짝 웃으면서 잘먹겠습니다 마미~ 하고 포크를 쥐고 막 먹는거지
밥 다 잘 먹고 출근하려는 본드에게 실바가 살짝 긴장해서 화해의 키스를 살짝 입술에 하는데, 실바 입술이 떨어지자 본드가 피식 웃고는 실바 양 뺨을 잡고 찌인~ 하게 키스를 해주고, 그 옆에 서 있던 주니어가 그걸 보고는 작은 손으로 두 눈을 가렸으면 좋겠다.
1
애가 본드 닮아서 좀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거야
그래서 한번 웃겨보겠다고 실바가 별의별짓을 다 하는거 보고싶다
MI6 출근해서 없는 엄마 대신에 실바가 하루종일 집에서 애를 돌보는데, 짤처럼 소 흉내도 내보고, 그것도 안먹혀서 닭흉내도 내고, 삐에로 분장도 하고 나타나도 안통함. . .
상심해서 실바가 늘어져있으니까 출산후 사무직으로 변경된 본드가 퇴근해서 그거 보고는 한숨 한번 쉬곤 애기 안고 애기방으로 들어가서 재움.
본드가 침실로 들어가자 상심한 실바가 어깨 축 늘어뜨키고 등 돌리고 누워있어서 본드가 실바 옆에 살짝 누워어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주는거지
본드의 손길에 실바가 좀 찡찡거리다가 잠들고, 본드도 아직 애같은 실바보고 웃으며 잠이 듬.
다음날 애기한테 아침밥 먹이고 출근하는데, 실바는 아직 꿈나라임.
그런데 실바가 자고있는 침실 방 문이 살짝 열리더니 애기가 꼬물꼬물 침대위에 올라와선 실바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막 깔깔 웃는게 아님?
실바는 잘땐 그 틀니? 그건 빼놓고 자는데, 애가 보고 울까봐 한번도 보여준적이 없음. 그런데 다는사이 애가 들어와서 보고만거지
갑자기 얼굴에 뭐가 닫는 느낌에 실바가 깜짝놀라 바라보니 애가 자기 푹 꺼진 볼을 쓰다듬으며 웃다가 막 뽀뽀도 하고 좋아해서 놀람.
빠빠 빠빠 거리면서 환하게 웃으며 메달려오는 애기를 안아주며 역시 넌 제임스 주니어구나 하고 애기 정수리에 뽀뽀해줌. 이 얼굴을 처음 봤을때 눈을 찡그리지 않은 사람은 본드뿐이었거든ㅇㅇ
그렇게 실바랑 애기랑 하루종일 놀다 지쳐서 거실 소파에 누워 자고있으면 본드가 퇴근하고 돌아와서 똑같은 포즈로 자는걸 보곤 누가 부자지간 아니랄까봐 하면서 웃었으면 좋겠다
2
추운 겨울날에 실바랑 애기랑 둘이서 엄마 본드 퇴근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애기가 자꾸 엄마가 보고싶다고 보채는거야
평소 의젓해서 이런 일은 별로 없었는데 하필 이틀전쯤에 애기가 감기에 걸렸었던거지. 아직 감기기운이 다 떨어지지 않은 상태인데, 원래 아프면 더 서럽고 힘들고 그러잖아? 아빠 실바가 있긴 하지만 엄마가 보고싶은거ㅠㅠ
이불속에 파뭍혀서 엄마 보고싶다고 이젠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는 아이를 보고 실바는 가슴이 너무 아픈거.. 아픈 애가 엄마를 찾으며 우는데 자기가 엄마가 되어 줄 수도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실바가 옷장으로 달려가서는 품이 넉넉한 커다란 잠바를 입고 똭 등장.
아이를 잠바 속에 넣고, 한쪽 팔로는 바쳐 들고 지펴를 지익 올리니 바람한점 들어올 틈이 없어짐.
그 상태로 후딱 신발 신 갈아신고 실바는 붕붕이를 운전해서 MI6본부로 향함. 물론 운전하는 동안에도 애기는 실바 품 속에 폭 파뭍혀 있지
지금은 거의 재택근무를 하는 실바지만 MI6요원이긴 한거니까 본무를 무사 통ㅋ과ㅋ 그런데 불룩 튀어나와있는 실바 배를 보고 정문 지키는 요원들이 실바가 결혼하고 나서 살쪄서 배 나왔다고 오해했다는게 함정... 심지어 본드한테 가는 도중에 마주친 요원들이 본드에 이어서 실바까지 임신한거 아니야고 쑤근쑤근 이쑤근
열심히 데스크업무 보고 있던 볼드는 갑자기 찾아온 실바때문에 깜짝 놀라는데, 그것보다는 아픈 애는 혼자 두고 온건 아닌가 하고 포풍 걱정됨.
뭐라 말하려는 본드를 재빠르게 막고 실바는 자유로운 한쪽 팔로 잠바 지퍼를 조심조심 내리는데 어머, 실바본드 주니어가 새끼코알라마냥 실바 옷자락을 붙잡고 콜콜 자고있는게 아님??
재빨리 본드가 아이를 안아들자 애기가 본드한테 메달리면서 마미.. 하고 본드 품에 얼굴을 파뭍음. 오는동안 실바 품 속에 폭 들어가 있던 덕분에 애기는 따끈따끈한 상태임.
따끈따근한 애기 체온에 본드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니까 실바가 그거 보고는 달링도 따뜻하게 해줄까? 하고 웃으면서 잠바를 넓게 펼쳐서 본드까지 싸매버림.
그렇게 실바랑 본드, 애기는 한참을 부둥부둥 껴안고 있었다고 함.
3
토요일 주말 점심때 실바랑 본드랑 아기랑 셋이 엄마본드가 차려준 밥 맛있게 먹는데, 엄마 본드가 보니까 실바랑 애기랑 밥 먹는게 완전 똑같은거야. 여긴 내 몽쉘속이니까 내 마음대로 실바가 왼손잡이에 밥 씹을때 일단 입 안에 빵빵하게 집어넣고 우물거린다고 치자.
언제나처럼 두 볼 볼록하게 하고 우물우물거리며 밥먹는 실바를 보고 그 옆에 앉은 애기를 봤는데 똑같이 왼손으로 숫가락 쥐고 두 볼이 터질것 같이 빵빵한 상태로 우물우물우물
나란히 우물거리는 두 부자를 본 본드가 완전 엄마미소하면서 밥 위에 반찬 하니씩 얹어주면 똑같이 숫가락으로 밥이랑 반찬 한번에 푹 퍼서 입으로 가져가 우물우물거리겠지
본드엄마가 막 웃으면 실바랑 애기랑 무슨일이지? 하면서 눈 똥그랗게 뜨면서 본드를 바라보는데, 입은 계속 움직이고 ㅋ 본드엄마가 참다참다 결국 식탁을 박차고 일어나서 재빨리 카메라 가져와 두 부자를 찰칵찰칵 찍었으면 좋겠다ㅋ 나중에 인화해서 앨범에 껴 놓는데, 밑에 코멘트로 본드가 [햄스터 부자]라고 써 놓겠지.
그런데 실바랑 애기랑 싫어하는 음식도 똑같아서 본드가 이것저것 밥 위에 얹어주다가 싫어하는 양파라던가 피망, 버섯같은거 얹어주면, 주둥이 쭉 내밀고 밥그릇 가장자리로 슬슬 밀어내고는 은근슬쩍 밥 속에 파뭍고 나중에 걸려서 본드한테 혼나는거지. 실바는 나이가 몇갠데 아직도 편식이냐고 하고, 애기한테는 그렇게 편식하다가 아빠처럼 된다고 하면 실바도 충격, 애기도 충격... 애기가 정말 싫다는 얼굴로 밥 속에 파뭍어둔 버섯 꿀떡 삼키면 실바는 뭔가 마음속이 복잡미묘해지고 ㅋ
밥 다 먹고 본드가 설겆이 끝내고 거실로 나오니까 실바가 소파위에 아빠다리하고 그 위에 애기앉혀두고는 똑같이 진지한 얼굴로 TV에서 틀어주는 아기코끼리 덤보를 보고있는게 아님?
팝콘은 언제 튀겨 가져왔는지 볼에 한가득 담겨져 있는데 애기 한 입, 자기 한 입 하면서 둘이 또 나란히 냠냠거리면서 덤보를 보다 끝나자마자 본드한테 달링/마미랑 덤보랑 똑같이 생겼어!!! 라고 말 했다가 본드가 화나서 찍찍 쏘는 물총 피해서 둘이 키하하하 거리면서 도망갔으면 좋겠다.
4
어느날 MI6본부가 익명의 해커에게 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함. 물론 존날 Q가 있지만 해커놈이 아주 철저하게 준비해는지 막으면 다른 경로로 공격해오고, 공격 패턴을 파악해서 막아도 다른 패턴으러 공격, 거기다 자취는 얼마나 잘 감추는지 꼬리를 잡기가 힘듬.
자기 혼자 힘으로는 힘들다는걸 안 Q는 하는수 없이 비장의 카드를 사용하는데, 바로 실바 소환! 본부가 위험한데 선배고 나발이고ㅇㅇ
재택근무하면서 잉여롭게 살던 실바는 집안에 들이닥친 머니페니와 기타 요원들의 손에 붙들려서 질질 끌려가고, 본드는 손수 짐가방까지 싸서 잡으러 온 요원 손에 들려줌. 본드가 한 팔에 애기 안고 다른팔로 아빠한테 빠빠이 해야지? 하며 애기 손을 살짝살짝 흔드는데, 애기는 마냥 좋아서 아빠 빠빠!! 하면서 활짝 웃으며 실바에게 작별인사를 함. 그리고 실바는 너무 환하게 웃으며 작별인사 하는 본드와 애기를 보고 눈에 눈물이 고였다고 한다.
뭐 여차저차해서 실바랑 Q의 합독 작전이 펼쳐지고, 놈을 바싹 추격하기 위해 잠도 둘이 번갈아 가며 쪽잠을 자는 형식으로 버팀. 다행스럽게도 본드가 챙겨준 실바 짐 안에는 옷부터 세면도구, 실바가 좋아하는 간식인 말린 망고, 실바가 청산가리로 입은 상처때문에 매일매일 먹는 강력한 진통제들이 가득 들어있어서 집에 안 돌아가도 버틸수는 있었음.
한편 본부는 위기상황이지만 본드는 집에서 애기랑 같이 잘 지내고 있음. 실바가 본부로 끌려갔는데 본드까지 가면 애기는 누가 봄? 그리고 몇 십년동안 현장요원으로 근무하던 본드의 컴퓨터 실력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보통 사람 이상은 넘질 못함. 그래서 애기랑 같이 집에 있는거임.
처음에는 아빠가 없다는거에 별 신경 안쓰던 애기.. 하도 애기애기 거려서 애기가 이름같으니까 이름을 지어주고 싶지만 신박한게 없으니 쥬니어로 하자. 쥬니어는 이틀째가 되자 아빠가 없다는걸 자각함. 엄마가 곁에 있긴 하지만 평소에는 아빠랑 더 많이 있었잖음? 허전한거지.
혼자 거실에서 블록놀이하는 애기 뒷 모습에서 쓸쓸함을 느낀 본드는 한숨을 후 하고 내쉼. 비록 웃으며 내보내긴 했지만 본드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거지. 본드도 요원이니까 지금 상황이 별로 안 좋다는거 다 알기도 하니까 혹시 잘못해서 과거의 누구처럼 본부를 폭파시켜서 크게 다치지는 아닐지 걱정임. 거기다 아무리 진통제를 바리바리 싸 들려보냈지만 아프진 않을까 본드는 밖에 굴러다니는 낙엽만 봐도 한숨이 나옴.
그리고 실바는 내가 왜 사랑하는 우리 달링이랑 쥬니어를 두고 여기서 뭐하는거지 하고 짠내를 풍기며 말린 망고를 우물우물함. 실바가 징징거리는걸 옆에서 강제로 지켜보던 Q는 실바 징징거림이 짜증나서라도 빨리 개갱끼를 잡고 저놈을 퇴근시켜버릴 생각으로 이글이글 불타오름.
그렇게 일주일이 흐른자 마침내 MI6를 털털 털려고 했던 개갱끼가 잡힘. 놈이 잡히자마자 실바는 올레!!를 외치며 집으로 튀어갔고, Q는 남은 뒷처리도 뒷처리지만 저놈의 징징거림에서 해방되었다는게 기쁨.
일주일동안 쥬니어는 현관문 앞에서 아빠만 기다리고 있었음. 띵동 하길래 아빤가?! 하고 나가보니 파이 나눠주러 나온 옆집 아주머니.. 실망해서 축 쳐져있는데 또 띵동해서 이번엔 아빤가?! 하고 가보니 우편배달부 아저씨... 우울하다못해 땅을 파고 들어갈 기세인 쥬니어를 보고 본드는 걱정스럽지만 언젠가 한번쯤은 겪을 일이라 생각하며 조용히 뒤에서 쥬니어를 지켜봄.
그리고 이젠 아빠인가? 하고 현관문 앞으로 쪼르르 나가는거에 지친 쥬니어가 혼자 퍼즐가지고 놀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림. 본드가 안나가보냐고 물어봐도 아무 말 없이 퍼즐만 맞추고 있을 뿐 이어서 본드가 직접 나가는데, 어엉?!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목소리가 들리네?!
빨리 놈을 잡고 집에 가고자 대충 세수랑 양치만 해서 일주일만에 거지꼴을 하고 돌아온 아빠가 현관앞에서 엄마를 끌어안고 있는걸 본 쥬니어가 다다다 달려가서 실바 다리 한쪽에 데롱데롱 메달림.
얼굴을 부비며 실바 다리에 붙어서 안 떨어질 기세인 쥬니어를 번쩍 안아든 실바는 일주일만에 보는 사랑스러운 쥬니어한테 무한 뽀뽀를 날리는데, 따가운 수염때문에 결국 쥬니어가 울음을 터트리고 나서야 멈춤. 삐져서 실바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쥬니어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용서를 비는 실바를 보고 본드는 무사히 잘 돌아와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오랜만에 3인분의 식사를 만들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고 함.
그리고 그 날 밤에는 오랜만에 세 식구 다 같이 한 침대에서 잠들겠지
5
실바가 엄청 아팠으면 좋겠다
실바 몸이 별로 안 좋잖아? 그래서 매일 보기만 해도 질릴 정도로 엄!청! 강한 진통제를 과자먹듯이 먹는데, 가끔 일년에 한번정도 약 부작용인지 뭔지 해서 하루종일 끙끙 앓는거지. 그런 날은 다른 약들도 안 통해서 어찌 할 수 없음..
그 전날 부터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던 실바는 아, 내가 그때가 왔구나 하고 미리 밍기적 거리느라 안 끝난 일들도 순식간에 처리하고 그 날을 준비함. 그리고 운명의 그 날, 잘 자고 있던 본드는 옆에서 들려오는 낑낑 거리는 소리에 놀라 눈을 뜨는데 실바가 식은땀을 흘리며 자면서도 아픈지 인상을 팍 찡그리고 있는게 아님?
놀란 본드가 벌떡 일어나서 얼른 실바를 살피는데 온 몸이 불덩어리임. 결혼하고 같이 살면서 실바의 이런 모습을 몇번 본 본드는 아, 그날이구나 하고 눈치 채고 서둘러 일어나서 찬 물수건을 준비해 옴.
옆에 얼음물도 떠다 놓고 수시로 수건을 적셔가며 뜨거운 실바의 얼굴이나 목, 손발, 몸을 닦아주는데 오한이 드는지 실바가 막 몸서리치게 싫어하는거야.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이마 위에만 얼음주머니 만들어다가 올려놓고 마른 수건 가져다가 여기저기 땀을 닦아주면서 아침이 밝아 오도록 곁에서 보살펴줌.
태양이 온 세상을 비추고, 착실한 주니어가 스스로 일어나 세수도 하고 옷도 갈아입고 아랫층 부엌으로 내려갔는데, 평소라면 마미가 식사 준비하고 있어야 할 주방이 조용한거야. 갸웃거리며 부부방을 살짝 열어 보는데, 대디는 침대에 누워서 이불속에 누워서 끙끙 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고, 마미는 그 옆에 앉아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대디를 보살피고 있는게 아님?
조용히 본드에게 다가간 주니어는 본드 팔을 꼬고 잡으면서 대디 아픈거야? 하고 물어보는데, 본드가 애써 웃으면서 주니어를 들어 올려서 껴 안으며 오늘은 대디가 많이 아프니까 귀찮게 하면 안돼. 착하게 있어야 한다, 알았지? 하고 말하자 결연한 표정을 한 주니어가 네 마미 저 착하게 있을께요.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또랑또랑하게 대답함.
간단하게 주니어의 아침을 챙겨준 본드는 본부에 전화해 오늘은 하루 휴가를 쓴다고 전화함. 아픈 실바랑 주니어만 두고 어딜 가겠어ㅠㅠ
아플때는 더 잘 먹어야 하니까 본드가 인터넷 검색해서 찾은 영양만점 브로콜리 스프를 준비해서 실바한테 가져가는데, 실바가 아파서 눈도 잘 못 뜨면서 브로콜리는 싫다고 투정부렸으면 좋겠다ㅋ
식은땀 때문에 젖어서 얼굴에 머리카락은 다 붙어 있고, 입술은 바짝 말라 껍질이 일어나는데 그 와중에 브로콜리는 싫다고 거부하는거야. 곧 죽을것 같이 앓던 사람이 브로콜리만은 싫다고 땡깡부리니까 본드는 처음에는 어이가 없다가 슬슬 빡침. 겉으로는 살살 구슬리면서 좀 먹어보라고, 몸에 좋은거라고 하는데 속으로는 카운트다운을 함. 3.... 2........ 1.......... 그리고 마침내 0가 되자 침대 옆 협탁을 열고는 총을 슥.. 하고 꺼내서는 실바 옆구리에 총구를 들이대고 웃으면서 정말 안 먹을꺼야? 하고 물어보면 실바가 벌벌 떨면서 일어나 본드가 떠먹여 주는 스프를 한입한입 먹겠지.
브로콜리 스프를 다 먹은 실바가 죽은듯이 털썩 침대 위로 쓰러지면 본드가 그 모습 보고 웃으며 이마에 달라붙은 실바 머리카락들 정리해 주고는 이마에 쪽 소리나게 뽀뽀해주고는 그릇 들고 방 밖으로 나감. 그리고 눈만 슬쩍 뜨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실바는 저놈의 총좀 어디 다른데에 치워야겠어 라고 중얼중얼 하지만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 다음으로 보류하겠지
그렇게 본드는 하루종일 실바 간병, 집안일, 애기 돌보기를 척척척 해내면서 하루를 보내고, 실바는 침대 위에서 자거나 깨어났어도 꼼짝 못하고 계속 침대신세임. 하루 종일 바쁜 엄마와 아픈 아빠에 의해 혼자 놀고 있던 주니어는 퍼즐을 하다가 문득 대디가 너무 걱정되는거임. 얼마나 아프길래 강력한 슈퍼 대디가 저렇게 누워만 계실까. 혹시 주사를 맞아야 하는거 아닐까? 하고 작은 머리를 또르륵 또르륵 굴림.
그러다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주니어는 대디가 너무 걱정되는거야. 마미가 대디를 방해하면 안된다고는 했지만 잠깐 들어가서 보는건 괜찮겠지. 하고 생각한 주니어는 저쪽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 본드 몰래 살금살금 실바가 있는 방으로 향함.
살짝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잠들었는지 눈 감고 힘겹게 숨만 몰아쉬고 있는 실바가 있음. 조심스럽게 침대로 다가간 주니어가 살짝 손을 뻣어 실바 이마에 손을 올리니까 완전 뜨거운거야! 깜짝 놀라서 손을 땐 주니어가 막 어쩔줄 몰라하면서 마미를 불러야 하나 하고 안절부절 하다가 옆에 물이 담긴 대야랑 물수건을 발견하고는 바쁜 마미를 대신해서 내가 대디를 간호해야지! 하고 굳은 결심을 함.
조심조심 수건을 물에 헹구고 자기 나름대로 꾹 짜는데, 애기 힘이 얼마나 쎄겠어... 열심히 짰는데도 수건에 물이 흥건함.. 그래도 이정도면 됬다 싶은 애기가 어디서 본건 있어서 네모나게 접어 실바 이마에 올리는데, 수건이 물을 얼마나 먹었는지 철퍽 소리가 남.
갑자기 이마에서 느껴지는 차가움과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물의 느낌에 소스라치게 놀란 실바가 눈을 번쩍 뜨는데, 주니어가 침대 위에 올라와서 굳은 의지가 느껴지는 얼굴로 이마 위 수건 위치를 바로잡고 있는거지.
놀라서 눈을 번쩍 뜬 실바에게 주니어가 심각한 얼굴을 하고는 대디 아프니까 내가 간호해줄꺼야. 하면서 눈을 초롱초롱거리는거지.
차마 뭐라 할 수 없는 실바는 힘겹게 웃으면서 고맙구나 주니어 라고 하며 손을 올려 머리를 쓰다듬쓰다듬 해줌. 그리고 빨래를 다 넌 본드가 없어진 주니어를 찾아 온 집안을 헤매다가 혹시 해서 방 문을 열 때 까지 주니어의 보살핌을 받던 실바는 축축해진 베개와 잠옷 상의때문에 추워서 소름이 다 돋았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았고, 본드가 와서 새걸로 갈아줄때는 눈물이 날 뻔 했다 함.
다음날 상태가 좋아진 실바가 업무때문에 Q랑 메신저 하면서 주니어가 기특하게도 자길 간호해 줬다 자랑자랑을 했고, Q는 아들 자랑은 그만좀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라고 메신저 입력 창에 쓰고 엔터를 누를까 말까 고민했다고 함.
6
실바가 애기한테 컴퓨터 쓰는법 알려주는게 보고싶다.
주말이어서 본드도 집에 있는데, 실바한테 본부에서 급한 의뢰가 들어온거지. 딱 보니 따로 본부 가서 할 필요도 없이 집에서 해도 될만한 일이어서 노트북 들고 서재로 ㄱㄱ
한참 실바랑 놀던 주니어는 아빠가 전화 받고 오더니 바쁜 일이 있어서 더이상 못 논다는 말에 많이 실망.. 하지만 어른스러운 주니어는 땡깡부리지 않고 아빠가 편하게 일 할 수 있도록 혼자서 잘 논
본드도 주말까지 실바한테 일 시키는 본부가 야속하지만 어쩌겠어. 급한거라는데.. 두 모자의 슬픈 시선을 받으며 서재로 들어가 일하는 실바의 어깨는 무거움..
빨리 끝나고 우리 달링이랑 주니어랑 놀아야지ㅠㅠ 하면서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타자를 치고 있긴 하는데, 어렵지는 않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임. 결국 한시간정도 꼼짝 안하고 일하는 실바를 위해 본드가 차를 한잔 타다 줍니다. 본드가 똑똑 하고 노크하며 주니어가 유치원 체험활동으로 손수 만든 노란 병아리 그림 머그를 들고옴.
어흑어흑 달링~ 주말인데 달링이랑 주니어랑 놀고싶어.. 하고 가짜 울음을 짜내며 의자에 앉은 상태로 본드 허리에 팔 두르고 엉겨오는 실바에 의해 머그를 떨어트릴뻔 한 본드는 빨리 끝내기나 하라고 실바 등짝을 찰싹찰싹 침.
그리고 두시간 쯤 지난 후 혼자 놀던 주니어가 슬슬 혼자놀기에 질리는거야. 생각해보니 내 썰에서 주니어는 맨날 혼자 노는것 같다. 미안하네.. 뭐 여튼 지루해진 주니어는 슬쩍 실바가 일하고 있는 서재 문 쪽으로 슬슬 다가감. 하지만 대디는 일하고 있고, 방해하면 안되기 때문에 차마 문은 못 열고 근처에서 서성거리는 주니어를 본 본드가 주방으로 향함.
주방에서 차가운 아이스티를 한잔 타고 얼음까지 동동 띄운 후 주니어에게 주면서, 대디가 많이 피곤하실테니까 주니어가 대디한테 가져다 주지 않겠니? 하니까 두 손으로 아이스티가 든 유리잔을 꼭 잡은 주니어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끄덕거림. 본드가 열어준 서재 문으로 살짝 들어간 주니어는 등을 돌린체 열심히 일하는 아빠를 봅니다.
대디! 하고 주니어가 부르자 실바가 뒤를 돌아보는데, 주니어가 시원한 아이스티가 가득 담긴 잔을 꼭 잡고 조심조심 오고 있는게 아님? 싱글벙글 웃으며 오, 주니어! 대디를 위한거야? 하면서 쏟기전에 얼른 잔을 받아들어 책상 위에 올리고는 주니어도 안아 무릎 위에 올림.
주니어는 실바 무릎 위에 앉아 실바가 작업하던 노트북을 보는데, 애기가 보는데도 완전 신기하고 어려워보이는거야. 우와우와 거리면서 실바가 손 대지 않아도 이리저리 움직이는 소스코드들을 보며 주니어가 신기해 하니까 실바는 은근 뿌듯하고 그럼.
잘 봐, 주니어 하고 실바가 뭔가를 클릭하자 갑자기 화면이 휘리릭 거리면서 화면 안을 떠 다니던 기호들이 한데 모여 이상한 꽃같은 그림으로 배치되기도 하고, 한번 더 누르니까 이번에는 물결무늬, 한번 더 누르니까 이번에는 햇님모양까지! 그런데 사실 지금 작업하던 내용이 국제 테러조직의 미사일 발사 암호 코드라는게 함정...
자기도 해 보고 싶지만 대디가 하는 일에 방해가 될 까봐 부탁 못 하고 마우스만 보며 우물쭈물하는 주니어를 눈치 챈 실바가 웃으면서 지금 하던 일은 밑으로 내려 놓고 그림판 켜서 주니어 놀게 해 주는거지. 여지것 컴퓨터는 한번도 만져본적 없는 주니어는 그림판만으로도 신남. 난 처음 컴퓨터만질때 그림판 가지고 세시간은 기본 놀았음 ㅇㅇ 주니어도 신날꺼리 믿어
아주 기본적인 그림판의 몇가지 기능들을 알려주자 연필이나 붓으로 찍찍찍 이런런거 그리고 페인트통으로 하나하나 색칠하는 재미에 풀 빠진 주니어는 계속계속 창작활동을 진행하고, 실바는 혹시 우리 아들은 천재 예술가가 아닐까? 하면서 주니어가 그린 그림들을 다 저장함.
둘은 Q한테서 실바선배가 일하다 말고 잠수에요! 하고 다급하게 걸려온 전화를 받은 본드가 서재 안으로 들이닥칠때 까지 재미지게 놀았고, 실바는 일이 끝난 후에 주니어가 그린 그림은 예쁘게 인쇄해서 서재 벽에 붙여줬다고 함.
7
둘이 부부싸움 했으면 좋겠다.
시작은 다들 그렇다시피 엄청 사소하게 요즘 너무 야근이 잦다. 주니어가 달링을 많이 찾는다, 조금 더 일찍 오면 안되냐부터 시작해서 가뜩이나 피곤했던 본드가 바쁜걸 어쩌냐고 신경질적으로 받아 치면서 점점 감정적으로 변해가고, 양말 뒤집어 놓는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점점 삼천포로 빠져 결혼하기 전 일까지 들먹이는거지. 너 그때 우리집 폭탄도 던지고 헬기로 마무리해서 다 부셔놓지 않았냐, 그때 이야기가 왜 지금 나오냐 블라블라블라
둘이 한참을 그렇게 서서 똑바로 노려보며 싸우는데, 윗 층 애기방에서 잘 자고있던 주니어가 큰 소리에 놀라 깨서 무슨일이지 하고 내려가보는데, 마미랑 대디가 싸우고 있는게 아님?
평소에는 둘이 말다툼이 있어도 실바가 먼저 얼른 항복하고 본드를 달래주고나, 본드가 양보하는데 생전 처음 저렇게 불같이 싸우는 엄빠를 주니어는 처음 보는거지. 놀라서 계단 난간을 꼭 부여잡고 주니어가 울먹울먹 거리기 시작하자 그때서야 실바랑 본드가 주니어가 깼다는걸 알아차림.
애 앞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으니 둘 다 아차 하는거야. 잠시 말 없이 가만 서 있던 실바와 본드에게 주니어가 마미.. 대디... 싸우는거야? 하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물어보자, 본드가 두 눈을 질끈 감더니 휙 몸을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쾅 하고 닫아버림. 그런 본드를 지켜보던 실바가 한숨을 한번 후... 하고 쉬고는 주니어에게 달려가 얼른 안아들고 등을 토닥여줌.
주니어가 이제는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면서 실바 목을 꼭 끌어안고 우는데, 그런 주니어를 꼭 안아들고 천천히 계단을 올라 방에 데려다 준 실바는 주니어 침대에 걸터 앉음. 그리고 품 안에 있는 주니어에게 천천히 조근조근 주니어도 친구와 싸울때가 있지? 대디랑 마미도 그런거야. 내일 대디가 마미한테 사과하면 마미 마음도 풀릴꺼야. 하고 말해주는거지.
실바 품에 안겨 옷자락을 꼬옥 잡고 울던 주니어가 조금씩 울음을 그쳐가자 실바가 주니어 이마에 뽀뽀를 쪽 해주고 침대에 눕히고 나가려고 하는데, 주니어가 실바한테 오늘은 같이 자자고 함. 울망울망한 얼굴을 하고 간절하게 바라보는 주니어에게 항복한 실바는 결국 주니어 침대에서 같이 자는데, 실바가 너무 길어.... 길어.... 주니어 키가 작아... 침대도 작아.... 다리 쭉 펴면 침대 밖으로 나오는 다리 때문에 실바는 주니어를 꼭 끌어안고 웅크리고 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주니어가 찰싹찰싹 때려서 실바를 깨움. 부스스한 머리로 일어난 실바의 손을 잡아 끌면서 주니어가 아랫층으로 내려가는데,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본드가 주방에서 아침준비를 하고 있는게 아님?
둘이서 본드 눈치를 보며 의자에 쭈뼛쭈뼛 앉자 본드가 준비한 아침식사를 하나하나 식탁에 올리고 포크랑 나이프도 가져다줌. 그리고 자기 포크와 나이프를 쥐고 베이컨을 잘라 먹는 본드를 실바가 아무 말 안하고 계속 바라보는데, 본드가 살짝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빨리 안 먹으면 식으니까 어서 먹기나 하라고 하는거지.
밥 먹으라는 본드에게서 화가 많이 누그러졌다는걸 알아 챈 실바가 싱글벙글 웃으며 잘먹겠습니다 달링~ 하고 외치면, 그 옆에서 같이 우물쭈물 거리고 있던 주니어도 활짝 웃으면서 잘먹겠습니다 마미~ 하고 포크를 쥐고 막 먹는거지
밥 다 잘 먹고 출근하려는 본드에게 실바가 살짝 긴장해서 화해의 키스를 살짝 입술에 하는데, 실바 입술이 떨어지자 본드가 피식 웃고는 실바 양 뺨을 잡고 찌인~ 하게 키스를 해주고, 그 옆에 서 있던 주니어가 그걸 보고는 작은 손으로 두 눈을 가렸으면 좋겠다.
존좋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광대가 승천했어요 제 광대좀 내려두세료 ㅠㅠㅠ 금손아 붕간적으로 100편까지는 있어야하는거아니니?? 너무 존좋이다 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