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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추운가요?
......
좀 오래 걸릴거에요. 노래 틀어줄게요. 재즈 좋아해요?
.......
휘쇼는 소리 없이 웃었어. 내 말 듣고 있는거 다 아는데. 조수석에 기댄 남자는 자는 것처럼 눈을 꼭 감고 움직이지 않았지. 휘쇼는 다시 한번 웃었어. 아이같아. 하얀 속눈썹이 작게 바들거리고 있는걸 본인도 못 느끼는건 아닐테고. 모른척 해주길 바라는 것 같으니 일단은 넘어가기로 했지.
다니엘에게 오늘은 운이 아주 나쁜 날이었어. 손에 입김을 호호 불며 어디서부터 어긋난건지 따져 보기로 했지. 어제 저녁에 친구와 맥주 한 캔씩 마실 때부터? 간만에 오른 흥에 자제하지 못하고 숨겨둔 양주를 땄을 때부터? 평소보다 늦은 시각에 일어나 일기예보도 보지 못하고 대충 반팔에 자켓을 걸쳤을 때부터?
몰라.. 아으 추워.
이 참에 직업을 바꿔볼까. 추위에 약한 다니엘에게 겨울의 렌트보이는 너무 힘든 일이었지. 내가 무슨. 다니엘은 자조적으로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떨어트렸어. 반이나 남았지만 손이 시려워 필 여력이 없었거든. 나중에 주워 피울 사람을 위해 밟지 않고 구석에 몰아넣은 뒤 내버려뒀지. 다니엘은 자켓 주머니에 손을 넣고 몸을 작게 말아 움츠렸어. 담배도 껐고 볼품없이 몸을 구기고 있으니 여자는 안 오겠군. 이와중에도 손님을 가리는 제 모습에 웃음이 났어.
이런 날은 꼭 뜻하지 않게 그동안 자각하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게 되지. 옆에 있는 어린 것들에게 나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낯익은 얼굴의 단골들이 몇몇 눈에 띄는것 같아 안심하고 있었던 건 큰 오산이었어. 추위에 발갛게 튼 얼굴을 하고 담벼락 밑에 쭈그리고 있는 다니엘을 보더니 다른 애를 데려 가더라고.
Sorry, Daniel.
어린 애들은 꼭 저런다니까. 허리가 50인치는 되는 아저씨한테 매달려 가면서도 남의 단골을 차지한게 엄청난 자랑인 양 으스대는 꼴이라니. 손님 밑에서 발발 기는게 버릇되면 이 일 오래 못해먹는대도. 멍청한 것들.
멍청한건 다니엘 자신이었어. 자켓을 벗고라도 잡을걸. 한두명쯤 지나쳤을땐 헛웃음이 났는데 이제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 한참을 굽히고 있던 무릎을 펴자 쥐가 났지. 입에서는 밭은 숨과 제발 아무나 날 데려가 하는 소리가 절로 새어 나왔어. 그 때 바로 옆 꼬마 앞에 고급차 한 대가 섰고, 다니엘은 꼬마를 제치고 조수석으로 달려가 검게 선팅된 창문을 두드리며 외쳤지.
내가 얘보다 잘 해요! 아니, 여기에서 제일 잘 해요. 나머지는 다 포주 자식 때문에 횟수에 제한이 있고, 난 없다구요! 원하는 대로 흥정도 가능해요. 그리고.. 노, 노콘돔! 그게 제일 중요하잖아요, 그렇죠? Please pick me. Please, sir. I'm begging you. Please..
옆에 서 있던 꼬마도 골목에 늘어서 있던 다른 렌트보이들도 처음보는 모습에 잡던 차도 놓치며 시선을 고정했지. 달칵.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주저 없이 차 문을 열고 탑승했어. 기쁨에 겨워 소리라도 지를 뻔한걸 간신히 참았어. 벨트를 매려고 몸을 돌리자 양손 가운데 손가락을 들고 있는 꼬마가 보였지. 똑같이 해주고는 의기양양한 웃음을 지어 보였어. 그리고는 운전석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Jesus..
출발 할게요. 우리 집으로 가도 되죠?
대학생인가? 많아봐야 스물다섯 정도.. 창 밖에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애써 담담한척 하려 했지만 그럴수 없었지. 아까 입에서 아무렇게나 내뱉은 싸구려 같은 대사를 되짚어 보니 현기증이 일었어. 나는 저 나이에 뭘 하고 있었더라. 따뜻한 히터에 갑자기 풀린 몸 때문인지 눈물이 핑 돌아 그냥 눈을 감아버렸지.
나는 너랑 친구하고 싶지 않아. 벤, 제발 나를 안아줘. 휘쇼는 확실하게 말했어. 너는 예쁘긴 하지만 내 취향이 아니야. 그렇게 원한다면 한 번은 해줄수 있어. 그 뒤에는 다시 친구로 돌아와야 하고. 아니면 내가 널 떠날테니까.
분명히 알았다고 대답했잖아. 휘쇼는 다시 한번 치를 떨었지. 만족스럽지 못한 섹스 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전화가 왔어. 벤.., 마크가 목을 맸어.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경찰들이 들이닥쳤고 조사가 끝나 풀려난 후에는 유족들이 찾아왔지. 얼마나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건지 유서까지 남겨놓고 갔대. 구구절절 늘어 놓은 애정 표현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 대충 넘기며 읽다 마지막 줄에 눈이 크게 떠졌어.
....나를 묻을 때 벤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으면 해요. 그와 나는 누구보다 깊은 사랑을 나눴으니까.....
맹세코 오해를 살만한 행동은 한적이 없었어. 그가 묘사한 나는 내가 아니야. 나는 원래 눈을 접으며 웃고 말투는 보통 남자애들보다 상냥하지. 너에게만 그런게 아니었단 말야. 차라리 복상사를 했다면 이보다는 납득하기 쉬울텐데. 휘쇼는 직전의 애인 때문에 끊었었지만 늘 몸에 지니고 있던 담배를 다시 찾아 물었어. 연기를 뱉으며 주위를 둘러보다 쇼윈도에 비친 자신을 마주했지.
나는 왜 아름다운거지?
담배 연기를 한참 내뱉으며 진지하게 물음을 되풀이했지만 답을 찾을수 있을리 없었지. 애초에 친부모도 모르는데. 마크 그 자식 때문에 별생각을 다하네. 반쯤 태운 담배를 길바닥에 떨어트린뒤 길을 가다가 멈췄어. 혹시 누가 주워서 피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 구둣굽으로 짓이기고 나서 집으로 향했지.
잘했어. 잘 참았어, 벤.
유골을 묻고 집에 오는 차 안에서 휘쇼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뇌었어. 잘 참 아냈어 벤 휘쇼. 이제 사람이 죽는건 지긋지긋해.
집이 있는 부촌과 맞닿아있는 골목에 들어서자 계절감을 상실한 아이들이 늘어서 있었어. 아무나 상관없이 거지같은 기분을 몸으로 풀어낼 상대가 필요했어. 휘쇼는 대충 차를 대고 옆에 서 있는 렌트보이를 태우려고 했지. 그런데 갑자기 차에 짧은 머리의 남자가 다가왔지.
....Please pick me. Please,sir...
삼일 만에 웃음 짓는 자신을 발견한 휘쇼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어. 뭐부터 물어볼까. 사람과의 관계에서 처음 느껴보는 설렘에 가슴이 뛰었지.
아직도 추운가요?
......
좀 오래 걸릴거에요. 노래 틀어줄게요. 재즈 좋아해요?
.......
휘쇼는 소리 없이 웃었어. 내 말 듣고 있는거 다 아는데. 조수석에 기댄 남자는 자는 것처럼 눈을 꼭 감고 움직이지 않았지. 휘쇼는 다시 한번 웃었어. 아이같아. 하얀 속눈썹이 작게 바들거리고 있는걸 본인도 못 느끼는건 아닐테고. 모른척 해주길 바라는 것 같으니 일단은 넘어가기로 했지.
다니엘에게 오늘은 운이 아주 나쁜 날이었어. 손에 입김을 호호 불며 어디서부터 어긋난건지 따져 보기로 했지. 어제 저녁에 친구와 맥주 한 캔씩 마실 때부터? 간만에 오른 흥에 자제하지 못하고 숨겨둔 양주를 땄을 때부터? 평소보다 늦은 시각에 일어나 일기예보도 보지 못하고 대충 반팔에 자켓을 걸쳤을 때부터?
몰라.. 아으 추워.
이 참에 직업을 바꿔볼까. 추위에 약한 다니엘에게 겨울의 렌트보이는 너무 힘든 일이었지. 내가 무슨. 다니엘은 자조적으로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떨어트렸어. 반이나 남았지만 손이 시려워 필 여력이 없었거든. 나중에 주워 피울 사람을 위해 밟지 않고 구석에 몰아넣은 뒤 내버려뒀지. 다니엘은 자켓 주머니에 손을 넣고 몸을 작게 말아 움츠렸어. 담배도 껐고 볼품없이 몸을 구기고 있으니 여자는 안 오겠군. 이와중에도 손님을 가리는 제 모습에 웃음이 났어.
이런 날은 꼭 뜻하지 않게 그동안 자각하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게 되지. 옆에 있는 어린 것들에게 나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낯익은 얼굴의 단골들이 몇몇 눈에 띄는것 같아 안심하고 있었던 건 큰 오산이었어. 추위에 발갛게 튼 얼굴을 하고 담벼락 밑에 쭈그리고 있는 다니엘을 보더니 다른 애를 데려 가더라고.
Sorry, Daniel.
어린 애들은 꼭 저런다니까. 허리가 50인치는 되는 아저씨한테 매달려 가면서도 남의 단골을 차지한게 엄청난 자랑인 양 으스대는 꼴이라니. 손님 밑에서 발발 기는게 버릇되면 이 일 오래 못해먹는대도. 멍청한 것들.
멍청한건 다니엘 자신이었어. 자켓을 벗고라도 잡을걸. 한두명쯤 지나쳤을땐 헛웃음이 났는데 이제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 한참을 굽히고 있던 무릎을 펴자 쥐가 났지. 입에서는 밭은 숨과 제발 아무나 날 데려가 하는 소리가 절로 새어 나왔어. 그 때 바로 옆 꼬마 앞에 고급차 한 대가 섰고, 다니엘은 꼬마를 제치고 조수석으로 달려가 검게 선팅된 창문을 두드리며 외쳤지.
내가 얘보다 잘 해요! 아니, 여기에서 제일 잘 해요. 나머지는 다 포주 자식 때문에 횟수에 제한이 있고, 난 없다구요! 원하는 대로 흥정도 가능해요. 그리고.. 노, 노콘돔! 그게 제일 중요하잖아요, 그렇죠? Please pick me. Please, sir. I'm begging you. Please..
옆에 서 있던 꼬마도 골목에 늘어서 있던 다른 렌트보이들도 처음보는 모습에 잡던 차도 놓치며 시선을 고정했지. 달칵.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주저 없이 차 문을 열고 탑승했어. 기쁨에 겨워 소리라도 지를 뻔한걸 간신히 참았어. 벨트를 매려고 몸을 돌리자 양손 가운데 손가락을 들고 있는 꼬마가 보였지. 똑같이 해주고는 의기양양한 웃음을 지어 보였어. 그리고는 운전석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Jesus..
출발 할게요. 우리 집으로 가도 되죠?
대학생인가? 많아봐야 스물다섯 정도.. 창 밖에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애써 담담한척 하려 했지만 그럴수 없었지. 아까 입에서 아무렇게나 내뱉은 싸구려 같은 대사를 되짚어 보니 현기증이 일었어. 나는 저 나이에 뭘 하고 있었더라. 따뜻한 히터에 갑자기 풀린 몸 때문인지 눈물이 핑 돌아 그냥 눈을 감아버렸지.
나는 너랑 친구하고 싶지 않아. 벤, 제발 나를 안아줘. 휘쇼는 확실하게 말했어. 너는 예쁘긴 하지만 내 취향이 아니야. 그렇게 원한다면 한 번은 해줄수 있어. 그 뒤에는 다시 친구로 돌아와야 하고. 아니면 내가 널 떠날테니까.
분명히 알았다고 대답했잖아. 휘쇼는 다시 한번 치를 떨었지. 만족스럽지 못한 섹스 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전화가 왔어. 벤.., 마크가 목을 맸어.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경찰들이 들이닥쳤고 조사가 끝나 풀려난 후에는 유족들이 찾아왔지. 얼마나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건지 유서까지 남겨놓고 갔대. 구구절절 늘어 놓은 애정 표현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 대충 넘기며 읽다 마지막 줄에 눈이 크게 떠졌어.
....나를 묻을 때 벤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으면 해요. 그와 나는 누구보다 깊은 사랑을 나눴으니까.....
맹세코 오해를 살만한 행동은 한적이 없었어. 그가 묘사한 나는 내가 아니야. 나는 원래 눈을 접으며 웃고 말투는 보통 남자애들보다 상냥하지. 너에게만 그런게 아니었단 말야. 차라리 복상사를 했다면 이보다는 납득하기 쉬울텐데. 휘쇼는 직전의 애인 때문에 끊었었지만 늘 몸에 지니고 있던 담배를 다시 찾아 물었어. 연기를 뱉으며 주위를 둘러보다 쇼윈도에 비친 자신을 마주했지.
나는 왜 아름다운거지?
담배 연기를 한참 내뱉으며 진지하게 물음을 되풀이했지만 답을 찾을수 있을리 없었지. 애초에 친부모도 모르는데. 마크 그 자식 때문에 별생각을 다하네. 반쯤 태운 담배를 길바닥에 떨어트린뒤 길을 가다가 멈췄어. 혹시 누가 주워서 피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 구둣굽으로 짓이기고 나서 집으로 향했지.
잘했어. 잘 참았어, 벤.
유골을 묻고 집에 오는 차 안에서 휘쇼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뇌었어. 잘 참 아냈어 벤 휘쇼. 이제 사람이 죽는건 지긋지긋해.
집이 있는 부촌과 맞닿아있는 골목에 들어서자 계절감을 상실한 아이들이 늘어서 있었어. 아무나 상관없이 거지같은 기분을 몸으로 풀어낼 상대가 필요했어. 휘쇼는 대충 차를 대고 옆에 서 있는 렌트보이를 태우려고 했지. 그런데 갑자기 차에 짧은 머리의 남자가 다가왔지.
....Please pick me. Please,sir...
삼일 만에 웃음 짓는 자신을 발견한 휘쇼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어. 뭐부터 물어볼까. 사람과의 관계에서 처음 느껴보는 설렘에 가슴이 뛰었지.


좆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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