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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은 벤이 도자기를 빚는 것을 딱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벤은 집에 굴러다니는 티셔츠를 아무렇게나 주워 입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붙인 뒤, 하얗고 가는 팔목에 흙을 묻혀가며 그것을 만지고 있었다. 다니엘은 여태껏 그렇게까지 집중한 눈빛과 예리하고 섬세한 손을 본 적이 없었다. 때문에 그것은 자체로 낯선 경험이었고, 동시에 그의 어린 이웃에게 나름의 존경심을 가지게 할 만한 일이었다. 벤은 도자기의 목 부분을 만지기 위해 손과 시선을 느리지만 꼼꼼하게 위쪽으로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넋을 놓고 자신을 보고 있는 다니엘을 발견했고, 예정에 없던 그의 방문에 놀라 당황해서는 손을 헛디뎠다. 저를 향해 빼꼼히 고개를 들어올린 벤의 얼굴을 마주하기보다, 다니엘은 그 찰나에 뭉개져버린 흙더미에 먼저 반응했다. 아, 안타까운 신음이 그의 입술을 비집고 나타났다. 벤은 천천히 고개를 내려 뭉개진 채로 팽팽 돌아가는 흙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다니엘은 그것을 마저 만들어줄 수 없냐고 물었고, 벤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 뒤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 흙은 칠해지고 구워진 뒤 다니엘의 플랫 선반 위에서 꽃을 담게 되었다. 벤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투덜거렸고, 다니엘은 아름답다고 칭찬했다.
벤은 자신의 작업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았다. 그래서 다니엘은 애원했다. 방해하지 않을 테니 구경하게 해 달라고. 벤은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 치고 방해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승낙했다. 다니엘의 끝없는 노력이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벤의 손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들은 하나의 그릇이나 화분, 일반적인 조형물 이상의 것이었다. 화분은 꽃을 담는다는 기능적인 필요성의 충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꽃이 와서 담겨야만 한다는 당위마저 느껴질 정도였고, 섬세한 장식물은 살아 움직이는 것 이상의 매력을, 혹은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뿜어내고는 했다. 벤은 위대한 예술가였다. 다니엘은 그의 작업을 보며 신성함마저 느낄 정도였다. 벤은 어렸고, 툭 치면 쓰러질 것처럼 왜소한데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다. 다니엘은 벤이 흙을 어루만지는 것과 꼭 같게, 신이 그를 특별히 신경 써서 다듬어 만들어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에 더해, 자신의 재능을 떼어 그 위에 발라주었을 것이라고. 다니엘은 그것이 터무니없는 망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누구나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홀린 듯 흙과 손, 벤의 얼굴을 바라보던 사이 완벽하게 빚어진 도자기가 돌림판 위에 멎었다. 다니엘은 그러고도 한참 후에야 그것이 멈춘 것을 알았다. 벤은 쭈그려 앉아 다니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누더기에 가까운 티셔츠를 주워 입은 채, 그러나 그것으로는 결코 가려질 수 없는 사람이었다.
도자기는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구워지고, 다듬어지고, 칠해지고, 다시 구워졌다. 다니엘은 벤을 따라다니며 그 과정을 지켜보며 잔뜩 들떠 있었다. 그는 초벌로 구워진 도자기의 모습에 눈을 빛냈고, 유약을 칠했을 때는 거의 아이처럼 기대했다. 그것은 자신이 보았던 예술품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이 될 것이라고, 다니엘은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벤은 그 모습에서 무언가의 불안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벤은 얌전히 도자기를 가마에서 꺼냈다. 그리고 그 순간, 그 불안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다니엘은 환희하고 있었다.
..세상에 맙소사, 벤.
다니엘은 제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낄 정도였다. 그는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표정 가득 담아냈고, 완성된 도자기에 손조차 대지 못한 상태로 감격에 젖어 있었다. 마치 종교적 경험이라도 겪은 듯했다. 그것이 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니엘이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래서 이어진 행동에 그는 아연했다.
뭘 하는 거야! 벤!!
다니엘은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며칠간의 노력은 벤이 도자기를 삽으로 깨어버린 것과 함께 끝장이 났다. 아름다운 것은 곧장 박살났고, 다니엘은 그것에 대해 격렬한 아쉬움과 괴로움을 느껴야 했다. 납득할 수 없는 푸른 눈은 무표정한 벤의 표정으로 옮아갔다. 빚을 때의 열렬한 구애를 하는듯한 애정 어린 눈빛은 떠올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무서우리만치 굳어있는 그의 얼굴에서는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벤에게는 다니엘 자신이 보지 못하는 흠이 띄었던 것이라고 유추할 따름이었다. 그가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는 없었으므로.
벤은 언젠가 자신이, 그의 재능을 저주하게 될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해 왔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지금임을 깨달은 채였다. 다만 예상하지 못한 것은, 그 저주의 형태가 질투라는 사실이었다. 그는 자신의 재능을 질투하고 있었다. 완벽하게 탄생한 피조물에 환희했던 다니엘을 본 순간, 비로소.
벤은 자신의 작업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았다. 그래서 다니엘은 애원했다. 방해하지 않을 테니 구경하게 해 달라고. 벤은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 치고 방해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승낙했다. 다니엘의 끝없는 노력이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벤의 손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들은 하나의 그릇이나 화분, 일반적인 조형물 이상의 것이었다. 화분은 꽃을 담는다는 기능적인 필요성의 충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꽃이 와서 담겨야만 한다는 당위마저 느껴질 정도였고, 섬세한 장식물은 살아 움직이는 것 이상의 매력을, 혹은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뿜어내고는 했다. 벤은 위대한 예술가였다. 다니엘은 그의 작업을 보며 신성함마저 느낄 정도였다. 벤은 어렸고, 툭 치면 쓰러질 것처럼 왜소한데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다. 다니엘은 벤이 흙을 어루만지는 것과 꼭 같게, 신이 그를 특별히 신경 써서 다듬어 만들어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에 더해, 자신의 재능을 떼어 그 위에 발라주었을 것이라고. 다니엘은 그것이 터무니없는 망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누구나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홀린 듯 흙과 손, 벤의 얼굴을 바라보던 사이 완벽하게 빚어진 도자기가 돌림판 위에 멎었다. 다니엘은 그러고도 한참 후에야 그것이 멈춘 것을 알았다. 벤은 쭈그려 앉아 다니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누더기에 가까운 티셔츠를 주워 입은 채, 그러나 그것으로는 결코 가려질 수 없는 사람이었다.
도자기는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구워지고, 다듬어지고, 칠해지고, 다시 구워졌다. 다니엘은 벤을 따라다니며 그 과정을 지켜보며 잔뜩 들떠 있었다. 그는 초벌로 구워진 도자기의 모습에 눈을 빛냈고, 유약을 칠했을 때는 거의 아이처럼 기대했다. 그것은 자신이 보았던 예술품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이 될 것이라고, 다니엘은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벤은 그 모습에서 무언가의 불안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벤은 얌전히 도자기를 가마에서 꺼냈다. 그리고 그 순간, 그 불안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다니엘은 환희하고 있었다.
..세상에 맙소사, 벤.
다니엘은 제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낄 정도였다. 그는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표정 가득 담아냈고, 완성된 도자기에 손조차 대지 못한 상태로 감격에 젖어 있었다. 마치 종교적 경험이라도 겪은 듯했다. 그것이 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니엘이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래서 이어진 행동에 그는 아연했다.
뭘 하는 거야! 벤!!
다니엘은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며칠간의 노력은 벤이 도자기를 삽으로 깨어버린 것과 함께 끝장이 났다. 아름다운 것은 곧장 박살났고, 다니엘은 그것에 대해 격렬한 아쉬움과 괴로움을 느껴야 했다. 납득할 수 없는 푸른 눈은 무표정한 벤의 표정으로 옮아갔다. 빚을 때의 열렬한 구애를 하는듯한 애정 어린 눈빛은 떠올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무서우리만치 굳어있는 그의 얼굴에서는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벤에게는 다니엘 자신이 보지 못하는 흠이 띄었던 것이라고 유추할 따름이었다. 그가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는 없었으므로.
벤은 언젠가 자신이, 그의 재능을 저주하게 될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해 왔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지금임을 깨달은 채였다. 다만 예상하지 못한 것은, 그 저주의 형태가 질투라는 사실이었다. 그는 자신의 재능을 질투하고 있었다. 완벽하게 탄생한 피조물에 환희했던 다니엘을 본 순간, 비로소.
이건 문학이야ㅠㅠㅠㅠ
답글삭제이건 문학이야시벌ㅠㅠㅠㅠ22222222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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